집 앞 무지개다리...엄니와 강둑을 지나 이 다리를 건너 직사각형 모양의 동선을 따라
소양1교(격전의 다리)를 돌아오는 코스...주로 강둑 산책로를 많이 걷지만 때론 이 코스
를 따라 산책을 하기도 한다. 무지개다리 아치가 그려진 부근에서 우산을 몰래 펼치니
울엄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며..." 엄마가 기도를 했더니 하나님이 들어주시네 "ㅎㅎㅎ
* 오~ 착한 하나님~~~ *
올해는 변덕스런 장마철 날씨 때문에 강둑에서 잠시 바람쏘이는 것 조차 노심초사다. 저녁 식사 후 온종일 후덥지근한 날씨와 싸우며 집에 계셨던 엄니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드리기 위해 집 앞 강둑에서 산책하기로 했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니 이미 강둑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돗자리를 위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깔깔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음~ 이렇게 날씨가 개여있어도 믿을 건 못 되는데...' 하며 손바닥을 펼쳐 창밖으로 내밀자 다행히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은 불안하다. 정상인들이야 우산을 받치고 걸을 수 있지만 휠체어를 타야 하는 엄니는 비라도 내릴 때면 비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 웬만한 비쯤은 그냥 다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 엄마~, 강둑에 바람쐬러 갈까~? "
" 비 오는데 어딜 간다고 그래. "
" 비 안 와. 저 봐~, 사람들 많이 나와 있잖아. "
" 마음대로... "
" 알았어 얼릉 옷 갈아입고. 참 엄마 오줌 누고 가야지. 기저귀 했어? "
엄니와 강둑을 산책하는 시간은 주로 두 시간 안쪽이다. 요실금이 잦은 엄니가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면 대책없을 때가 있어 출발하기 전 꼭 오줌을 뉘고 떠나고 두 시간이 넘는 외출일 때만 자동차에 의료용 좌식 소변기를 싣고 떠난다.
힐체어에 몸을 실은 엄니 뒤에서 휴지와 물병, 엄니의 군것질거리인 호박엿과 두유가 들은 배낭을 지고 아파트 앞 강둑을 향해 휠체어를 밀고 걷는다. 시원한 강바람이 온 몸을 스치고 달아나니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지는 느낌이다. 까만 밤하늘 아래 엄니와 단 둘이 강둑을 걸을 때면 어린아이 같은 엄니 모습에 덩달아 나도 어린애가 된다.
" 야~ 야~~ 떨어진다 떨어져. 에구구구... 야가 큰일 낼라고 그러네. "
" 괜찮아 엄마~, 안 떨어져. 내가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데 그래~ ㅎㅎㅎ "
엄니에게 긴장을 주며 어쩌나 보려고 강둑 계단이 있는 난간 끝쪽으로 휠체어를 밀고 가니 엄니는 떨어진다고 아우성을 치며 빨리 안쪽으로 가라고 난리다. ㅋㅋㅋ
강둑에는 시민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여러가지 운동기구가 골고루 잘 갖춰져 있다. 밤이면 주민들이 몰려나와 달리기, 걷기, 스트레칭, 근력 단련, 자전거나 타기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관리를 한 있다. 무엇보다 시원한 강둑에서 가족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깔깔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덩달아 행복함을 느낀다. '사랑과 행복이 샘솟는 거리' 테마가 있는 이름 그대로 강둑 산책로는 저녁 식사 후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는 명소이다.
" 엄마~, 이것 좀 하다 가자. "
" 하려무나. "
허벅지와 장단지 근육을 강화시키는 근력 기구 앞에 휠체어를 멈추고 기기에 오른다. 마음 속으로 왕복 100 번을 세며 다리를 폈다 구부렸다를 반복하니 온몸여 열이 오른다.
" 와~ 힘들다 엄마~ 다른 거 하자. 땀난다. 엄마도 좀 해볼까? ㅎㅎㅎ "
" 엄마가 그런 걸 다 하면 걸어다니지, 왜 이렇게 타고 다니고 그래. "
" 그럼 숨 쉬기 운동 하자. 엄마 따라 해봐~. 이렇게 오른 손 엄지를 왼손으로 잡고... "
" 양팔 들어 올리며 숨 들이쉬고~ 다시 내리며 숨 내쉬고~ 엄마 다섯 번만... "
엄닌 오른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와 힘을 쓸 수 없어 왼손으로 오른 손을 잡고 들어올려야 한다. 엄닌 내가 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 하신다. 그렇게라도 심호흡을 하셔야 페활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집에서도 가끔 시간날 때마다 하라고 가르쳐 드려 엄닌 혼자서도 곧잘 하신다.
" 엄마~, 그만하자 그만해. 그만~~ " 엄닌 나름 끝을 보는 성격이라 한번 시작하면 적당히 끝내는 법이 없다.
" 엄마~, 큰다리(소양 2교 무지개다리)로 해서 작은 다리(격전의 다리, 옛 소양1교)로 돌아올까? "
" 언제 그 먼 데를 다 도니 힘든데. 그러다가 비오면 우쨔려고. "
여름밤 강둑에는 산책나온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가족들과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들 사이로 휠체어를 밀고 엄니와 강둑 산책로를 서서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엄니는 마주치는 사람들과 목례를 보내기도 하고 때론 강아지를 동반한 분들께 잠시 양해를 구하고 엄니 품에 강아지를 안겨드리면 마치 아기를 어르듯 아주 좋아하신다.
" 엄마~ 저기 분수대에 물 뿜는 거 봐봐...넘 멋지지... 밤에 보니 더 멋있네~ "
" 저게 우리집에서 보이는 그 거야... 그러게 밤에 보니 더 멋지네... "
우리집 거실에서 바라보면 정면으로 호수에 수중 고사분수가 설치되어 자주 보는 풍경인데...
밤에는 여러가지 색상의 조명이 반사되어 물줄기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펼쳐진다.
" 엄마~ 여기서 쪼끔 걸어볼까? "
" 그래볼까... 아이구~ 어지라워 쓰러질라고 그러는데... "
소양2교 무지개다리 인도를 따라 걷다가 엄니에게 운동 좀 시켜드릴려고 걸어보라 했다.
" 엄마~ 다리 넘 멋있지... 저렇게 높아...집에서는 손바닥만하게 보이는데...와~ 크다~ "
" 자~ 어이구~ 잘하네~ 울엄마... "
엄니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주춤주춤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난 행여 엄니가 푹~ 쓰러져 다칠까봐 엄니 뒤에서 엄니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휠체어를 밀어
엄니가 언제라도 휠체어에 주저 앉을 수 있도록 바짝 긴장을 하며 뒤따른다.
엄닌 겨우 몸을 지탱하며 발자욱을 옮기기에 주변풍경은 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며 걷는다.
10여 미터즘 지났을까...엄니의 체력 한계가 나타난다. 주춤주춤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ㅠㅠ
" 엄마~ 그만해~ 그만 그만... 앉아~~ 앉아~~ "
그래도 엄니는 듣는둥 마는둥 고집을 피우고 조금이라도 더 걸어보려고 발걸음을 옮겨놓는다.
엄니 허리춤을 잡아 휠췌어에 엄니를 간신히 꿀어 앉히고 다시 휠체어를 밀고 걷는다.
자신의 힘으로 걸을 수 없다는 절망감...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실감
엄니의 그 마음을 알기에...산책을 나올 때마다 엄니에게 무리란 것을 알지만 꼭 걷기를 유도한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며 후둑후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 엄마~ 비오네...큰일났다...어쩌지... "
" 그러게...빨리 집으로 가야지... 괜히 엄마 데리고 나왔다가 옷 다 젖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
" 하나님...조금만 참아주세요...그저 우리가 집에 다 갈 때까지 조금만 참아주세요 "
엄니는 휠체어에 앉아 두 손을 합장하고 그저 비를 좀 참아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후후~ 어린아이처럼 맑은 심성을 지닌 울엄니...그 뜻을 하나님이 알아주시면 좋으련만...^^
빗방울은 점차 빨라지고...휠체어를 돌려 집으로 향하는 내 마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순간 준비한 우산을 휠체어 등주머니에서 꺼내 버튼을 누르자 우산이 엄니 머리 위로 확~ 펴진다.
우산을 펴 높이 들고 엄니 등뒤에서 귓속말로 엄니에게 나즉히 말했다.
" 엄마~ 하나님이 착하네~ 착한 하나님이야~ 엄마가 기도하니 금방 비가 멈추는 거 봐~~ ㅎㅎㅎ "
" 그러게~ 비가 안 오네... 어여 집에 가~~ 내가 충심으로 기도를 했더니...응~~ 들어주시네... "
하나님에 대한 그런 엄니의 간절한 바램을 들어주셨다고 좋아하시는 엄니의 기분을 망칠 수 없어
한 손으론 휠체어를 밀고 다른 한 손으론 우산을 높이 받쳐들고...다시 강둑으로 되돌아오는데
정말 비가 멈췄다. 그제서야 펼쳤던 우산을 엄니에게 보여주며 ㅎㅎㅎ 웃고 말았다.
" 엄마~ 정말 하나님이 착한가봐~ 엄마가 기도하니 들어주시잖아~ ㅎㅎㅎ "
" 에이~ 외미 놀구냐구(놀려대냐고...) 그러지... 어여 집에 가 또 비올라... "
2008년 7월 24일 (목) 비 많이 내리다 개이다 변덕스러운 날
*** 봄내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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