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이외수

이제는 뒤돌아 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 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 죽여 흐르는
불면의 강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살해한다

모래바람 서걱거리는 황무지
얼마나 더 걸어야
내가 심은 감성의 낱말들
해맑은 풀꽃으로 피어날까

오랜 폭설 끝에
하늘은 이마를 드러내고
나무들
결빙된 햇빛의 미립자를 털어내며 일어선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 가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봄내지기2008.02.27 12:51

이외수님은 인생의 깊은 통찰을 통해 정제된 글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어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춘천에 계시다가 지금은 화천에 [감성마을]이란 문학촌을 만들어 그곳에서 작품활동과 후학들을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감성마을]-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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