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피어나는 야생화 산책로]...[사랑과 행복이 샘솟는 거리] ...강둑 산책로....^^

지금은 길옆 풀섶이 더 무성해져 밤이면 야생화가 달빛에 비춰 그윽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아침 저녁으로는 워크홀릭에 빠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책을 즐긴다 ^^

길 양쪽으로 나무숲이 무성한 곳도 있다...연인들이 걸어가며 짜릿함을 즐기기고 한다 ^^

 

           * 에이~ 화딱지가 나서... *

 

출근 전 냉장고에 남아 있던 야채와 과일 몇 가지를 종이상자에 담는다

늘 마음만 앞서 냉장고에 재료가 있음에도 이론과 현실의 벽에 부딪쳐

냉장고 안에는 야채들이 원성을 지르며 주방장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엄니가 건강하실 때는 야채를 주로 사용하여 반찬을 만들곤 하셨는데

특히 나물종류와 된장찌개는 손맛이 묻어나 늘 식사시간이 즐거웠다

졸지에 초보 주방장이 된 나는 엄니의 조언을 들어가며 심혈을 기울여도

그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냉장고에는 늘 야채가 남아 돈다

 

" 엄마~ 이거 다 누나네 줄려고 하는데... "

" 호박은 넣지 마라 우리식구나 먹게...참외도 다 넣네~ 두 개만 갖다줘~"

"  그래도 그집은 우리보다 맛있게 잘해 먹어... "

" 호박...무우...참외...포도...자두...아우~ 도데체 몇 가지야... "

" 맨날 사다가 먹지도 않고 냉장고에서 굴리다가  갔다주고...그럴라면 사오지 마라 "

 

평소 건강하실 때는 당신 스스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누나들이 오면 하나라도 나눠주시려고 했는데 웬지 아쉬움이 많으신가보다

호박은 작은 누나가 직접 텃밭에 심어 따온 것이라 탱글탱글 아주 맛나게 생겼다

그래서 엄니는 더 아쉬운 애착을 갖고 계시는 듯하다

 

" 그럼 호박 두 개하고 참외랑 포도랑 글구 자두랑...무우도 줘야지~ "

" 엄마~ 이 호박엿 먹고, 테레비도 보고, 강둑에 멋진 영감 지나가나 잘 보고... "

엄니의 귓가에 속삭이며 입에 호박엿(청우식품)을 까서 넣어드리자

엄니는 거실 의자에 앉아 홀로 떨어지는 아이처럼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신다

 

낮시간엔 나와 떨어져 홀로 집에만 계시며 늘 지루함을 호소하는 울엄니...ㅠㅠ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려고 언제나 출근시간엔 호박엿과 농담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그래서...

" 엄마 우리도 강아지나 고양이 사다놓을까? 엄마랑 같이 놀게..." 하면

" 똥싸고 오줌싸면 몸도 맘대로 못 가누는데 누가 치울라고..." 하며 손을 내젓는다.

그렇다고 부쩍 고집을 피우며 사다놓았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닐지 고민스럽다 ㅠㅠ

 

종이상자에 주섬주섬 야채와 과일들을 담아 손을 흔들며 현관문을 나선다

일터에 나와서 점심무렵이 다 되어서야 큰누나네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큰조카애 딸아이가 먼저 알아보고 반긴다

올해 네 살인 딸아이는 내게 손자뻘이니 나를 삼춘할아버지라고 부른다

 

" 엄마~ 삼춘 할아버지... " 하자 주방에 있던 조카며늘아이가 달려나온다.

" 뭘 이렇게 많이 가져오셨어요 점심 드시고 가세요 "

" 밥먹고 가...엄마는... " 큰누나가 나오며 말을 이어받는다

" 할머니 밥 챙겨드려야지 약도 챙겨드리고...갈께~ "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다시 밖으로 나오자 조카며늘아이가 뒤따라 나온다

자동차에 올라 " 잘있어~ "  조카며늘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했다

" 잘 먹을께요~ 안녕히 가세요~ "

급한 마음에 맛난 반찬 가지를 얻어오지 못해 엄니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늘 누나네 집엘 가면 엄니 드시라고 입맛에 맞는 반찬을 챙겨주곤 했는데

오늘은 바쁜 와중이라 미쳐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나보다... 허전했다

 

다시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엄니와 마주친다

부랴부랴 개스레인지에 먹다남은 찌개와 생선을 올리고 불을 붙인다

밥솥에 넣어두었던 증편(술떡)을 걷어내고 밥상을 준비해 엄니와 마주 않는다

 

생선살을 발라 엄니 밥숟갈 위에 얹어드리면

" 놔두고 어여 먹어~ 시간 없는데...."

" 누나가 밥 먹고 가라고 안 그러던... "

" 그냥 밥 먹고 가라는 걸 시간이 없어 그냥 왔는데... "

엄닌 내심 맛난 반찬이라도 얻어올 것을 기대하셨나보다

 

포도씨를 발려 반찬겸 증편을 두유에 담가 밥숟갈 위에 얹어드린다

" 엄마~ 엄만 포도 많이 먹어야 돼 이건 약이야...과일이 아니야..." 하면

엄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긴 맛있다 하시며 포도를 드신다

포도가 혈관질환에 좋고 또 포도당이 들어있어 피로를 덜어주기에 꼭 챙긴다

 

그동안 칠레산 거봉포도를 드시다가 요즘 포도값이 내려가 국산포도를 드린다

포도알을 잘라 가운데 씨를 발리고 반은 엄니가 드시고 반은 내가 먹는다

입맛에 맞는 맛갈스런 반찬이 자주 바뀌지 못하니 반찬삼아 포도를 드리기도 한다

난 언제쯤 손맛이 나타날까?

요원한 일은 아닐지...빨리 숙제(?)를 해야하는데...엄니가 바라는 숙제...^^

부질없는 생각으로 난 지금 엄니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짖고 있으니...ㅠㅠ

 

" 아침에 너 나가고 나서 베란다방(문간방-비어있음)에 가서 분명히 상자를 들고

지하(지하주차장)로 들어가는 거는 보았는데...아무리 기다려도 나와야 말이지 

에이~ 가면 가고 화딱지가 나서 그냥 들어왔다 "

" ㅎㅎㅎ 엄마~ 거긴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잖아 계단 있는데...차는 저쪽으로 다니지..."

" 그런 걸 기다리니 생전 나오나 ...난 그것도 모르고 속이 상해 기다리다 들어왔지 "

 

엄니는 쓰러지신 후 기억력이 많이 감퇴 되어 예전의 일도 기억을 잘 못하신다.

나랑 가끔 차를 타러 지하주차장에도 다니셨는데 자동차 다니는 출구를 기억 못 하시고

이제나 저제나 내가 다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시다가 지쳐 슬그머니 화가 났던 것이다

 

평소 아프시기 전에는 엄니는 매일 아침 뒷베란다에 나와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셨다

난 출근길 주차장으로 향하며 돌아서서 엄니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일이 행복했는데

모처럼 그 기대를 가지고 뒷베란다에 나가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기다리셨는데...

미쳐 깨닫지 못한 내가 답례를 못하자 많이 서운해 다시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리셨나보다 

 

" 엄마~ 그럼 얘길 하지...낼부터는 얘기해~ "

후후~ 이젠 어린아이처럼 맘이 여려진 엄니가...막내모습을 기다리다 지쳐 화가 나다니...^^

어린시절 내가 낮잠에서 깨어나 엄니가 없으면 허전하고 화가나듯이 그렇게...말이다 ^^

" 엄니~~~ 내일 아침부터는 꼭 돌아보고 손 흔들어드릴께욤~~~ "

 

     2007년 7월 17일 (화) 맑음

         *** 봄내지기 ***

 

아침에 엄니에게 멋진 영감님들 지나가나 잘 보라고 농담으로 마음을 달래는 강둑길...^^

낮시간대는 주로 시간이 널널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많이 나와 휴식을 취하곤 한다.

우리집은 3층이라 거실에 앉아 내다보면 바로 강둑을 거니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다

아파트 담장과 강둑까지의 거리는 불과 6미터 소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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