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바라보면 안방 창가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어 사계절 내내 그 운치를
그려냅니다. 아침저녁으론 새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재잘거리며 놀다가기도 하고,
여름에는 매미들이 찾아와 한낮의 휴식을 취하며 맴맴~거리며 낮잠을 깨울 때도 있죠^^
아마 새들은 휴식도 즐기고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것 같아요. 모두 정다운 이웃들이죠 ^&^
* 여명 *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는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9시 뉴스를 보다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 빨리 일어나~ 얼릉~ 얼릉~ 일어나~ 시계 좀 봐라~ 몇 시인가 "
엄니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부시시 눈을 떠보니 방 안에 전등불은 환하게 켜져 있고
시간은 벌써 새벽 3 시를 알리고 있다.
씻지도 않고 저녁식사를 하고, 설거지도 않하고 잠이 들다니...이론이론....ㅠㅠ
깜짝놀라 황급히 눈을 뜨고 일어나 거실에 불을 밝힌 후 안방에 전등을 꺼드리고 샤워실로 향했다.
좀처럼 이런 일은 없었는데...엄니는 잠도 못들고 몇 시간을 기다리며 깨우고 또 깨우고 하셨을게다.
긴밤을 잠도 못 주무시고 아침밥 준비가 마냥 걱정이 되시는 울엄니...얼마나 애가 탔을까.
뽀얀 김을 내뿜으며 따스한 물줄기가 온몸을 타고 흐른다.^^
마음의 평온을 느낀다.
엄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난 후 일상의 모든 일은 후 순위가 되었다.
일터에서도....집에서도....밖에서도.... 엄니를 위주로 생각하며 모든 일상을 계획해야만 한다.
엄니가 쓰러지신 후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정신적인 무게였다.
엄니가 아픈 후 흰 머리카락도 제법 늘어 때론 엄니가 더 걱정을 하신다.ㅎㅎㅎ
타고난 성격이 좀 낙천적이고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습관이 된 나였지만,
마음을 비우고 주위를 돌아보며, 스스로 나를 격려하며 위안을 하고 힘을 얻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몰래 사악한 생각이 불현듯 들 때도 있어 지난 4월에는 한동안 스스로 많이 괴로워했다.
어느날 새벽녘 잠을 이루지 못해 홀로 컴컴한 거실에 나와 창밖 호수의 수면 위에 어리는 불빛을 바라보며
속내까지 주고받는 초등학교 여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친구가 걱정을 하며 일터로 찾아오기도 했다.
말끔히 샤워를 마치고 다시 거실 주방으로 나왔다.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히고 타이머를 맞춘다.
그리고 다시 내 작은 방으로 들어가 머리에 물기가 마르는 동안 다시 신문을 펼치고 앉는다.
낮시간에 읽지 못한 헤드라인을 따라 쭉 정독을 시작한다. 활자중독인지 신문이나 책을 읽는 시간이
난 무척이나 즐겁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정치면만 헤드라인을 읽고 모든 지면을 정독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신문을 다 읽고 거실로 나와보니 이미 밖은 여명이 찾아오고 있었다.
핸드폰을 바라보니 새벽 5시 15분...베란다로 나와 창문을 활짝 열어제쳤다.
느티나무숲에서 아침잠에서 깨어난 새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며 즐겁게 지저귄다.
두 팔을 들어올려 심호흡을 하니 상쾌한 아침 공기가 페부 깊숙히 들어오며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내가 살아 있어 이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될 수 있다는 사실에 포근한 행복함이 몰려온다.^^
호수에 비추던 가로등 불빛도 자취를 감추고 무지개다리 위로 자동차들이 하나둘 새벽 공기를 가른다.
또 하루가 시작되는 이 순간...늘 그렇듯이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한다.
" 오늘도 저에게 주신 새로운 삶을 감사히 생각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을 사랑하겠습니다. "
" 새들도...나무들도...꽃들도...저 호수의 물결도...바람도... 사랑하겠습니다 "
다시 안방으로 들어와 엄니 곁에 조용히 몸을 눞힌다.
엄니의 숨소리가 느껴진다. 쌔근쌔근 아가의 숨소리처럼 조금 바쁘게 느껴지는 엄니의 숨소리...^^
언제까지 저 숨소리를 곁에서 느낄 수 있을지...
엄니는 밤새 나를 깨우려다 새벽잠이 들었는지 창밖은 이미 날이 밝았는데...아직 단잠에 빠져있다.
엄니의 야윈 손목을 살며시 부여잡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오늘도 엄니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언제까지 엄니의 체온을 곁에서 느낄 수 있을지...
맘속으로 작은 바램을 외쳐본다 ^^
" 엄마~... 엄마가 곁에 있어 제가 힘을 얻고 살아간답니다. 오늘도 밥 잘 먹고 집 잘 지켜야쥐~ "
2008년 5월 22일 (목) 맑음 새벽 먼동이 트며...^^
*** 봄내지기 ***
시도때도 없이 엄니에게 카메라들 들이대어 모습을 담았는데...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아마 지난해 여름 어느 날인 것 같다. 위에 입은 옷은 어느 해 작은형(?)이 생신 때
사드린 것인지...겉에 입는 스웨터와 한 조로 된 옷...난 엄니 옷을 사드리지 않아 ㅎㅎㅎ
한평생 우리 6남매를 키우시기에 구루무 한 번 바르지 않으시고 오직 농삿일과 거친일로
굳은 살이 박히고...뼈마디만 앙상하게 남은 엄니의 거룩한 손...마음이 아리다 ㅠㅠ
지난해 엄니가 병원에서 퇴원 후 어느날 엄니의 두 손을 담아두었다. 저 굵어진 손마디...
주름진 손 마디마디 6 남매를 키우시며 남은 삶의 흔적이시다. 후일 엄니의 손을 엄니가
하늘로 떠나신 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자주 잡아드려야 하는데...마음이 아리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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