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우리집에 온 업동이(작은누나네 옆집에서 기르다가 주인이 사랑을 안 줘 늘 작은누나네 집에 와서 살다시피했다)

     어느날 작은누나가 닭죽 먹으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우리가 차에서 내리니 녀석 초면인데도 반갑다고 비벼대고

     아양을 떨어 " 오~ 너 누구니~ 우리집에 가서 할머니랑 친구하고 살자~ " 했더니 누나가 주인에게 이야기해 그날밤

     목욕까지 하고 우리집에 업동이로 온 녀석이다.

 

 

 ♡ 형아~ 나 잘랑게... 깨우지 마쇼~잉~~

     늘 울엄니 주무시는 자리에 떡하니 자리하고 녀석이 주인인냥 느긋하다.ㅎㅎㅎ

 

      

♡ 나 잔다고 깨우지 말라그랬지... 냥이 첨보냥~ 첨봐~ 아이고 무서붜라~~~ㅋㅋㅋ

 

 ♡ 아침마다 찾아와 냥이랑 기싸움을 하는 까치녀석들... 어떤 때는 유리창까지 달려들어 짖어댄다.

     냥이 녀석 그럴 때마다 존심이 상해서 매복을 하고 마냥 기다리지만 까치가 들어올 일 없으니... ㅋㅋㅋ

 

 

♡ 옥수수 차를 끓인 후 새들에게 먹이기 위해 늘 베란다 선반 위에 올려놓으면 잡다한 새들이 날아와 먹고 간다.

    까치 녀석도 잡다한 새들 중 한 무리...

 

♡ 내가 주방에서 일할 때는 식탁의자 밑에 엎드려 기다리는 아주 착한 녀석이었는데... ㅠㅠ

 

♡ 울엄니 냥이 녀석이 잘 때면 고개 아프다고 타월로 베개까지 만들어 주면 녀석은 천연덕스레 베고 잤다.

 

♡ 주방 앞에서 멸치 달라고 아양 떠는 모습... 내가 집에 퇴근하면 학습이 돼서 꼭 멸치를 달라고 나뒹군다.

    녀석을 위해 겸사겸사 국멸치를 따로 사오면 국물용보다 녀석이 먹는 것이 훨씬 많았다.

 

♡ 언젠가 하룻밤 이웃하는 아파트 화단에 외박을 하더니 그곳에 거주하는 냥이와 무슨 썸씽이 있었는지 집에 돌아와  

    온종일 잠만 잤다. 오랜만에 낭자 냥이와 회포를 풀었는지... 녀석 찾아가니 집에 들어오지 않으려고...그 맘을 알지^^

    그 아파트 화단에 노란색 암코양이가 살고 있었다.

 

 

 ♡ 전국일주 여행 중 때론 무슨 맘이 들었는지 운전중인데도 운전석 발판까지 찾아와 엎드려 잠을 청하기도 했다.

 

♡ 2011년 6월 현충일 연휴 여행길...봉평 허브나라 계곡으로 들어가며...

    밤분위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녀석 창밖을 계속 바라보며 갔다.

 

♡ 봉평 허브나라 계곡 옆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1박 하는데... 녀석 주인의 품이 이렇게도 좋은지...내 발을 베고 잠이 들었다.

    고양이를 키우며 개처럼 살갑고 주인을 잘 따르며 말을 잘 듣는 고양이는 처음 봤다. 그래서 집나간 후 마음이 더 아팠다.

 

♡ 봉평 허브나라 농원을 둘러보고 잠시 휴식겸 간식타임을 갖기 위해 차로 돌아오니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반가움에 울엄니 발을

    베고 누워... 울엄니 대견하고 귀엽다며 흐믓해 하시는 모습... 울엄닌 나보다 고양이를 더 위하셨다.ㅎㅎㅎ

    이젠 모두 내 곁을 떠나 그리움만 가득하다 ㅠㅠ

 

♡ 봉평에서 나와 강릉단오제를 관람하고 그날 밤 강릉에서 삼척으로 향하며... 정동진을 거쳐 해안길을 따라 가는데...녀석 뒷자

    리에 있더니 슬그머니 앞자리 가운데 테이블시트에 잠시 앉아 있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또 다시 운전석 앞 대쉬보드 위까

    지 올라가 창밖을 바라보며 갔다. 암튼 웃기는 녀석임엔 틀림없다. 동물농장에 출연해도 될 만큼 정말 웃기는 녀석이다.ㅎㅎㅎ

 

.

♡ 2010년 추석연휴 전국일주 여행 때... 울엄니와 동행하는 냥이 녀석... (제천 시내 한방바이오엑스포장으로 향하며)

 

 

♡ 여행중 행사장 입장할 때나 식사시간에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하면...사료를 먹고 꼭 운전석에서 기다리고 있다.

    참 대견한 녀석... 화장실에 가서 똥 오줌 가려누고... 벽지도 긁지 않고... 총명한 녀석이었는데...  ㅠㅠ

 

 

♡ 안동세계탈춤축제장 근처 잔디밭에서 하룻밤 야영하며...잠시 휴식시간에 녀석은 출입문 앞에서 의젓하게 기다린다.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이, 특히 아이들이 귀엽다고 많이 데리고 놀았다.

 

 

♡ 2011년 10월14일 오후 5~6시 사이... 엄니가 현관문을 열어놓아 녀석은 가출을 하고 전단지까지 붙여가며 찾았지만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녀석 아직 살아있을지... 이젠 모두 그리움만 가득한 추억이 되었다 ㅠㅠ

출처 : 자동차 정비인 을 위한 모임
글쓴이 : 마이스터/최명석(봄내) 원글보기
메모 :


어머니의 병세가 하루빨리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 마음이 하늘에

닿아 병실에서 훌훌털고 저 끝 어딘가 사랑의 보금자리로 돌아오시길 빌며...ㅠㅠ 

 

제목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보낸날짜 | 2007년 2월 17일 토요일, 오후 20시 42분 44초 +0900
보낸이
 
| "ㅇㅇㅇ" <@empal.com>
받는이 | "봄내지기" <@hanmail.net>  

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잠언22:4)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는니라(잠언11:30)

 

최ㅇㅇ 사장님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자동차 정비를 부탁드릴 때마다 정성을 다하여 고쳐주시고, 정비 결과와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번 타이어의 편마모 문제를 지적해 주셨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구요. 저의 안전을 지켜주신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동차라는 것이 우리가 타고 다니는 기계에 불과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 못지 않게 많은 주의와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최ㅇㅇ 사장님은 그 부분을 이미 알고 실천하시는 분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은 생활지도사 입니다. 이 일을 시작하고 한 달이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나이

드시고, 병환으로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자동차도 오래 되면 많은 이상이 생기고, 수리를 해야 하

듯이 우리 인간들도 그와 유사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세대 차이가 워낙에 많이 나고 어

르신들이 아픈 부분을 제가 모두 이해할 수 있지 못해서 도움을 드리는 부분도 한계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생활의 기본이 되는 부분만을 도와드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렇기에 이 일을 하면서

제가 더 자극 받고, 배우는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장님의 어머님 이야기를 듣고 조금, 아주 조금 사장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실 것 같은 상황에서도 어머님을 생각하고, 보살펴 드리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아드님과 모든 가족들의 그 정성과 사랑에 힘입어 이 세상에 계시는 동안 꼭 건강을

회복하시고 영과 육의 평안함을 얻으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더불어 2007년 한 해 사장님의 가정과 하시는 모든 일 가운데 하나님 부어주시는 축복과 은혜가

가득 가득 넘치시길 소망합니다.

최ㅇㅇ 사장님, 항상 건강하세요!~ *^^*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우리업소에 오시는 고객께서 보내주신 메일을 어머니의 쾌차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올려드립니다 ^^

출처 : [봄내지기 살아가는 이야기]
글쓴이 : 봄내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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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이맛 고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늦은 오후 퇴근시간 무렵이었다.

컴텨 앞에 앉아 고객관리 기록을 정리하며 더위를 잊고 있는데... 며칠 전 자동차 수리를 끝낸 목사님이 까만 비닐봉지에 무언가 들고 찾아오셨다.

 

" 어쩐 일이세요 이 더운 날씨에... "

" 이거 집에서 기른 고춘(추인)데..아삭아삭하고 맛있는 품종이라 좀 가져왔습니다 "

" 뭘 이렇게 많이 주세여..그쪽 작은 봉지에 든 걸 주세요 "

" 아니 그냥 드세요. 우린 또 따면 되니까 "

 

개척교회 옆 조그만 텃밭이 있어 생명을 다루듯 키운거란다. 지난번 애마인 비스토를 이젠 10년이 넘어 종합검진을 받아봐야 한다며 대대적인 수리를 하시곤 경과를 보러오시라 했는데...차는 집에 두고 걸어서 왔단다.

그때 시동성이 떨어져 몇 가지 검사를 마치니 시동모터의 내부 문제여서 다른 부위와 더불어 수리를 끝냈다.

수리를 하는 동안 자동차 엔진키가 웬지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져 그냥 계속해서 쓰게 되면 차에 달린 본체가 손상을 받아 나중에 모두 교환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되니 열쇠전문점에 가셔서 맞춰쓰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실은 복제키를 사용하는데...어미(본래)키를 잃어버렸다고 하신다. 업소에 카드키 만드는 자동기기가 있었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아 좀 깊숙히 넣어두어 꺼내기 불편하여 업소의 부탁을 받고 단골로 열쇠를 깍아주는 전문업소를 소개시켜드렸다. 그후 전문점을 찾았더니 그 친구가 아주 섬세하게 마이크로 전용 측정기기로 엄마키를 만들어 딸키까지 여분으로 만들어줘 이젠 부드럽게 작동을 한다며 환한 미소를 지으신다. 자동차 키가 부드럽지 않아 늘 조금은 불만이었는데, 본체까지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이갸기를 들려주어 실행에 옮기게 되어 마음도 가볍고 기쁘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 감사함에 풋고추를 들고 오셨단다.

 

참 감사하다. 난 그저 전문직업인으로서 일반적인 상식을 전해드린 것 뿐인데...흐믓했다. 작은 나눔이 있어

이웃들과 행복할 수 있다니..., 마음만으로 받고싶다니 한사코 

받으라며 건네주며 발길을 돌리신다. 내가 어머니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어머니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우리 사

회가 안고 있는 사회복지분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셨다. 특히 노인복지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으셨다.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겪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때마다 노인들의 심리 상태나 행동 양식에 물어보며 관심을 표명하셨다.

자녀들도 사회복지 관련 분야에 근무한다는 것으로 보아  온가족이 모두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따스한 심성을 지닌 아름다

운 이웃임에 분명하다.

 

처음 우리업소를 들렸을 때 10년이 넘은 아토스를 더 탈 수 있을지 궁금해 점검을 받으러 오셨다.그때 몇가지 검사와 점검을 마친 후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일을 하며 적당한 운동을 습관화 하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듯 자동차도 그와 비슷하여 주기적으로 엔진오일과  기능성 소모품을

교환해 주고 또 가끔은 시외 구간도 쌩쌩 달려 스트레스를 풀어  ↗ 오이맛 고추...정말 아삭아삭한 풋고추향

주면 건강해져 오래 탈 수 있다'고 설명해 드리니 고맙다며 그때      이 느껴져 며칠간 매 끼니 맛있게 먹었다.

부터 단골이 되셨다.

 

  그후 아토스의 주치의가 되어 인연을 이어가며 지나온 모습들이 웬지 맘속으로 인상깊이 받아드리셨나보다.

도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정겨움을 나눠주시는 모습이 참 살갑게 느껴진다. 분명 작은 화단같은 자투리 땅에 이것저것 채소 씨를 뿌리고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아침저녁 바라보며 기른 고추였을텐데...^^

그 정성으로 키운 뿌듯함을 작은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마음씀이 내게 더 큰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퇴근길에 풋고추가 가득 들은 비닐봉지를 들고 집에 들어서니 엄니가 반기며 묻는다.

" 그게 뭐야~ "

" 풋고추~ 오이맛 고추라고 하는 건데 씹으면 아삭아삭하고 맛있는 고추야~ "

" 사왔어~"

" 아니 손님이 주셨어...농사지은 거라고 많이 주셨잖아...봐봐~ "

" 아유~ 크기도 해라 장 찍어 먹으면 맛있겠다. 차를 잘 고쳐주니 줬겠지... ㅎㅎㅎ "

" 엄마 어케 알았어~ ㅎㅎㅎ 엄마 씻고 밥먹자 넘 덥다. 배고파도 쫌만 기다려...."

" 어여 씻어...난 괜찮아 아까 참에 바나나도 먹고 뭐...콩물(두유)도 마시고 그래 배 안 고파..."

 

풋고추와 함께 저녁상을 봐 엄니랑 둘러앉았다. 정말 흔히 보는 고추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길고 컸다. 얼마

나 정성을 들여 키웠으면, 그런데 씹으니 아삭아삭 오이를 씹는 것보다 더 연하고 향긋하다. 그리 맵지도 않았다. 매운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엄니와 나는 풋고추를 일명 바나나고추장(바나나+고추장 믹스)에 찍어 먹었다풋고추향과 바나나향이 묻어나 맛이 가히 일품이다. 바나나고추장은 달콤한 바나나향이  곁들여진 퓨전 고추장쏘스다. 엄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고 퇴원하셨는데, 갑자기 주방장으로 승격된 내겐 기쁨(?)이 커다란 숙제였다. 그때 실험정신으로 울엄니의 입맛을 찾다가 개발한 나만의 등록상표다. 그후 울엄니에게는 그 어떤 반찬도 바나나고추장 앞에서는 2 순위다. 달콤하고 살짝 매콤하고 약간의 간맛이 살아있으니 그 맛이 밥상 위의 마약같은 위상이 되었다.ㅎㅎㅎ

 

캬~ 이게 얼마만에 느껴보는 추억인지....어린시절 고향 마을 시골집에 살 때 여름이면 보리쌀을 섞은 잡곡밥에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어 썩썩 비빈 후, 숟가락이 넘치도록 입 안이 가득 퍼넣고 밭에서 방금 따온 풋고추를 된장에 쿡~ 찍어 반찬삼아 우적우적 씹어먹던 그 추억이 그림처럼 지나간다. 참 그때의 맛이란...달리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뚝딱 해치우고 그 포만감에 행복해 하던 그 추억을 그려볼 수 있다니...^^

  

오이고추는 냉장고에 감춰 두고 큰누나에게 들키지 않게 먹어야겠다. 울엄니도 감춰두고 먹으라 하신다.ㅋㅋ

아마 처음 맛보는 고추라...연하고 맵지도 않으니 나만큼 아끼고 늘 엄니 마음속에 가득한 큰누나도 이번만큼은 예외인가보다. 이름만 들었던 오이고추가 이렇게 아삭거리며 맛난 고추인줄은 미쳐 몰랐으니 말이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아토스 주치의로서 그 사명을 다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다만 내년에도 오이맛 고추를 맛볼 수 있도록 굽어살펴 주시옵고... 그리고 이 불쌍한 영혼이 지구를 떠나지 않는 한 영영 그 은혜는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아멘~ ♡ ㅎㅎㅎ

 

2009년 7월 21일 화요일 맑음(무더운 날)

      *** 봄내지기 ***


집 앞 무지개다리...엄니와 강둑을 지나 이 다리를 건너 직사각형 모양의 동선을 따라

소양1교(격전의 다리)를 돌아오는 코스...주로 강둑 산책로를 많이 걷지만 때론 이 코스

를 따라 산책을 하기도 한다. 무지개다리 아치가 그려진 부근에서 우산을 몰래 펼치니

울엄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며..." 엄마가 기도를 했더니 하나님이 들어주시네 "ㅎㅎㅎ

 

                     * 오~ 착한 하나님~~~ *

 

  올해는 변덕스런 장마철 날씨 때문에 강둑에서 잠시 바람쏘이는 것 조차 노심초사다. 저녁 식사 후 온종일 후덥지근한 날씨와 싸우며 집에 계셨던 엄니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드리기 위해 집 앞 강둑에서 산책하기로 했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니 이미 강둑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돗자리를 위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깔깔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음~ 이렇게 날씨가 개여있어도 믿을 건 못 되는데...' 하며 손바닥을 펼쳐 창밖으로 내밀자 다행히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은 불안하다. 정상인들이야 우산을 받치고 걸을 수 있지만 휠체어를 타야 하는 엄니는 비라도 내릴 때면 비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 웬만한 비쯤은 그냥 다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 엄마~, 강둑에 바람쐬러 갈까~? "
" 비 오는데 어딜 간다고 그래. "

" 비 안 와. 저 봐~, 사람들 많이 나와 있잖아. "

" 마음대로... "

" 알았어 얼릉 옷 갈아입고. 참 엄마 오줌 누고 가야지. 기저귀 했어? "

  엄니와 강둑을 산책하는 시간은 주로 두 시간 안쪽이다. 요실금이 잦은 엄니가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면 대책없을 때가 있어 출발하기 전 꼭 오줌을 뉘고 떠나고 두 시간이 넘는 외출일 때만 자동차에 의료용 좌식 소변기를 싣고 떠난다. 

 

   힐체어에 몸을 실은 엄니 뒤에서 휴지와 물병, 엄니의 군것질거리인 호박엿과 두유가 들은 배낭을 지고 아파트 앞 강둑을 향해 휠체어를 밀고 걷는다. 시원한 강바람이 온 몸을 스치고 달아나니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지는 느낌이다. 까만 밤하늘 아래 엄니와 단 둘이 강둑을 걸을 때면 어린아이 같은 엄니 모습에 덩달아 나도 어린애가 된다.  

" 야~ 야~~ 떨어진다 떨어져. 에구구구... 야가 큰일 낼라고 그러네. "

" 괜찮아 엄마~, 안 떨어져. 내가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데 그래~ ㅎㅎㅎ "

  엄니에게 긴장을 주며 어쩌나 보려고 강둑 계단이 있는 난간 끝쪽으로 휠체어를 밀고 가니 엄니는 떨어진다고 아우성을 치며 빨리 안쪽으로 가라고 난리다. ㅋㅋㅋ

 

  강둑에는 시민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여러가지 운동기구가 골고루 잘 갖춰져 있다. 밤이면 주민들이 몰려나와 달리기, 걷기, 스트레칭, 근력 단련, 자전거나 타기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관리를 한 있다. 무엇보다 시원한 강둑에서 가족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깔깔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덩달아 행복함을 느낀다. '사랑과 행복이 샘솟는 거리' 테마가 있는 이름 그대로 강둑 산책로는 저녁 식사 후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는 명소이다.

 

" 엄마~, 이것 좀 하다 가자. "

" 하려무나. "

  허벅지와 장단지 근육을 강화시키는 근력 기구 앞에 휠체어를 멈추고 기기에 오른다. 마음 속으로 왕복 100 번을 세며 다리를 폈다 구부렸다를 반복하니 온몸여 열이 오른다.

" 와~ 힘들다 엄마~ 다른 거 하자. 땀난다. 엄마도 좀 해볼까? ㅎㅎㅎ "

" 엄마가 그런 걸 다 하면 걸어다니지, 왜 이렇게 타고 다니고 그래. "

" 그럼 숨 쉬기 운동 하자. 엄마 따라 해봐~. 이렇게 오른 손 엄지를  왼손으로 잡고... "

" 양팔 들어 올리며 숨 들이쉬고~ 다시 내리며 숨 내쉬고~ 엄마 다섯 번만... "

  엄닌 오른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와 힘을 쓸 수 없어 왼손으로 오른 손을 잡고 들어올려야 한다. 엄닌 내가 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 하신다. 그렇게라도 심호흡을 하셔야 페활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집에서도 가끔 시간날 때마다 하라고 가르쳐 드려 엄닌 혼자서도 곧잘 하신다.

 

" 엄마~, 그만하자 그만해. 그만~~ " 엄닌 나름 끝을 보는 성격이라 한번 시작하면 적당히 끝내는 법이 없다.

" 엄마~, 큰다리(소양 2교 무지개다리)로 해서 작은 다리(격전의 다리, 옛 소양1교)로 돌아올까? "

" 언제 그 먼 데를 다 도니 힘든데. 그러다가 비오면 우쨔려고. "

 

  여름밤 강둑에는 산책나온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가족들과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들 사이로 휠체어를 밀고 엄니와  강둑 산책로를 서서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엄니는 마주치는 사람들과 목례를 보내기도 하고 때론 강아지를 동반한 분들께 잠시 양해를 구하고 엄니 품에 강아지를 안겨드리면 마치 아기를 어르듯 아주 좋아하신다.

" 엄마~ 저기 분수대에 물 뿜는 거 봐봐...넘 멋지지... 밤에 보니 더 멋있네~ "

" 저게 우리집에서 보이는 그 거야... 그러게 밤에 보니 더 멋지네... "

우리집 거실에서 바라보면 정면으로 호수에 수중 고사분수가 설치되어 자주 보는 풍경인데...

밤에는 여러가지 색상의 조명이 반사되어 물줄기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펼쳐진다.

 

" 엄마~ 여기서 쪼끔 걸어볼까? "

" 그래볼까... 아이구~ 어지라워 쓰러질라고 그러는데... "

소양2교 무지개다리 인도를 따라 걷다가 엄니에게 운동 좀 시켜드릴려고 걸어보라 했다.

" 엄마~ 다리 넘 멋있지... 저렇게 높아...집에서는 손바닥만하게 보이는데...와~ 크다~ "

" 자~ 어이구~ 잘하네~ 울엄마... "

엄니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주춤주춤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난 행여 엄니가 푹~ 쓰러져 다칠까봐 엄니 뒤에서 엄니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휠체어를 밀어

엄니가 언제라도 휠체어에 주저 앉을 수 있도록 바짝 긴장을 하며 뒤따른다.

 

엄닌 겨우 몸을 지탱하며 발자욱을 옮기기에 주변풍경은 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며 걷는다.

10여 미터즘 지났을까...엄니의 체력 한계가 나타난다. 주춤주춤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ㅠㅠ

" 엄마~ 그만해~ 그만 그만... 앉아~~ 앉아~~ "

그래도 엄니는 듣는둥 마는둥 고집을 피우고 조금이라도 더 걸어보려고 발걸음을 옮겨놓는다.

엄니 허리춤을 잡아 휠췌어에 엄니를 간신히 꿀어 앉히고 다시 휠체어를 밀고 걷는다.

 

자신의 힘으로 걸을 수 없다는 절망감...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실감

엄니의 그 마음을 알기에...산책을 나올 때마다 엄니에게 무리란 것을 알지만 꼭 걷기를 유도한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며 후둑후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 엄마~ 비오네...큰일났다...어쩌지... "

" 그러게...빨리 집으로 가야지... 괜히 엄마 데리고 나왔다가 옷 다 젖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

" 하나님...조금만 참아주세요...그저 우리가 집에 다 갈 때까지 조금만 참아주세요 "

엄니는 휠체어에 앉아 두 손을 합장하고 그저 비를 좀 참아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후후~ 어린아이처럼 맑은 심성을 지닌 울엄니...그 뜻을 하나님이 알아주시면 좋으련만...^^

 

빗방울은 점차 빨라지고...휠체어를 돌려 집으로 향하는 내 마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순간 준비한 우산을 휠체어 등주머니에서 꺼내 버튼을 누르자 우산이 엄니 머리 위로 확~ 펴진다.

우산을 펴 높이 들고 엄니 등뒤에서 귓속말로 엄니에게 나즉히 말했다.

 

" 엄마~ 하나님이 착하네~ 착한 하나님이야~ 엄마가 기도하니 금방 비가 멈추는 거 봐~~ ㅎㅎㅎ "
" 그러게~ 비가 안 오네... 어여 집에 가~~ 내가 충심으로 기도를 했더니...응~~ 들어주시네... "

하나님에 대한  그런 엄니의 간절한 바램을 들어주셨다고 좋아하시는 엄니의 기분을 망칠 수 없어

한 손으론 휠체어를 밀고 다른 한 손으론 우산을 높이 받쳐들고...다시 강둑으로 되돌아오는데

정말 비가 멈췄다. 그제서야 펼쳤던 우산을 엄니에게 보여주며 ㅎㅎㅎ 웃고 말았다.

 

" 엄마~ 정말 하나님이 착한가봐~ 엄마가 기도하니 들어주시잖아~ ㅎㅎㅎ "

" 에이~ 외미 놀구냐구(놀려대냐고...) 그러지... 어여 집에 가 또 비올라... "

 

2008년 7월 24일 (목) 비 많이 내리다 개이다 변덕스러운 날

      *** 봄내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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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서 바라보면 안방 창가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어 사계절 내내 그 운치를

그려냅니다. 아침저녁으론 새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재잘거리며 놀다가기도 하고,

여름에는 매미들이 찾아와 한낮의 휴식을 취하며 맴맴~거리며 낮잠을 깨울 때도 있죠^^

아마 새들은 휴식도 즐기고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것 같아요. 모두 정다운 이웃들이죠 ^&^

 

                    * 여명 *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는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9시 뉴스를 보다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 빨리 일어나~ 얼릉~ 얼릉~ 일어나~ 시계 좀 봐라~ 몇 시인가 "

엄니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부시시 눈을 떠보니 방 안에 전등불은 환하게 켜져 있고

시간은 벌써 새벽 3 시를 알리고 있다.

 

씻지도 않고 저녁식사를 하고, 설거지도 않하고 잠이 들다니...이론이론....ㅠㅠ

깜짝놀라 황급히 눈을 뜨고 일어나 거실에 불을 밝힌 후 안방에 전등을 꺼드리고 샤워실로 향했다.

좀처럼 이런 일은 없었는데...엄니는 잠도 못들고 몇 시간을 기다리며 깨우고 또 깨우고 하셨을게다.

긴밤을 잠도 못 주무시고 아침밥 준비가 마냥 걱정이 되시는 울엄니...얼마나 애가 탔을까.

 

뽀얀 김을 내뿜으며 따스한 물줄기가 온몸을 타고 흐른다.^^

마음의 평온을 느낀다.

엄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난 후 일상의 모든 일은 후 순위가 되었다.

일터에서도....집에서도....밖에서도.... 엄니를 위주로 생각하며 모든 일상을 계획해야만 한다.

엄니가 쓰러지신 후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정신적인 무게였다.

엄니가 아픈 후 흰 머리카락도 제법 늘어 때론 엄니가 더 걱정을 하신다.ㅎㅎㅎ

 

타고난 성격이 좀 낙천적이고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습관이 된 나였지만,

마음을 비우고 주위를 돌아보며, 스스로 나를 격려하며 위안을 하고 힘을 얻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몰래 사악한 생각이 불현듯 들 때도 있어 지난 4월에는 한동안 스스로 많이 괴로워했다.

어느날 새벽녘 잠을 이루지 못해 홀로 컴컴한 거실에 나와 창밖 호수의 수면 위에 어리는 불빛을 바라보며

속내까지 주고받는 초등학교 여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친구가 걱정을 하며 일터로 찾아오기도 했다.

 

말끔히 샤워를 마치고 다시 거실 주방으로 나왔다.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히고 타이머를 맞춘다.

그리고 다시 내 작은 방으로 들어가 머리에 물기가 마르는 동안 다시 신문을 펼치고 앉는다.

낮시간에 읽지 못한 헤드라인을 따라 쭉 정독을 시작한다. 활자중독인지 신문이나 책을 읽는 시간이

난 무척이나 즐겁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정치면만 헤드라인을 읽고 모든 지면을 정독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신문을 다 읽고 거실로 나와보니 이미 밖은 여명이 찾아오고 있었다.

핸드폰을 바라보니 새벽 5시 15분...베란다로 나와 창문을 활짝 열어제쳤다.

느티나무숲에서 아침잠에서 깨어난 새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며 즐겁게 지저귄다.

두 팔을 들어올려 심호흡을 하니 상쾌한 아침 공기가 페부 깊숙히 들어오며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내가 살아 있어 이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될 수 있다는 사실에 포근한 행복함이 몰려온다.^^ 

 

호수에 비추던 가로등 불빛도 자취를 감추고 무지개다리 위로 자동차들이 하나둘 새벽 공기를 가른다.

또 하루가 시작되는 이 순간...늘 그렇듯이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한다.

" 오늘도 저에게 주신 새로운 삶을 감사히 생각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을 사랑하겠습니다. "

" 새들도...나무들도...꽃들도...저 호수의 물결도...바람도... 사랑하겠습니다 "

 

다시 안방으로 들어와 엄니 곁에 조용히 몸을 눞힌다.

엄니의 숨소리가 느껴진다. 쌔근쌔근 아가의 숨소리처럼 조금 바쁘게 느껴지는 엄니의 숨소리...^^

언제까지 저 숨소리를 곁에서 느낄 수 있을지...

엄니는 밤새 나를 깨우려다 새벽잠이 들었는지 창밖은 이미 날이 밝았는데...아직 단잠에 빠져있다.

 

엄니의 야윈 손목을 살며시 부여잡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오늘도 엄니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언제까지 엄니의 체온을 곁에서 느낄 수 있을지...

맘속으로 작은 바램을 외쳐본다 ^^ 

" 엄마~... 엄마가 곁에 있어 제가 힘을 얻고 살아간답니다. 오늘도 밥 잘 먹고 집 잘 지켜야쥐~ "

 

     2008년 5월 22일 (목) 맑음 새벽 먼동이 트며...^^

                *** 봄내지기 *** 

 

 

시도때도 없이 엄니에게 카메라들 들이대어 모습을 담았는데...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아마 지난해 여름 어느 날인 것 같다. 위에 입은 옷은 어느 해 작은형(?)이 생신 때

사드린 것인지...겉에 입는 스웨터와 한 조로 된 옷...난 엄니 옷을 사드리지 않아 ㅎㅎㅎ

 

한평생 우리 6남매를 키우시기에 구루무 한 번 바르지 않으시고 오직 농삿일과 거친일로

굳은 살이 박히고...뼈마디만 앙상하게 남은 엄니의 거룩한 손...마음이 아리다 ㅠㅠ

지난해 엄니가 병원에서 퇴원 후 어느날 엄니의 두 손을 담아두었다. 저 굵어진 손마디...

주름진 손 마디마디 6 남매를 키우시며 남은 삶의 흔적이시다. 후일 엄니의 손을 엄니가

하늘로 떠나신 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자주 잡아드려야 하는데...마음이 아리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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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무지개다리...엄니와 강둑을 지나 이 다리를 건너 직사각형 모양의 동선을 따라

소양1교(격전의 다리)를 돌아오는 코스...주로 강둑 산책로를 많이 걷지만 때론 이 코

스를 따라 산책을 하기도 한다. 우산을 몰래 펼치니 울엄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며...ㅎㅎㅎ

 

                     * 오~ 착한 하나님~~~ *

 

올해는 변덕스런 장마철 날씨 때문에 강둑에서 잠시 산책하는 것 조차 노심초사다.

저녁식사 후 온종일 후덥지근한 날씨와 싸우며 집에 계셨던 엄니의 답답한 마음을

잠시라도 바깥 바람을 쏘이며 풀어드리기 위해 집 앞 강둑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베란다 유리창 밖으로 바라보니 이미 저녁밥을 먹고 삼삼오오 가족들과 짝을 지어

돗자리를 깔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깔갈거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음~ 이렇게 날씨가 개여있어도 믿을 건 못 되는데...

손바닥을 펼쳐 창밖으로 내밀자 다행히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은 조급해진다.

정상인들이야 발로 걸어나가 우산을 받치고 걸을 수 있지만 휠체어를 타야하는 엄니는

비라도 내리면 비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 웬만한 비쯤은 그냥 다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 엄마~ 강뚝에 갈까~ 바람쐬이러~ "
" 비오는데...어딜 간다고 그래... "

" 비 안 와...저봐 사람들 많이 나와 있잖아... "

" 마음대로... "

" 알았어 얼릉 옷 갈아입고...참 엄마 오줌 누고 가야지... 기저귀 했어~? "

 

산책하는 시간이 주로 한 시간을 좀 웃돌아 따로 의료용 좌식 소변기를 챙길 수 없어서

두 시간 이상 외출이 아니면 소변기는 가져가지 않고 출발 전에 오줌을 누고 떠나신다.

 

힐체어에 몸을 실은 엄니의 뒤에서 작은 배낭을 지고(휴지나 물병, 특히 카메라가 들어있어)

아파트 앞 강둑을 향해 휠체어를 밀고 걷는다. 강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상쾌하다.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 온몸을 스치고 달아나면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지는 느낌이다.

 

" 야~ 야~~~ 떨어져... 떨어진다...어구구구...야가 큰일 낼라고 그러네... "

" 괜찮아 엄마~ 안 떨어져... 내가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데 그래~~ ㅎㅎㅎ "

엄니에게 긴장을 주며 어쩌나 보려고 강둑 계단이 있는 난간 끝쪽으로 휠체어를 밀고 가면

엄니는 떨어진다고 아우성을 치시며 빨리 안으로 들어가라고 난리를 치신다. ㅋㅋㅋ

 

강둑에는 시민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여러가지 운동기구가 골고루 잘 갖춰져 있어 밤이면

주민들이 몰려나와 달리기, 걷기, 스트레칭, 근력 단련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각자가 지닌

방법대로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시원한 강둑에서 가족들과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깔깔거리고 담소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좋다.

[사랑과 행복이 샘솟는 야생화 산책로]

테카가 있는 이름 그대로 저녁식사 후 휴식 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받는 명소이다.

 

" 엄마~ 이것 좀 하다 가자... "

" 하려무나... "

허벅지와 장단지 근육을 강화시키는 근력기구 앞에 휠체어를 멈추고 기기에 오른다.

마음 속으로 왕복 100 번을 세며 근력기구를 움직이며 다리를 폈다구부렸다를 반복한다.

" 와~ 힘들다 엄마~ 다른 거 하자... 땀난다... 엄마도 좀 해볼까? ㅎㅎㅎ "

" 엄마가 그런 걸 다 하면 걸어다니지... 왜 이렇게 타고 다니고 그래... "

" 그럼 숨쉬기 운동 하자...엄마 따라해봐~ 이렇게 오른 손 엄지 손가락  왼손으로 잡고... "

(오른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와 힘을 쓸 수 없어 왼손으로 잡고 들어올려야 하기에...)

" 양팔 들어 올리며 숨 들이쉬고~~~ 다시 내리며 숨 내쉬고~~~ 엄마 다섯 번만.... "

엄니는 내가 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 하신다. 그렇게라도 심호흡을 하셔야 페활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집에서도 가끔 시간날 때마다 하라고 가르쳐 드려 혼자서도 곧잘 하신다.

 

" 엄마~ 그만하자 힘들어 그만해...그만~~~ "

" 엄마~ 큰다리(소양 2교 무지개다리)로 해서 작은 다리(격전의 다리 옛 소양1교)로 돌아올까? "

" 언제 그 먼 데를 다 도니 힘든데...그러다 비오면 우쨔려고... "

 

산책 나온 사람들...운동하는 사람들...가족들과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사람들 사이로 휠체어를 밀고 엄니와  강둑 산책로를 서서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엄니는 강둑에 산책 나온 사람들과 목례를 보내기도 하고...때론 강아지를 동반한 분들께 잠시

양해를 구하고 엄니 품에 강아지를 안겨드리면 마치 아기를 어르듯 아주 좋아하신다 ^&^

" 엄마~ 저기 분수대에 물뿜는 거 봐봐...넘 멋지지... 밤에 보니 더 멋있네~ "

" 저게 우리집에서 보이는 그 거야... 그러게 밤에 보니 더 멋지네... "

우리집 거실에서 바라보면 정면으로 호수에 수중 고사분수가 설치되어 자주 보는 풍경인데...

밤에는 여러가지 색상의 조명이 반사되어 물줄기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펼쳐진다.

 

" 엄마~ 여기서 쪼끔 걸어볼까? "

" 그래볼까... 아이구~ 어지라워 쓰러질라고 그러는데... "

소양2교 무지개다리 인도를 따라 걷다가 엄니에게 운동 좀 시켜드릴려고 걸어보라 권한다.

" 엄마~ 다리 넘 멋있지... 저렇게 높아...집에서는 손바닥만하게 보이는데...와~ 크다~ "

" 자~ 어이구~ 잘하네~ 울엄마... "

엄니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주춤주춤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난 행여 엄니가 푹~ 쓰러져 다칠까봐 엄니 뒤에서 엄니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휠체어를 밀어

엄니가 언제라도 휠체어에 주저 앉을 수 있도록 바짝 긴장을 하며 뒤따른다.

 

엄닌 겨우 몸을 지탱하며 발자욱을 옮기기에 주변풍경은 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며 걷는다.

10여 미터즘 지났을까...엄니의 체력 한계가 나타난다. 주춤주춤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ㅠㅠ

" 엄마~ 그만해~ 그만 그만... 앉아~~ 앉아~~ "

그래도 엄니는 듣는둥 마는둥 고집을 피우고 조금이라도 더 걸어보려고 발걸음을 옮겨놓는다.

엄니 허리춤을 잡아 휠췌어에 엄니를 간신히 꿀어 앉히고 다시 휠체어를 밀고 걷는다.

 

자신의 힘으로 걸을 수 없다는 절망감...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실감

엄니의 그 마음을 알기에...산책을 나올 때마다 엄니에게 무리란 것을 알지만 꼭 걷기를 유도한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며 후둑후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 엄마~ 비오네...큰일났다...어쩌지... "

" 그러게...빨리 집으로 가야지... 괜히 엄마 데리고 나왔다가 옷 다 젖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

" 하나님...조금만 참아주세요...그저 우리가 집에 다 갈 때까지 조금만 참아주세요 "

엄니는 휠체어에 앉아 두 손을 합장하고 그저 비를 좀 참아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후후~ 어린아이처럼 맑은 심성을 지닌 울엄니...그 뜻을 하나님이 알아주시면 좋으련만...^^

 

빗방울은 점차 빨라지고...휠체어를 돌려 집으로 향하는 내 마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순간 준비한 우산을 휠체어 등주머니에서 꺼내 버튼을 누르자 우산이 엄니 머리 위로 확~ 펴진다.

우산을 펴 높이 들고 엄니 등뒤에서 귓속말로 엄니에게 나즉히 말했다.

 

" 엄마~ 하나님이 착하네~ 착한 하나님이야~ 엄마가 기도하니 금방 비가 멈추는 거 봐~~ ㅎㅎㅎ "
" 그러게~ 비가 안 오네... 어여 집에 가~~ 내가 충심으로 기도를 했더니...응~~ 들어주시네... "

하나님에 대한  그런 엄니의 간절한 바램을 들어주셨다고 좋아하시는 엄니의 기분을 망칠 수 없어

한 손으론 휠체어를 밀고 다른 한 손으론 우산을 높이 받쳐들고...다시 강둑으로 되돌아오는데

정말 비가 멈췄다. 그제서야 펼쳤던 우산을 엄니에게 보여주며 ㅎㅎㅎ 웃고 말았다.

 

" 엄마~ 정말 하나님이 착한가봐~ 엄마가 기도하니 들어주시잖아~ ㅎㅎㅎ "

" 에이~ 외미 놀구냐구(놀려대냐고...) 그러지... 어여 집에 가 또 비올라... "

 

2008년 7월 24일 (목) 비 많이 내리다 개이다 변덕스러운 날

 

거실에서 바라보면 수중분수대가 바로 마주 보인답니다. 소형디카로 잡아 그 화려함이

표현이 안 되는군요.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면 하루의 피로가 싹~ 씻기는 강변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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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갈비집에서 얼떨결에 카메라 플래쉬 세레를 받자 엄니는 얼떨떨하시는 표정이다 ㅎㅎㅎ

  창가 주변에 예쁜 화분들이 놓여 있어 닭갈비맛이 한층 맛있게 느껴졌다. 참 이상하지~ ^^

  겉에 입은 모자달린 자켓은 바람이 몹시 불어 임시로 내옷을 입혀드렸다.감기올까봐...휴~

 

           * 공지천 걷기-2부 *

 

점심무렵이 조금 넘어 출출한 허기를 느끼며 다시 애마에 올랐다.

리모델링으로 멋지게 단장한 닭갈비집 앞마당을 지나 본관 뜰 앞으로 들어갔다.

 

" 엄마~ 차에 잠간 있어봐~ 내가 우리가 앉을 자리 있나 알아볼께~ "

도우미 아줌마께 본관 주방 앞쪽에 특별히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아줌마들이 기꺼이 환대하며 창가에 예쁜 자리를 권해 주신다.^^

 

공지천에서 가장 가깝고 춘천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닭갈비집이다.

차에서 내린 엄니를 휠체어에 태워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 안녕들 하세요 아줌마...늙은이가 나이가 많아 이젠 걸음도 못 걸고(걷고)..."

" 할머니 아직 건강하신데요 뭘~ ^^ "

 

" 뼈없는 닭갈비로 2인 분만 주세요 아줌마~ " ^^

" 할머니 맛있게 드세요~ 가위 드릴까 잘라드시게? "

" 불판은 그냥 놔 두세요 저희가 저어드릴께요 "

" 네~ 고맙습니다 "

 

둥그런 불판 위에 닭갈비가 푸짐하게 올려져 서서히 김을 모락모락 피운다.

춘천이 낳은 향토음식 닭갈비는 요즘 뜨는 이야기로 웰빙 음식임에 틀림없다.

 

단백질이 많은 하얀 닭고기 살을 얇게 발라내어 일정시간 양념장에 재워두었다가

고구마, 양배추, 떡뽁이 떡 사래와 함께 구이용 불판에 올려 익혀 먹는 음식이다.

여기에 물김치와 양파, 마늘,깻잎,상추 등 부재료에 쌈을 곁들이면 아주 맛난다.

 

지방이 적은 하얀 닭고기 살은 저렴하면서도 영양 만점이다.

게다가 고구마, 양배추는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쌈재료인 깻잎, 상추, 마늘, 양파, 풋고추 등도 이미 잘 알려진 항암성분이 들어있는 식품이다.

또 비타민, 무기질, 철분 등 건강식단을 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이다.

 

" 엄마~ 아~ 해...이 거 먹어봐~ 떡이랑 고구마는 벌써 다 익었어 괜찮아 "

엄니에게 쫄깃쫄깃한 떡사래를 먼저 집어들어 가위로 잘라 입에 넣어드린다.

닭고기보단 떡사래를 더 좋아하는 울엄니...말랑말랑 씹히는 느낌이 고기보다 좋은가보다.

절임 마늘을 가위로 잘게 잘라 닭갈비와 함께 얹어 드리자 손사래를 치신다.

달콤한 양념장이 묻은 떡과 닭갈비만 좋아하시니...7살 어린애가 다 되셨다.^^

 

난 상추보단 깻잎을 더 좋아한다.

깻잎에서 풍기는 향긋한 냄새와 양파,풋고추가 어우러진 닭갈비맛은 그 어느 맛보다 좋아한다.

춘천에 살면 닭갈비와 접할 기회가 많지만 엄니가 의치라 씹는 것이 불편해 아주 가끔 찾는다.

웰빙시대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영양소만 들어있어 좋고 가격 또한 큰 부담이 없어서

이곳 사람들은 가족, 친지들과 모임이나 나들이길에 자주 찾는 음식이다.^^ 

 

춘천의 향토음식인 닭갈비는 무엇보다 둥그렇게 둘러 앉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닭갈비는 이미 조리된 음식이 아니고, 닭갈비가 익어가는 동안 둘러 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나누어 먹는 그 정감이 음식맛을 느끼는 것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나들이 길에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엄니와 단둘이 찾아가는 닭갈비집이지만 둘이 주고받는 분위기는 다른 음식과 다르다.

쌈을 싸 엄니 입에 넣어주고, 싫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엄니를 달래고, 그런 모습들이 정겹다.

춘천의 닭갈비는 서민들의 음식이라 그 양도 푸짐해 먹고 난 후 포만감(심리적)도 행복하다.

 

오늘도 엄니가 드시는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남길 수 없어 먹다보니 모두 바닦을 드러냈다.ㅎㅎㅎ

때론 닭갈비를 먹다가 남길 때는 도우미 아줌마에게 포장을 부탁하기도 한다.

울엄니는 음식을 남겨 버리는 것을 큰 죄악으로 생각하셔서 절대 남기면 안 된다.

가끔은 먹다 남은 닭갈비를 알류미늄 은박지에 싸가지고 나와 놀다가 출출할 때 한적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데워 먹는 닭갈비 맛은 마치 야외에 소풍을 나온 기분이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돌아보면 호수요, 산이요, 그 어느곳을 가더라도 늘 자연과 접할 수 있다.

자동차로 10여 분만 떠나면 어느곳이라도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다.

아마 이런 자연의 품 속에서 살아가기에 이곳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하고 여유롭지 싶다.

 

" 아주머니 잘 먹고 갑니다 "

" 네~ 할머니 맛있게 드셨어요 또 오세요~ ^^ "

울엄니는 참 예의도 바르지....어느 음식점을 가더라도 도우미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신다.

또 음식맛이 내 입맛에 좀 맞지 않아도 맛있다고 인사를 해야 다시 가면 잘해준다고 하신다. ㅎㅎㅎ

참 어찌보면 합리적인 생각이다...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모두 맞출 수 있니 하시며...^^

 

엄니의 인사를 뒤로 하고 다시 닭갈비집 마당에 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복숭아꽃, 살구꽃, 벗꽃, 진달래 개나리꽃 등 산자락에 자리한 닭갈비집이라 온통 꽃천지다.

" 아이 참~ 엄마 오줌 마려운데... "

" 엄마 차 뒤켠에 요강(이동식 좌변기-의료용이다) 실려있는데...뭘 걱정이야...오줌누면 되지... "

엄니는 앞자리에서 내려 차 뒤켠에 실려있는 좌변기를 향해 다시 불편한 몸을 옮기신다.

" 엄마~ 바지내리고...귀저귀 빼야지...잠간만...자 앉아... "

 

한 번씩 나들이길을 떠나면 챙겨야 할 것들이 넘 많아 때론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니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만큼이라도 건강을 유지하셨으면 한다.

 

" 엄마~ 오늘이 풍물시장 장날이야~ 장구경 갈까? "

" 어딘데~ "

" 엄마가 옛날에 혼자 다니던 데야...여기서 가까워~  "

다시 엄니와 나는  애마 속에 몸을 싣고 풍물시장을 향해 미그러진다.

 

   2008년 4월 12일 (토) 맑음 바람 불음

       *** 봄내지기 ***

      3부에서 계속 =>

   

 꼬맹이들이 텔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줌으로 담아보았다. 얼마나 깜찍하던지^^

 

시화전, 사진전 등 공지천 걷기는 춘천시민들이 함게 어우러지는 잔치분위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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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천 걷기 식전 행사에서 꼬맹이들이 텔미춤을 추며 참여자들의 흥을 돋구고 있다 ^^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던지...녀석들 넘 대견하다고

엄니는 흐믓한 표정으로 손벽을 치며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

 

                * 공지천 걷기 *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마음은 벌써 호수가를 거닐고 있다.

춘천시민 걷기 대회...춘천시와 시 보건소에서 주최하는 시민잔치다.

건강도시를 추구하는 춘천시의 독특한 시민참여 행사 [공지천 걷기]

아름다운 춘천...살기좋은 춘천...건강한 도시 춘천을 만들기 위한 행사

 

아침밥을 먹고 소파에 앉아 내가 출근하기를 기다리는 엄니에게

" 엄마~ 오늘 놀러갈거야~ "

" 어디루~ 일하러 가야지 놀면 어떡해~ "

" 엄마랑 봄바람 쏘이려구~ 오늘 토요일인데 하루 쉬지 뭐~ "

내심 엄니는 반기는 눈치다.

 

바람이 불어 날씨가 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제법 화창한 날씨였다.

작은 여행 배낭에 두유와 과자 등 군것질 거리를 챙겨넣고 출발했다.

호숫가를 돌아 빙둘러 펼쳐지는 행사장까지의 주변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무지개다리(소양2교)를 건너 겨울연가(드라마)를 촬영한 강변산책로를 따라

최지우와 배용준이 드라마 속에서 열연하며 보여준 명 장면들이 되살아난다.

내게도 단짝(?) 배우만 있다면 언제든지 그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을텐데...아쉽다ㅎㅎㅎ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드라마를 상상하는 즐거움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미 공지천 호수가 야외음악당 공원에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호수가를 빙둘러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벗나무들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렸다.

휠체어를 밀고 엄니와 함게 벗꽃 터널을 지나는 멋스러움이 가히 환상적이다.

  

식전행사로 벌써부터 음악소리와 어울려 에어로빅을 따라 하거나

가족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봄나들이에 들떠 있는 모습들이다.

행사장 주변에는호반의 도시 춘천을 배경으로 한 멋진 사진전시회도 열렸다.

 

엄니와 건강관리 홍보부스를 돌며 선물도 챙기고 참가 번호 스티커도 받았다.

무엇보다 보건소 에이즈퇴치 관리부서에서 나온 어느 여직원이 건네준 선물이 웃긴다.

그 이름하여 콘돔...이름은 많이 들어 익숙한데...마땅히 쓸 기회가 있을가 싶다.ㅋㅋㅋ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꼭 써먹어야 하는데...ㅎㅎㅎ)

엄니에게 보여주고 자랑을 하려해도 마땅히 이해시킬 멘트가 떠오르지 않는다.ㅋㅋㅋ

 

출발을 알리는 사회자의 안내 멘트에 한껏 들떠있던 모든 참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간다.

왕복 5km가 넘는 거리에 휠체어를 밀고 엄니와 나는 페이스를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

주변 공지천뜨락(실내 식물 정원)과 조각공원을 돌며 봄내음을 따라 산책을 했다.^^

 

파릇파릇 땅 속에서 봄소식을 알리는 이름모를 들풀, 들꽃들...그리고 화사한 벗꽃들

공지천 호수가 주변 산 허리에는 분홍빛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발하여 더욱 화사하다.

호수에 어리는 물빛...분홍빛 진달래...노랑 개나리꽃...연분홍 벗꽃...평화로운 모습이다.

봄은 언제나 새 생명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이 어울려 삶에 희망을 주는 행복한 계절이다.^^

 

" 엄마~ 여기좀 봐봐~~ 여기~~~ "

조각공원 산책로 벛꽃터널에 엄니 휠체어를 세우고 카메라 앵글을 맞추자

" 무슨 사진을 그리 많이 찍어~ 배고프다 이젠 빨리 가~ "

" 알았어 엄마~ 조오기~ 사진전시회 구경하고 닭갈비 먹으러 갈거야~ 엄마~ "

 

전시관 안을 들어서니 그 옛날 춘천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우리를 반긴다.

아주 어린시절 춘천의 시가지를 보니 정말 까마득히 추억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물질문명이 주는 편리함보단 그때 그시절 추억을 더듬어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다면

아마 불편함쯤이야 며칠 날려보낼 것 같아 정겨운 사진 속으로 빠져든다.^^

 

" 엄마~ 이 사진 좀 바바...처녀가 물동이 이고...이건 디딜 방아를 찧네~ 할머니가... "

" 저 애들 좀 바바 엄마~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나두 저렇게 컸겠지 엄마~ "

엄니는 그옛날 전통양식을 꾸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익숙한지 눈을 떼지 못한다.

 

엄니의 배고프다는 성화에 다음 기회에 다시 찾기로 하고 전시관을 나섰다.

전시관을 나와 조각공원 산책로를 따라 다시 공지천을 지나 차에 올랐다.

드뎌 기다리던 닭갈비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2008년 4월 12일 (토) 맑음 바람조금 붐

              *** 봄내지기 ***

              2부에서 계속 =>

 

행사 도우미들에게 둘러쌓여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울 엄니...울엄니는 인형들도 좋아한다^^

불편하다고 여름 고무줄 바지를 입고 속 내의는 다 나오고...바람이 불어 마스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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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집 앞 강둑산책로 벗나무 위에 개개비(?)가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무언가 바라보고 있다 ^^



               *경운기 할아버지*

 

따스한 봄햇살이 가득한 4월의 아침이 열리면 수면 위에 피어오르는 뽀얀 물안개가 나를 반긴다.

일터에 나와 일과 준비를 마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컴텨 앞에 앉아 글을 읽으며 음악을 듣고 있는데

"똑 똑 똑 "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내다보니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문밖에서 머뭇거리며 무언가 말씀을 할 듯 서성이신다.


" 할아버지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
창문을 열고 내가 먼저 말을 건네자 할아버지는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 여기서 경운기도 손 봐주는지...? "
말꼬리를 흐려 어렵사리 말을 꺼내신다.


"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 할아버지...경운기 어디 있어요? "

" 저 큰길가에 세워놓고 와서 내 가서 몰고 와야하우 " 하시며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 못 하시는 할아버지...


사연인즉...도시 주변에 농기계 수리하는 곳이 없어 (이곳에서 조금 외곽에 떨어진 마을에 살고 계셨다)

 몇몇 카센타에 들려 이야기를 하자 모두 모른다며 얼른 경운기를 다른 곳으로 빼라고 문전박대를 했단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주눅이 들어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 하시며 경운기를 길가에 세워놓고

조심스레 걸어오셔서 어렵사리 물어보시는 길이었다.

  

" 내 가서 경운기를 몰고 오리다...좀 봐 주..." 하시며 경운기가 있는 곳으로 가신다.

잠시후 퉁퉁 거리며 (ㅎㅎㅎ) 일터 마당에 정겨운 경운기가 들어와 멈추었다. 

사실 전날 맡겨놓은 자동차들이 마무리가 덜 되고 새로 맡긴 차들로 그리 여유있는 마음은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업소는 승용차만 전문으로 취급하기에 업소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어 화물차도 잘 안 받는

특수성이 있었기에 다소 난감했다. 그렇다고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예컨데...

트럭이나 찝차 승합차 등 다양한 차종을 받으면 일반적으로 전문업소 기능이 떨어지는 선입견을 받게 되어

우리 업소는 승용차만 취급을 한다. 그런데 일터의 마당에 경운기가 들어온다는 것을 생각하니 먼저 업소의

이미지가 그림처럼 떠올려진다.

그래도 어쪄랴...할아버지의 모습이 넘 안쓰러워 잠시만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경운기의 문제점은 시동키를 돌려도 시동이 안 된다.

농기계 전문은 아니지만 마이스터의 노하우를 살려 간단한 회로테스트를 해보니 시동스위치로 들어오는 전원

공급회로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10분만에 해결하여 시동키를 돌려 경쾌하게 경운기 시동을 걸어주자 할아버지는

안도와 기쁨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신다.

그동안 시동키로 엔진 시동이 안 돼 노약한 할아버지의 힘으로 시동을 걸기에 얼마나 힘에 부치셨을까?

 

" 할아버지 잘 고쳐졌어요 그냥 가져가셔서 잘 타세요 "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맡긴 자동차를 다시 손보기 시작하는데 마당 저편에서 할아버지는 길을 떠날 줄 모르고

주춤주춤 내곁으로 다가오신다 나는 다시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 왜 할아버지 다른 문제라도 있으세요? "
" 그게 아니고...내 그냥 가기가 미안해서... "  

하시며 웃저고리에서 꼬깃꼬깃한 만 원권 한 장을 꺼내어 내게 떨리는 손으로 내미신다.

울퉁불퉁 굵어진 손마디에 허름한 옷차림새,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하며,

순간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간다.

몇몇 카센타를 다니시며 문전박대를 받으셨다니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셨으면 저렇게 길을 못 떠나실까?

코끝이 찡함을 느끼며 다시 웃움띤 얼굴로 맞이했다.


" 할아버지...경운기는 고치는데 부품이 안 들어서 그냥 맘편히 가셔도 괜찮아요..어여 빨리 가세요 "

그래도 한사코 받으라고 하시는 할아버지의 끈질김 때문에...
" 그럼 오늘 할아버지 주신 돈으로 짜장면 사먹게 3천 원만 주세요 " 하자 그럼 5천 원만 받으란다.  

 결국 주유소에서 잔돈을 바꿔 5천 원을 내게 주신다.
" 할아버지 또 경운기 문제가 있으면 이리로 오세여~ "
" 그려~ 정말 나같은 늙은이를 생각해줘 고맙수... "

 

퉁퉁거리며 떠나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내 두 눈에는 또 다시 눈물이 흐른다.

이궁~ 저 하늘에 계신 생전의 아버지 모습이랑 무엇이 다르랴...ㅠㅠ

 

농촌인구의 노령화로 다 큰 자식들 밖으로 내보내고 아직도 힘에 부친 농기계를 다루고 계신 할아버지.

평균 수명을 바라보는 연세임에도 당신의 천직이요 업(應報)으로 생각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는 오늘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는다.

 

    2004년 4월 중순경 어느 따스한 봄날
                ***봄내지기***

이 글은 당시 써놓았다가 감정 조절이 안 되어...
묻어 두었다 다시 꺼내어 읽어보다 올립니다.
오늘 고향에 계신 부모님게 안부전화라도 꼭 드려보심이...^^

출처 : 경운기 할아버지 ^^
글쓴이 : 스타카센타 원글보기
메모 :

이 글은 울업소 홈피에서 발췌하여 옮겨온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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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 엄니와 강둑에 나가 돗자리를 깔고 별바라기를 하며 잠시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엄니 앞에 누워 솔솔 불어오는 강바람을 쏘이며 옛날이야기를 나눴다...카메라 후레쉬에 화들짝

            놀라 눈을 치켜뜨고...좀더 있다가 들어가자 해도 내맘을 몰라주고... 춥다고 자정무렵 들어왔다.


 

 

      * 느낌~!!! *

 

 

  " 엄마~, 바람쏘이러 갈까? 영화보러...'만남의 광장' 보러 가자 !! "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시던 엄니에게 귓속말로 들려드리자 엄니는 만면에 희색이 돌며 이내 옷을 찾아 입으려

하신다.

 

  올 여름은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려 밖에 나가는 것조차 고행이다. 세간의 소문으로는 '웰컴 투 동막골' 버

금가는 영화라고 들어왔던 터라 밤 시간 시원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더위를 피하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엄니의 정서를 고려해 함께 영화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지만 엄니가 좋아할만 한 내용의 영화라면 꼭 보여

드리려고 한다. 전에 ' 웰컴 투 동막골'도 엄니랑 함께 관람을 했다.

  엄니가 휠체어를 타고 영화관에 가면 가장 난감한 일이 지정된 좌석를 찾아가는 것이다. 관람석 사이를 비집

고 들어가는 것도 힘들고 통로도 계단으로 되어 있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엄니의 휠체어를 밀고 브라운 5번가 멀티 상영관 중 어느 한 상영관 입구에 다다르니 검표하는 직원이 친절하게 별도의 출입구를 열어 자리를 안내한다. 영화 내용은 엄니의 정서에 딱 맞을 것 같아 선택한 제목이다.

그 이름은......[만남의 광장]ㅎㅎㅎ

  영화는 삼청교육대로 끌려가다가 억세게 운이 나빠(?) 군용 트럭에서 굴러 떨어지는 남자 주인공(임창정)이 오지 마을을 가르키는 이정표가 발에 채여 방향이 바뀌면서 시작된다.(이하 스토리 생략 ) 무더운 여름날 그냥 웃음으로 더위를 날려버리는 재미난 영화였다.

                                                                  

                                                                 


↗ 여름날 더위를 피해 강둑에 나가 별바라기를 하며 담았다. 돗자리 펴고 누워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엄니랑 옛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정을 넘길 때도 있어 이슬이 촉촉히 내린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여름 밤이면 마당에 멍

석을 펴고 밤하늘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보며 달콤하고 쫀득쫀득한 옥수수를 길게 손으로 뜯어 먹으며 누

나들이랑 동요를 부르던 추억이 새록새록 난다.

                                                                  

    영화 줄거리에 졸지에 가짜 선생님 행세를 하게 된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오지 마을 이장님

처제(妻弟)와 맞선을 주선하게 된다. 맞선을 본 처제는 할머니에게 ' 느낌이 오질 않는다' 고 말하자

할머니(김수희) 왈~ (오른손 주먹을 쥐어 자신의 허벅지 사이를 안팍으로 오가며)

 " 야~ 느낌은 무슨 느낌~. 남자는 그저 몇번 들락날락해야 느낌을 알 수 있는 고야~. "

(탈렌트 김수희 특유의 억양으로 명대사가 흐르자 극장 안은 온통 웃음바다였다.ㅎㅎㅎ)

 

 흔히 어른들 말씀...^^

" 불끄면 다 똑같애! 똑같애, 그놈이 그놈이여 "

울엄니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린 시절 나에게 동

화처럼 들려주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이 이야

기는 어린 시절 엄니가 나에게 들려준 옛날이야

기 중 하나다.)

 

옛날에 아주 귀한 딸을 둔 아버지가 살고 있었

는데. 아버지는 딸의 혼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늘상 중매장이에게 딱지를 놓았단다.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어가며 초조해진 딸이 하루는 아

버지에게 멋진 제안을 했다대. 딸은 아침 일찍

점심밥을 정성들여 싸 아버지에게 건네며 특별

히 당부를 했단다.

" 아버지 이 점심밥은 꼭 물 좋고 정자좋은 곳에

  가셔서 드셔야 해요. "

" 오냐~, 그러마. "

 아버지는 딸이 싸준 점심밥을 지고 길을 나셨는데 이곳 저곳 구경하며 점심 무렵이 되어가자 딸이 일러준 약속을 지키려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을 찾아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끝내 찾지  못하자 딸이 싸 준 점심밥을 먹지 못 하고 그냥 집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 어느 여름날 밤, 강둑산책로를 걷다가. 엄니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실 때마다 강둑에 바람쏘이러 가곤 했다.


" 아버지 왜 밥을 잡숫지 않고 그냥 들고 오셨어요? "

" 네가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에서 먹으라고 했잖니.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곳은 없더구나. "

" 물이 좋으면 정자가 없고 정자가 좋으면 물이 없고. "

" 거봐요, 아버지. 그러니 웬만한 혼처가 들어오면 이젠 허락을 해 주세요. 아버지. "

 

  지금 생각하면 엄니는 어린 나(6남매)에게 중용(中庸)의 미덕을 깨우쳐주려고 하셨나보다. 14살 어린 나이에 3살 위인 아버지와 혼례를 치르고 '초야(初夜)'가 무서워 근 8개월을 버티셨단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 할머니께서 무척 아껴주셨다고 했다. 할머니가 주무시는 바로 윗방을 신방으로 꾸며주시고 할머니는 막내로 자란 아버지를 늘 단속(?) 하셨다고 한다. 엄니가 자꾸 초야를 미루니 아버지는 저녁만 먹으면 동네 학동들과 어울려 도방(글 공부하는 사랑방 같은 곳)에서 자고 새벽녘 들어오거나 아님 늦은 밤 들어와 할머니 곁에서 잠들곤 했다고 했다.ㅎㅎㅎ

 

  할머니는 아버지가 자꾸만 밖으로 도는 것을 눈치채고 어느 날 엄니를 따로 불러 '처음엔 다 그런 거란다'하시며 달래며 위안을 주시더란다. 결국 혼례 후 여덟 달(음 9월 스므날 혼례식을 올리고 이듬해 5월쯤)이 지나서야 초야를 치뤘다고 하셨다. 엄닌 초야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시며 애들한테 별소리를 다 한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실은 엄니가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면 마음속에 숨겨 둔 비밀이야기를 아주 잊어버릴까 봐 물어보았다.


2006년12월 초순, 엄니에게 안면 마비가 찾아왔다. 혹시 모를 위기감에 엄니만이 간직한 비밀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엄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엄니도 내가 이러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지 하며 이야기를 들려주셨지 싶다.

 

 

" 엄마~ 그때 느낌이 어땠어? "

" 어린 것이 뭘 아니! 그저 그런가보다 했지. "

" 그러고 나니 아버지가 달라졌어? "

" 그럼 달라지지.ㅎㅎ "

" 옛날 사람들은 참 좋았겠다. 그 좋은 시기에 혼

  례를 치르고 멋진 밤을 보낼 수 있었으니! "

" 음~ 아버지는 좋았겠다. 그 나이에 혼례를 치

  르고 각시랑 잠을 잘 수 있었으니. 요즘 사람들

  은 뭐람~ㅎㅎㅎ "

엄니가 ㅎㅎㅎ 하고 따라 웃으신다.

                                                                  





↗ 내 어린 시절 울엄니와 울아버지. 엄니는 내 바로 위 누나를 낳고 산후조리를 못 해 안면 마비가 왔다. 그 후유증으로 얼굴(특히 입) 한쪽이 약간 돌아갔다. 울 아버지는 내가 봐도 정말 멋지다.기골이 장대하여 중절모를 쓰고 나들이 할 때면 동네 사람들이 ㅇㅇ네 아버지는 멋쟁이라고 했다. 지금 입고 있는 옷들은 엄니가 직접 손으로 만들은 한복이다. 한복이 어쩜 저리도 잘 맞는지! 저고리 앞섶 동정 끝이 정확히 일치한다. 사극 드라마에서도 들죽날쭉 하던데. 음~ 울 아버지 멋쪄~! 나도 아버지만큼만 닮아 태어났다면 아직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을 텐데.ㅍㅎㅎ

 

 느낌~!!!

남여 관계에서 느낌이란 것이 과연 무엇을 말할까?

느낌이란 고정된 관념에서 때론 자신을 옭아매는 올가미로 작용하는 예도 적지 않다. 우리는 느낌이 좋다,란 말을 흔히 쓰면서도 정확한 개념을 정의하지 못한다. '느낌이 좋다'라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을 떠나서 그저 순간 마음에 비춰지는 일종의 상대적 자기만족이 아닐까? 도덕적 관념을 떠나서 가장 자유로운 남여 간의 느낌을 말한다면 외적인 모습에서 비춰지는 시각적 느낌에서 서로 일상에서 부대끼며 풍겨나오는 청각, 후각, 촉각 등 그 사람만이 지닌 향기 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낌을 찾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완성된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닌 함께 그림을 그리듯 서로 상대에게 자신이 바라는 느낌을 하나하나 새롭게 불어넣고 조각하는 창조적인 작업이 아닐지 싶다.^^


           

  매미가 가로등 불빛을 보고 날아와 내 부드러운 허벅지에 앉아 느낌이 좋았는지 떠날 줄 몰랐다. 녀석 아직 순수한 내 몸을 마구 마구 감상하다니!  비나이다 바나이다 매미 날개 같은 옷을 걸치고 두레박을 타고 하늘을 내려와  나의 부드러운 속살을 마구마구 감상할 선녀를 주세효~ ㅋㅋㅋ

                                                                               


   2007년 8월 20일(일) 맑음(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 봄내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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