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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나들이] 경춘선 기차여행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 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김현철 "춘천가는 기차" 중에서).
경춘선 기차여행은 시름을 털어내고 추억을 가득 채워 돌아오는
유쾌한 일탈이다.
주말여행의 불청객은 귀가길에 맞는 교통체증이다. 집에서 멀리 떠날수록 돌아오는 길의 고행도 심해진다. 학창시절 한번쯤 경험했던 기차여행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춘천가는 기차, 경춘선을 타고 가는 여행이다. 경춘국도(46번 국도)와 북한강을 나란히 두고 달린다. 차창 가득 펼쳐지는 가을들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가슴 가득 추억을 담아 올 수 있는 경춘선여행코스를 소개한다.
대성리역(031-584-0616)
대학생들 MT명소답게 푸른빛 젊음이 펄떡

청량리역을 출발한 기차가 성북, 퇴계원, 사릉, 금곡, 마석역을 지나, 대성리역에 도착하면서 경춘선 기차여행은 시작된다. 차창밖으로 북한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도권 대학생들의 MT코스로 널리 알려진 북한강변 대성리관광지와 불과 100㎙거리다. 산책로, 야영장, 피크닉장 등을 갖추고 있다. 면적이 8만평에 달한다. 취사도 가능해 경제적인 여행을 원하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좋다. 강가에서는 지금도 보트를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청평역(031-584-0012)
경춘선 여행의 백미, 강태공에게 인기있는 청평호

대성리에서 청평역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경춘선여행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기차아래로 보이는 북한강과 청평호반이 아름다운 전경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강 건너 화야산의 경치까지 더해서 빚어내는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산장유원지, 청평안전유원지 등 야영장이 널려있다.
580만평 규모의 청평호는 수상스포츠는 물론 낚시를 즐기려는 강태공에게도 인기가 있다. 버스로 20분이내 거리에 축령산, 화야산 등 수도권 대표적인 명산들이 즐비하고 영화 ‘편지’의 주무대로 유명한 아침고요원예수목원(031-584-6703)도 멀지 않다.
가평역(031-582-7788)
10분이면 닿는 남이섬, 산책로에서 속삭이던 사랑

가평역을 찾는 관광객의 절반이상은 남이섬(031-582-2181)을 가기 위함이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이면 선착장에 도착한다. 섬둘레에 심어진 자작나무를 따라 걷는 산책로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이 곳에서 촬영된 이후 동남아 젊은이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관광지중 하나가 됐다. 회전목마, 모노레일, 낭만열차 등 선착장에서부터 놀거리가 널렸다. 섬주위를 일주하는 래프팅과 모터보트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단풍이 시작되는 10월에는 섬만 바쁜 것이 아니다. 인근 명지산은 고목과 기암괴석과 빚어내는 가을 단풍이 압권. 소요산?함께 수도권 대표적인 단풍산으로 알려져 있다. 용?승천하면서 아홉구비 그림을 빚어냈다는 용추구곡과 수도권 유일한 청정계곡인 적목용소 등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
강촌역(033-261-7788)
아홉빛깔 구곡폭포, 밤바람에 떨어질듯한 별빛

강이 있는 촌이라는 뜻의 강촌은 시골적인 맛을 고스란히 담은 이름. 하지만 일제시대이전, 물가마을이라는 지명이 오히려 운치가 있었던 것 같다. 지명과 어울리지 않게 경춘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역이기도 하다. 강북으로 삼악산, 남으로 봉화산이 병풍처럼 드리우고 있어 수도권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다.
역에서 4㎞가량 떨어진 봉화산자락에 위치한 높이 47㎙의 구곡폭포(033-261-0088)는 아홉구비 물줄기가 아홉가지 소리를 낸다고 한다. 내친김에 깔딱고개너머 2만여평의 분지에 형성된 문배마을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강건너 삼악안 아래에 있는 등선폭포는 아기자기한 모습이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폭포에서 정상까지의 길도 험하지 않아 초보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남춘천역(033-257-7022)
의암호, 춘천호, 중도, 위도서 호반의 도시 진면목 느껴요

춘천을 왜 호반의 도시라고 부르는 지 알고 싶다면 이 곳에 내리면 된다. 버스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공지천을 시작으로, 의암호, 중도, 위도(고슴도치섬), 춘천호으로 이어지는 춘천의 대표적인 호수공원의 호젓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원래는 소양강과 북한강의 합류지지만 의암댐이 생기면서 호수가 됐다. 얼음이 어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연중으로 각종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위치한 유료낚시터에서 잉어와 붕어를 건지는 손맛을 맛본다면 금상첨화.
춘천역(033-255-6550)
닭갈비 부르고 막국수가 손짓하는 명동골목으로 오세요

경춘선 여행의 종점이자 시작점이다. 때맞춰 춘천국제만화축제가 9~13일까지 수변공원과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 열린다.
춘천에 왔다면 빼놓지 말아야할 먹거리. 닭갈비와 막국수다. 춘천역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인 명동닭갈비골목에는 20여개의 닭갈비업소가 성업중이다. 요금은 2,000원가량. 어느 곳을 가도 맛있다.
뼈없는 닭갈비는 1인분 7,500원, 뼈있는 닭갈비는 6,000원. 조금 비싸다 싶지만 3명이 2인분을 시켜도 충분하다. 메밀가루를 반죽한 면을 김치나 동치미국물에 말아낸 막국수는 4,000원에 맛볼 수 있다. 이밖에 총떡, 칡국수, 모래무지찜도 춘천이 자랑하는 향토음식.
의암호와 함께 춘천의 대표적 호수인 소양호(033-250-3225)도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 유람선을 타고 강건너 청평사와 오봉산을 오르면 호수와 산을 동시에 즐기는 두가지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입장료와 도선료를 합해서 5,000원.
그 밖의 간이역
가평역과 강촌역사이에 있는 경강역(033-263-7878)은 영화 ‘편지’에서 최진실과 박신양의 만남의 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강촌역과 남춘천역 중간의 신남역(033-261-7788)은 드라마 간이역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 역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소담하고 맛갈나는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전형적인 시골 간이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는 길
청량리역에서 매일 오전 5시25분 부터 오후 10시30분(무궁화호)까지 하루 20차례 운행한다


사랑이 깊어지는 여행지

밀 때 밀고, 당길 때 당겨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여름은 분명 ‘사랑을 당길 때’다. 녹음 짙은 숲길에서, 낭만이 깃든 간이역에서, 노을 지는 강변에서 사랑을 당긴다. 사랑 때문에 앓게 될 ‘몸살’은 나중 문제다.


사랑은 기찻길을 타고
연천 신탄리역


평행하게만 달리는 기찻길.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기에  기찻길은 종종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이 된다. 하지만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기찻길도 종착역에 이르면 하나로 합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달리기를 중단한다. 종착역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 사랑이 머물 테니까. 그 종착역이 오두막집같이 작고 정겨운 역사(驛舍)라면 더욱 좋겠다.

경기도 연천군의 신탄리역은 경원선 철도의 최북단이다. 서울 용산에서 시작된 기찻길은 원산까지 뻗지 못하고 철도 중단점 표지판 앞에서 멈췄다. 경기도 의정부를 출발한 다섯 량짜리 ‘ 꼬마기차’도 플랫폼에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한다. 고른 숨을 몰아쉬며 오던 길을 되돌아갈 채비를 할 뿐이다. 그런 탓에 플랫폼 뒤쪽의 약 300m 구간의 철길은 기차가 다니지 않아 철길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탓에 철길 주변은 잡풀이 듬성듬성 자라 있다. 건널목의 차단기 역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이 하늘을 향해 있다. 두 곳 모두 연인들의 산책로로 남았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든 한 쌍의 연인이 앞을 바라보며 걷는다. 그들 앞에서 서로 떨어져 달리던 기찻길이 하나로 포개진다. 그 각도가 급하지 않고 완만하다. 마치 물이 흐르듯 은근하게 섞여든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모습도 이와 닮았다.

중년의 부부가 뒤를 돌아본다. ‘왜 좀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 그들은 평행한 기찻길처럼 따로 걸어온 시간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을 게다. 자신들의 사랑이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것을,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랑이 더욱 깊어진 사실을 말이다. 역사 옆에 우뚝 선 고대산이 사람들의 사랑을 보듬는다.

신탄리역 기찻길은 비 오는 날 더욱 운치가 있다. 맑은 날이라면 아침이 산책하기에 좋다. 40여 년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 안에서 데이트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만하다.

찾아가는 길 ●수유리에서 3번 국도를 따라 철원 방향으로 약 1시간을 달리면 신탄리역 이정표가 나온다. ●신탄리역 031-834-8887


사랑한다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춘천 남이섬·경강역


울창한 숲, 너른 잔디밭, 섬을 돌아 흐르는 북한강. 사랑을 속삭이는 데 필요한 전부를 갖춘 남이섬은 연인에게 분명 매력 있는 곳이다. 어디에서든 분위기가 무르익을 테니까. 가평 선착장을 출발한 배가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여 분. 하지만 흥분과 설렘을 다스리기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섬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연인들은 참아 왔던 사랑을 발산한다. 서로 허리를 보드랍게 감싸안고 팔을 살포시 끌어안는다. 고즈넉한 숲길로, 벤치가 있는 강변으로 짝을 지어 발길을 재촉한다. 타인의 시선을 무시한 채.

남이장군의 묘가 있어서 이름 붙여진 남이섬. 하지만 남이섬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장군이 아니다. TV 드라마 <겨울연가>의 ‘준상’과 ‘유진’ 그리고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다. 이들의 흔적이 깃든 곳은 젊은 연인의 성지가 됐다. 연인들은 두 사람의 발자취를 쫓는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에서 산책을 하고, 두 사람이 첫 키스를 했던 강변의 벤치에서 그들의 사랑을 흉내낸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아보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사랑이 무르익으면, 조금 더 깊은 밀어를 건넬 장소를 찾는다. ‘준상’과 ‘유진’이 머물렀던 곳은 적합하지 않다. 관광객이 많은 탓에 자칫 분위기가 산만해질 수 있으니까. 섬 남쪽의 숲길을 따라 걸어본다. 곳곳에 작고 아담한 벤치가 많은데다 강과 가까워 운치가 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더욱 낭만적일 게다. 가평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첫배 시간은 오전 7시 20분. 새벽에 부지런을 떨면 아련하게 퍼지는 물안개를 볼 수 있다. 남이섬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하룻밤 묵을 요량이라면 일몰의 순간도 챙겨 보자.

가평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경강역. 이곳에도 아름다운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영화 <편지>의 두 주인공 ‘정인’과 ‘ 환유’의 사랑이 경강역에서 시작된다. 연인들은 두 주인공이 마주치던 간이역을 떠올린다. 향나무 벤치에 앉아 두 사람의 사랑을 음미한다. 환유처럼 편지 한 통만 남겨 두고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66년 된 소담한 역사(驛舍)와 정원은 그 약속의 증인이 된다. “ 기차를 타지 않는 분은 나가주세요”라는 안내방송이 이들의 귀에 들릴 리 없다. 원래는 안전 때문에 플랫폼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이 금지돼 있단다. 하지만 기차를 타고 오면 역을 둘러볼 시간을 벌 수 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하루 다섯 차례 이곳에 정차한다.

찾아가는 길 ●46번 국도를 타고 가평 SK경춘주유소 사거리에서 우회전, 2.4km 직진하면 남이섬 선착장이 나온다. 가평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춘천 방향으로 약 20분을 달리면 오른쪽으로 경강역 이정표가 나온다. ●남이섬 031-582-2181, 경강역 033-263-7878


서로 무릎을 베고 누워도 어색하지 않은 곳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여름이 되면 축령산에 생기가 돈다. 싱싱한 초록빛이 산자락을 타고 천지로 흩어진다. 나무가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가 수목원 입구를 가득 메운다. 들이마신 공기가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이제 사랑할 준비는 끝났다. 상대에게 순수한 마음을 전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가족과 친구끼리 찾은 이들도 있지만 수목원의 주인공은 단연 연인이다. 수목원은 이미 그들 차지다. 연인들은 버드나무, 느릅나무, 수양벚나무가 늘어선 능수정원을 걷는다. 단아하게 늘어진 나뭇가지가 따가운 햇볕을 막아준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를 감싸안는다. 푸른 잔디가 깔린 아침광장에선 서로의 무릎을 베고 누워도 어색하지 않다. 아예 나란히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수목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하경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사랑은 절정에 달한다. 수풀이 적당히 우거진 벤치에 앉아 하경정원과 아침광장을 바라보며 서로의 온기를 공유한다. 꽃이 만개한 하경정원에도, 침엽수 숲에서도 사랑이 싹튼다. 수목원을 감싸고 도는 아침계곡과 에덴계곡에서도 어김없이 젊음이 느껴진다. 두 사람은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여름을 함께 보낸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그 이름처럼 조용한 아침에 더욱 아름답다. 선선한 아침 공기가 내려앉은 곳이면 어디에서든 사랑의 달콤함이 배가된다. 하절기(4~11월) 개장 시간은 오전 8시. 특히 비가 온 직후, 축령산 중턱에 구름이 걸린 광경은 장관이다. 하경전망대, 하경정원, 아침광장 등에는 사람이 많다. 반면 수목원 가장자리에 위치한 성서산책로나 침엽수정원, 도원찻집 앞 계곡 등은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숨겨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기에 부담 없는 장소다. 여름이 되면 아침고요수목원에 생기가 돈다. 그곳에서 연인들은 생기를 띤다.

찾아가는 길 ●4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청평검문소 사거리에서 현리 방향으로 좌회전. 7km 직진하면 아침고요수목원 이정표가 보인다. ●아침고요수목원 031-584-6702∼3


노을 진 강변에 앉아
양수리 강변연가


각각 흘러온 두 강(江)이 만난다. 흘러온 길도, 중간에 만났던 것도 서로 다르다. 하지만 둘은 이질감을 느끼지 않나 보다. 거부하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쌓였던 고단함을 서로 어루만져준다. 자연스럽게 하나가 돼 흐른다. 바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의 모습이다. 사랑도 어쩌면 이와 닮았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만나 같은 길을 걸어갈 계획까지 세우니까 말이다.

양수리에 접어들어 다산유적지 뒤쪽으로 차를 몬다. 인적이 없을 것 같은 그곳에 ‘강변연가’ 카페가 있다. 초가집 형태의 건물이 수풀과 어우러져 정겹다. 카페촌이 아닌데다 민가도 거의 없어 한적하다. 풀벌레 소리와 바람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객을 반긴다.

한여름 카페 앞은 온통 초록빛이다. 앞마당의 잔디와 강 기슭의 연잎이 내뿜는 초록이 교묘하게 엉켰다. 청춘이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느낄 만하다. 울타리가 두 곳의 경계를 표시해 준다. 뜰이나 카페 주변을 산책하는 동안 사랑이 깊어진다. 뜰 한쪽에 마련된 나무그네가 눈길을 끈다. 그네에 앉든, 울타리 가까이 마련된 테이블에 앉든, 그순간 사랑이 요동친다. 두 사람은 자신들 앞에 흐르는 강물처럼 각자의 삶을 보듬을 준비를 할 것이다. 어느새 노을이 진다. 노을은 두 사람의 사랑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강변연가’에선 식사를 할 수있다. 게다가 숙박 시설도 갖춰져 있다. 승용차가 없으면 찾아가기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찾아가는 길 ●팔당대교 지나 6번 국도를 타고 가면 ‘다산유적지’ 이정표가 나온다. 다산유적지 주차장에서 ‘강변연가’ 이정표를 따라 200m 직진. ●강변연가 031-576-1010

운두령과 진고개 중심의 드라이브 코스 둘

고개에 오르니 운무 속에 두메산골이 잠겼네

운무낀 진고개 가는길. 오대산에서 강릉으로 곧바로 넘어가는 길이다.


오대산국립공원 일대는 월정사와 상원사 등 유서깊은 사찰과 방아다리,상봉,송천 등 이름난 약수, 운두령 넘어 내린천으로 이어지는 두메산골의 정취, 최고 피서지 소금강이 어우러져 가족을 동반한 여행지로 손색 없는 곳이다. 길 또한 웬만한 곳은 포장이 되거나 다듬어져 있어 승용차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진부를 기점으로 운두령 방면의 오대산 서부와 진고개 방면의 오대산 중북부의 드라이브 코스를 집중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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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길잡이


확장 공사후의 영동고속국도는 체증이 풀린 듯 시원스럽다. 평일이라 날아갈 듯 질주하는 차들과 섞여 진부로 달린다. 원주, 둔내, 가산 이효석의 생가가 있는 봉평으로 통하는 장평인터체인지도 지난다.
몇 년 전인가 메밀꽃이 흐드러지던 9월, 봉평에 갔던 차에 가산 선생의 생가를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휴가철 6번 도로의 체증을 해소한다며 생가 앞은 4차선 도로 확포장 공사로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지금쯤은 시골의 한가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겠지. 상념에 빠지는 동안 이내 속사인터 체인지다. 오대산지척에 와 있다.

오대산을 처음 올랐던 게 벌써 15년 전인가. 기억이 희미하다. 오대산 종주가 목적이었던 그때 월정사와 상원사까지 먼지 날리며 걷던 일과 태풍 속에서 강행한 위험천만한 소금강 하산길 장면만 퇴색한 사진처럼 떠오른다. 운두령에 올라보면 먼빛으로 오대산이 보일까.
70년대 초중학생 '문화영화'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이승복'기념관을 지난다. 운두령 가는 길은 감자밭과 하얗게 꽃 핀 감자꽃 천지다. 그런 강원도의 풍경에 넋을 잃어 갈쯤 '감자꽃 필 무렵'이란 간판을 붙인 카페가 나타나 난데없는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하지만 뭐 어떠랴. '메밀'이 '감자'로 둔갑하는 것쯤이야 손님을 끌기 위한 애교로 봐줄 수도 있지 않은가.

삼봉약수로 가는길의 56번 국도의 꽃길. 저 꽃이 외래종인 멕시코해바라기 대신 우리 들국화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식당과 민박집이 띄엄띄엄 보이는 운두령 가는 길은 고즈넉하다. 해발 1089미터의 운두령. 오늘도 역시 비가 온다. 이번엔 소나기다. 운두령쉼터의 팔각정에 앉으니 고개를 향해 '적군처럼 진주해오는' 운무에 온몸이 움츠려진다. 기실 운두령에서는 오대산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저 오대산 물 먹고 둥지를 튼 산골 동네를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 오대산이 베푸는 안온함을 느낄 수 있으면 족하다. 운두령이 살가운 느낌을 주는 이유는 어쩌면 오대산을 닮은 두여인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움막 같은 운두령쉼터. 비포장의 세월부터 11년째 이 고개에 소박한 쉼터를 낸 그이들은 비온 날에 만나면 더욱 온기가 느껴진다.
고개 넘어 홍천의 자운리에 사는 쉼터 주인에게서 이 골짝 저 골짝 내력을 듣다 보니 어느새 비가 멎고 운무가 걷히기 시작한다. 평창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둔 홍천땅은 훨씬 한가롭다. 그 풍경은 꼭 하루중 가장 나른한 3~4시 무렵, 닭우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기분 같은 것이랄까. 어서 빨리 내린천에 가서 발을 담가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친다.

월정사 일주문. 일주문을 마주 대하면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진다. 그런 다음 걷는 전나무숲길은 사색의 길이다.

56번과 446번이 갈라지는 내린천 드라이브 코스의 입구. 내린천은 이제 끝장났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인공이 가미되지 않았던 내린천의 제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렇다.
도로가 열리지 않고 걸어서야 당도할 수 있었던 강가 비포장길.
인제 상남으로 이어지는 446번 도로가 바리케이드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곳에 이르면 개인산의 높다란 턱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그곳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꺾으면 중세의 그림 같은 살둔산장이 서있다.
어떤 이는 일년에 꼭 며칠씩 들어와 그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도회지로 돌아가곤 한다고 한다.
이끼를 덮어놓은 듯 청록빛 함석지붕 안에서 하염없이 내린천을 바라보며.

포장이 되고 멋없는 민박집이 들어섰어도 내린천은 여직 아름답다는 데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다.
구불구불 흐르는 사행천이 빚은 뼝대. 영월의 동강에 못지 않은 비경을 간직한 내린천 저 건너편으로 강마을 야현골이 유혹한다. 발을 돌리기가 서운하다면 지척인 삼봉약수는 다음날로 미뤄도 괜찮다.
한가로운 내린천 가를 배회하고 이 골짝 저 골짝을 기웃거리다 산골의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잠들어 보는 것이 어디 아무때나 할 수 있는 일일까.

운두령 ~내린천 ~삼봉약수 코스에서 두메산골의 한가로움을 느껴본다면, 오늘 월정사와 상원사를 거쳐 진고개 넘어 소금강까지는 사람이 제법 복작거리는 관광지이다.
그러나 이곳을 보지 않고서는 오대산을 다녀갔다고 할 수 없으리라. 방아다리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마음을 가다듬고 월정사로 든다.

운두령에서 내려다본 홍천 창촌리의 전경.꽃밭이 이채롭다.
강원도의 구황채소였던 감자. 6~7월이면 새하얀 감자꽃이 피어 들판을 가득 메운다.

일주문을 마주 대하면 늘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전나무 숲길을 사색에 잠겨 걸어가게 된다.
요즘 절은 어디를 가나 불사로 어수선하다. 월정사 역시 마찬가지다.
걷기를 마다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대웅전 앞까지 차로 드러갈 수 있도록 하자니 여기저기 손볼데가 많아지는 것이다.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팔각구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을 본 후 성보박물관에 들어가 본다.
대개의 박물관들이 그러려니 했던 선입견과는 달리 월정사와 상원사의 내력을 상세히 알 수 있어서 들러보길 참 잘했다 싶다.

오대산 월정사로 드는 그윽한 전나무숲길. 숲길 중 25미터 구간에 400~500년생 나무가 아홉 그루가 있었다는 아홉수에 관한 안내문도 만날 수 있다.


상원사는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는걸 보면 하안거에 들어간 듯하다. 상원사로 가는 동안 내내 지허스님의 '산중일기'를 생각했다.
서울대 출신의 지허스님이 상원사에 1년을 머무르면서 선방의 생활과 정진의 고뇌를 담담히 기록한 일기를 엮은 그 책은 6.25 후의 상원사의 모습을 얼핏 다큐켄터리처럼 전해주었다.
그러나 개울을 수없이 건너고 독가촌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는 옛 상원사 가는 길의 정취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상원사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주차장 입구에 선, 세조대왕의 옷을 걸쳤다는 관대걸이다. 스님에게 예불시간을 알려주었을 종소리는 어떠했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천상 조각미가 극치라는 이 동종은 애석하게도 바람도 통하기 힘든 어두컴컴한 비각에 갇힌 신세다.
영산전에 올라서면 연꽃 형상의 오대산 산세가 눈에 들어오니 상원사가 870미터 가량 되는 높고 깊은 산중의 절임이 실감난다.
높은 곳에 있어 겨울이 더 빨리오고 유독 길고 추웠던 상원사에서는 '김장울력'이야말로 겨울 채비의 가장 큰 일거리였다니.

세조대왕이 친견했다는 문수동자상을 모신 청량선원도 출입금지다.
스님두분이 기지개를 펴며 선방에서 나온다. 공양과 역간의 휴식 시간, 취침시간을 빼면 죽비소리에 맞춰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는 하안거중인 스님들.
상원사는 지금도 이름난 참선도량이다.
상원사를 내려오는 길에는 오를 때 지나친 부도밭을 꼭 들러볼 일이다.
6.25전쟁때 진화 될 뻔한 상원사를 몸으로 막아 지킨 방한안스님을 비롯해 탄허스님, 의찬스님 등 상원사를 살찌운 스님들의 자취를 이곳에서나 더듬어볼 수 있다.

두메산골 풍경을 간직한 내린천의 비경.

청량한 마음 되어 이제 오대산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6번 도로를 따라 소금강으로 향한다.
진고개에 다다르자 또다시 운무가 몰려온다.
역시 백두대간은 백두대간이다.
오대산 첫산행때, 우리 동료들은 폭우를 뚫고 비로봉에서 동대산을 지나 이 진고개를 넘었다.
한창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던 진고개 산장에 짐을 풀고 코펠에 빗물을 받아 밥을 지어 먹었던 15년전.

그리고 그 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폭우 속의 소금강으로 하산을 감행했던 것이다.
때로 기억은 여행을 더 즐겁게 한다. 그때 폭우속에서 본 구룡폭포는 잘 있는지.
소금강을 거슬러 오른다. 소금강을 계곡은 축축하다 못해 냉기가 감돈다.
그리고 저 계곡끝 노인봉산장을 지키는 성량수 노인의 껄걸 웃음이 들리는 듯해 고개를 드니 어느새 구룡폭포가 눈앞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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