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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27일(목) 오후 4:01 [한겨레신문]

정선의 천년고찰 '정암사'


[한겨레]

적멸궁도 나그네도 은빛세상에 포∼옥 안기다

정암사가 눈에 덮였다. 적멸궁도 수마노탑도, 수마노탑 오르는 돌계단도 흰 눈에 덮여 적막하다. 매운 산바람에 날리는 눈가루가 수마노탑 서른 두개의 풍경을 때려서 함백산 산골짜기는 온통 은빛이다. 1300여년전 자장 스님이 주목나무 지팡이를 짚고 서서 바라봤을 풍경이다.

강원 남부지역 최고봉인 함백산(1573m) 서북쪽 자락, 남한강 최상류 지류 중의 한 물줄기가 시작되는 산골짜기에 천년고찰 정암사(淨岩寺)가 들어앉아 있다. 아담하고 정갈한 이 절집의 겨울 풍경이 더욱 희고 적막한 것은, 이곳까지 굽이굽이 닿아 있는 길과 세월이 석탄빛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북·고한 등 탄광지대를 통과해야 다다르는 산골이다. 탄광이 전성기를 이뤘던 1960~80년대 정암사는 고된 노동에 지친 광원들의 안식처이기도 했다. 절 부근 마을에 폐가로 남아 있는 광원들의 대규모 숙소 등이 번창했던 탄광촌의 모습을 보여준다.

석탄빛 여전한데 광원들 간데없고

정암사는 신라의 고승 자장이 만년에 창건(645년)하고 입적까지 한 절이다. 자장 스님은 당나라에 유학갔다 돌아오며 부처님의 진신사리(정골·치아·불사리 등)를 들여와 황룡사·대화사·통도사 등 여러 절에 나누어 모셨다고 한다. 이 때 들여온 진신사리를 모신, 현전하는 적멸보궁이 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영월 법흥사, 그리고 태백산 정암사 등 다섯 곳이다.

들머리 마을 이름이 갈래인데, 자장이 처음 사리를 모실 탑의 자리를 이 마을에 잡자, 눈 위로 세 줄기의 칡이 솟아올라 지금 수마노탑 자리까지 뻗어왔다고 한다. 여기서 갈래(葛來)라는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



탄허 스님이 썼다는 ‘태백산 정암사’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들어서면 산기슭에 담장으로 둘러싸인 공간과 그 너머로 높고 낮게 들어선 건물들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절은 골짜기 물길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먼저 물길을 건너기 전에 만나는 것이 선불도량인 육화정사(요사채)와 범종각, 관음전 등이다. 일주문을 포함해 다 최근(1970년대)에 지은 것들이고, 탐방객을 잡아 끄는 정암사의 정갈한 보석들은 물길 건너에 있다. 범종각 옆 극락교를 건너면 오래된 주목 한 그루가 하늘을 찌르며 서 있고 그 뒤로 단아한 자태로 들어앉은 건물이 적멸궁이다.

흰 눈을 두껍게 받은 청기와 지붕 아래 빛바랜 단청과 낡아가는 기둥들이, 자장 스님이 꽂은 지팡이가 자라올랐다는 주목, 주변의 아름드리 전나무들과 어우러져 천년 세월을 보듬어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지금의 적멸궁은 1770년 중창된 뒤, 1858년과 1919년에 중수를 거친 건물이다.

여느 적멸보궁이 그렇듯이 부처를 모시지 않고 있는데, 현판에 ‘보’ 자를 빼고 적멸궁이라고만 적고 있는 점이 다르다. 적멸은 산스크리트어 ‘니르바나’(열반)를 한자어로 적은 것으로, ‘열반에 든 부처님의 유골을 모신 보배로운 궁전’이 적멸보궁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사리는 적멸보궁에 모시지 않고 그 뒤쪽에 탑이나 계단(戒壇)을 쌓고 모신다. 적멸궁 뒤 천의봉 자락 높직한 언덕에 사리를 모신 수마노탑(국보 410호)이 있다.

저 주목은 지장스님 지팡이의 현신?

범종각 쪽으로 돌아나와 다시 작은 다리를 건너 수마노탑으로 오른다. 오래된 돌담 흔적이 남아 있는 전나무숲에서 시작되는 이 가파른 산길은 정암사가 간직한 아름다운 유산 가운데 하나다. 산길은 200m가 채 안되지만, 가파른 돌계단 길이어서 눈이 많이 내리면 출입을 막기도 한다. 돌계단이 꺾이는 곳들에서 몇 차례 다리를 쉬어가며 오르면 탁 트인 경치를 내다보고 서 있는, 높이 9m의 7층 모전 석탑 수마노탑에 닿는다.

일주문과 절 마당이 아득히 내려다보이고, 갈래 마을 쪽의 눈 쌓인 산줄기들이 펼쳐지는 곳이다. 자장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마노석으로 쌓았다는 탑인데, 동해 용왕이 돌의 물길 운반을 도왔다 해서 앞에 수(水) 자가 붙었다. 지붕돌 네 귀퉁이마다 걸린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잡티 없는 맑은 소리를 들려준다. 1713년부터 1874년까지 네 차례 탑을 중수했다고 기록된 5장의 석판과 사리장치·염주알·금합·은합 등이 1972년 해체 복원할 때 탑에서 발견됐다. 지금 탑은 1995년 다시 해체 복원한 것이다.

내친김에 만항재까지 가볼까나

정암사에 딸려 있던 암자로는 자장 스님이 입적한 조전과 삼지암이 있었다고 전하는데 그 자리는 명확하지 않다. 지금은 함백산 자락엔 적조암·심적암 두 암자가 남아 있다. 절을 가로질러 흐르는 계곡물은 열목어 서식지(천연기념물)다. 정암사엔 주지 정광 스님과 절을 관리하는 도감 덕진 스님 등 5명이 머물고 있다. 덕진 스님에게 물으면 귀찮아하지 않고 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암사까지 차를 몰고 온 공력을 생각하면, 정선·태백·영월 땅이 갈리는 만항재까지 올라보지 않을 수 없다. 해발 1330m의 고개로, 넘어가면 태백시 혈동과 영월군 상동읍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고개 정상엔 휴게소가 있다. 여기서 장쾌한 전망을 자랑하는 함백산 정상까지 차로 오를 수 있으나, 매우 가파른 시멘트길이 얼어 있는 경우가 많아 체인을 감아도 위험하다. 만항재 고갯길도 눈이 쌓이거나 얼어붙어 있으면 체인없인 오를 수 없다.


꼬마열차 타고 칙칙폭폭 아우라지까지 눈 눈 눈

눈 덮인 정선 산골에서 체험해볼 만한 것으로 꼬마열차를 타고 즐기는 설경 감상이 있다. 정선 아리랑의 발상지이자, 아우라지 뱃사공들이 한강으로 운반할 뗏목을 띄우던 출발점 아우라지로 가는 추억의 열차다. 증산역에서 아우라지역(옛 여량역)까지 기관차와 발전차에 객차 1량(45인승)을 단 ‘정선 아우라지 관광열차’가 하루 세차례 왕복운행한다.

38.7㎞ 거리를 50분에 걸쳐 달리는데, 자그마한 역들을 거치며 동남천·어천 등 조양강의 지류와 본류의 강풍경과 심심산골의 눈경치를 맛볼 수 있다. 차창밖 경치도 아름답지만, 열차를 이용하는 산골 할머니·할아버지들과의 구수한 대화도 소중한 체험이다. 증산·별어곡·선평·정선·나전·아우라지 등 6개의 역 가운데, 증산역·정선역말고는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이다. 열차 안에서 승무원이 표를 끊어준다. 송천·골지천이 만나는 곳인 아우라지엔 지금 세 개의 섶다리가 연결돼 놓여 아름다운 설경을 빚어내고 있다.

본디 정선선은 1967년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구절리까지 개통해 운행하던 열차였다. 구절리 탄광이 문닫은 뒤에도 주민들의 편리한 이동 수단이자, 학생들의 통학 수단으로 이용됐다. 종착역이었던 구절리까지의 구간이 폐쇄되고, 차량 내부가 카페식 유람열차로 개조된 지금에도, 정선읍을 오가는 주민들과 통학생들의 발로서의 구실을 다하고 있다.

정선군은 폐선된 아우라지역~구절리역 구간을 오는 4월부터 철로 자전거(레일 바이크) 코스로 활용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7.2㎞ 거리를 시속 13㎞ 속도로 직접 페달을 밟아 운전해 오가게 된다. 2인승·4인승짜리 50대가 운행된다. 구절리역 주변엔 폐객차를 이용한 카페 등 쉴곳과 인라인스케이트장·클레이사격장 등 레포츠 시설을 설치하게 된다.

유람열차 운행시각 증산역 출발 06시45분·14시·18시15분, 아우라지역 출발 08시31분·15시51분·19시30분. 어른 1200원, 어린이 600원.

정선/글·사진 이병학 기자 3Dleebh99@hani.co.kr">leebh99@hani.co.kr


정선 여행정보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38번국도~영월~신동~사북~고한~상갈래. 강원랜드 입구 지나 상갈래에서 38번 국도 버리고 우회전(414번 지방도), 만항재쪽으로 2.6㎞ 지점에 정암사가 있다.
정암사에서 만항재 정상까지는 5.5㎞,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까지는 3㎞.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이용할 경우 고한역에서 내려 정암사까지 택시로 10분(5000원 안팎),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면(6시간30분 소요) 고한터미널에서 내려 하루 네번(07시·10시20분·14시35분·19시) 있는 시내버스로 정암사까지 간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정선5일장 열차는 3월부터 운행된다.
정암사 못미쳐 고한·사북읍에 황태국·청국장 등을 내는 집들이 많다.
정선군청 부근 동박골식당(033-563-2211)은 곤드레나물밥을 잘한다.
아우라지역(여량역) 옆 옥산장(033-562-0739)에선 감자옹심이·범벅·송편·전 등 감자요리 종합세트(1만5000원)를 낸다. 굴피집과 수석 전시장에 진열된 1000여점의 각양각색의 수석들도 볼거리다.
주인 전옥매 할머니가 주변에서 모은 수석이다.
사북·고한·증산의 여관들이 많다. 4만원 안팎. 강원랜드(033-590-7700)가 운영하는 고한 골프텔은 10만원(2인 조식 포함)부터. 특1급인 메인카지노호텔도 있다.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90.
정암사 (033)591-2469.
증산역 (033)591-1069.
^^*
떠나자, 식물원·수목원으로


민들레.튤립.철쭉.할미꽃.금낭화.앵초.매발톱.꽃잔디….

봄에 피는 이들 꽃 중 대강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꼽아보시라. 절반 이상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자부해도 좋다.



그렇지 않더라도 당신 잘못은 아니다. 봄꽃은 폈다가 쉬 지게 마련이니까. 더욱이 당신이 도시에 산다면 일상적인 행동 반경에서 아예 꽃을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그래서 식물원과 수목원이 고맙다.

봄부터 가을까지 식물원 등에서는 항상 만발한 꽃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

이번 주에 week&은 주말 나들이 장소로 식물원과 수목원을 추천한다.

손쉽게 갈 수 있는 네 곳을 뽑았다.

경기도 용인 "한택 식물원", 강원도 평창의 "한국자생식물원",그리고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 수목원"과 "자생수목원 꽃무지 풀무지"다.

예약을 하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곳들이다. 주차료도 없다. 다만 애완견은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

이택주(61).김창렬(55).이영자(51.여).김혜옥(48.여)씨 등 이들 식물원(수목원)의 원장에게서 5, 6월 관람 포인트도 들어봤다.

음식물을 가져가도 되는지 등등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점들도 함께 짚어봤다.

글=평창.가평.용인 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 용인 "한택식물원"

지난해 5월 문을 연 종합 식물원이다. 식물원이 위치한 기후대에 적응할 수 있는 전 세계 식물종을 확보한다는 것이 목표다. 그만큼 보유 식물종이 다양하다. 현재 자생식물 2400여종을 포함해 70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전체 면적이 20만평이며 동원(東園)과 서원(西園)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 중 동원(7만평) 전체와 서원 일부(수생식물원.희귀식물원)를 개방한다. 주제별로 구분된 정원이 29개다.

◆ 관람 포인트=이택주 원장이 가장 먼저 추천하는 볼거리는 350종의 모란과 80종의 작약이 자라는 "모란 작약원"이다. 베이징(北京) 식물원에서 기증받은 것들이다. 모란은 4월 말 피기 시작해 이번 주말에 가장 화려하며, 작약은 이달 중순 피어난다. 특히 모란은 흔히들 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보시길(어릴 적 선덕여왕이 모란 그림에 나비와 벌이 없는 것을 보고 "이 꽃에는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던 설화 때문이다. 일부 모란에는 향기가 없지만 대부분은 향기가 있으며 그것도 진하다).

그리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오밥 나무를 볼 수 있는 호주 온실(소설 "어린 왕자"에 이 나무가 등장한다). 세 그루가 있으며 지난해 11월에 호주에서 들여왔다.

잔디화단과 수생식물원도 볼 만하다. 잔디 화단은 길이 120m, 폭 8m로 맨발로만 들어가도록 돼 있다. 이달 중순부터 개방한다. 수생식물원에선 5월에 수생 아이리스와 꽃창포가, 6월에는 수련이 연못을 수놓는다.

◆ 개원 시간 : 오전 9시 ~ 일몰 시간(일몰 1시간 전에 입장해야 함)

◆ 전화번호 및 홈페이지 : 031-333-3558, www.hantaek.co.kr

◆ 입장료 : 주말(토.일요일) 기준으로 성인 85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평일에는 할인됨).

◆ 주소 및 찾아가는 길 :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옥산리.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 경부고속도로 안성 나들목, 영동고속도로 양지 나들목

◆ 규제 사항 및 관람 조건 : 카메라 삼각대 반입×, 음식물 반입×(간단한 식음료는 허용)

◆ 식물원측 추천 식당 : 식물원 내 한식당 미담(031-324-3747). 식물원 내에서 채취한 풀과 꽃(종지나물.제비꽃 등)을 재료로 산채 비빔 정식(1인분 9000원)을 만들어 내놓는다. 백암면 시내에 "백암 순대" 간판을 건 순대집들이 몇 집 있다. 풍성옥(031-332-4604)이 그중 유명하다.

◆ 유모차 및 휠체어 이용 : 편리한 편

◆ 학습 프로그램 : 매표소 옆의 가든센터에서 17분짜리 영상물을 상영한다.

◆ 옥에 티 : 인근에 축산 농가가 있어 진입로에 분뇨 냄새가 다소 남.

*** 평창 "한국자생식물원"

봉선화.나팔꽃.백일홍.달맞이꽃.개망초 중 한반도 토종은 무엇일까.

답은 "없다"다. 모두 외래종이다. 그만큼 외래종 꽃들이 우리에게 익숙해졌다는 얘기다. 한국자생식물원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한반도 토종의 꽃과 풀을 보여주고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반도 고유의 꽃과 나무 1300여종을 가꾸고 있으며, 그래서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하다. 오대산 기슭 해발 640 ~680m대에 자리잡고 있어 산속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생태식물원.향식물원.독성식물원.실내전시장.주제식물원(동물 명칭 식물원, 사람 명칭 식물원).습지원.재배 단지 등으로 꾸며져 있다.

◆ 관람 포인트 : "한국자생식물원에 오셔서 꽃 타령만 하지는 마십시오. 이곳에 머무르는 2시간여 맑은 숨만 쉬어도 2년은 젊어집니다." 원장 김창렬씨의 자랑이다. 자생 식물원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식물원이라기보다 그저 꽃이 유달리 많은, 깊은 산속 같은 곳이다. 다람쥐들이 수시로 산책로를 넘나들며 놀곤 한다.

5월에 빠뜨려선 안 될 볼거리는 앵초.큰앵초.금낭화.매발톱꽃 등이 피어 있는 생태원이다. 5월 하순 ~ 6월 초에는 식물원 내 신갈나무숲길(1.2㎞)을 꼭 거닐어 보아야 한다. 이때면 등산로 주변으로 철쭉이 흐드러진다. 코스는 짧지만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땀도 제법 흘릴 수 있다. 20분 소요. 이달 말이면 식물원 내 재배단지에 분홍바늘꽃과 꽃창포.붓꽃 등이 피어나며, 이때 바람이 불면 분홍바늘꽃이 군무를 벌여 환상 같은 장면을 이루어낸다.

올해 "향식물원"을 선보였다. "허브"를 이곳에선 향식물(香植物)로 부른다. 허브 식물은 대개 외국종으로 생각하는데 곰취.백리향.산마늘.두메부추 등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고, 약으로 쓰던 식물은 다 향을 듬뿍 지니고 있다.

◆ 개원 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11월~이듬해 3월은 휴관)

◆ 전화번호 및 홈페이지 : 033-332-7069, www.kbotanic.co.kr

◆ 입장료 : 5 ~ 9월 어른 5000원, 중.고생 3000원, 어린이 2000원(4,10월에는 할인되며 11월 ~ 이듬해 3월은 일반에 개방 안함).

◆ 주소 및 찾아가는 길 :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으로 나와 월정사 방향으로 가면 이정표 나옴.

◆ 규제 사항 및 관람 조건 : 카메라 삼각대 반입×, 음식물 반입○

◆ 유모차 및 휠체어 이용 : 산책로가 비포장이라 불편한 편

◆ 식물원측 추천 식당 : 평창은 산나물이 유명하다. 오대산국립공원 내의 비로봉식당(033-332-6597)의 산채비빔밥이 6000원. 산채정식이 1인분에 1만3000원. 국립공원 입장시 주차비(4000원)와 문화재 관람료 및 공원입장료(합쳐서 1인당 3400원)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입장 이후 1시간20분 이내에 나오면 관람료와 입장료는 돌려받는다. 발빠른 사람들은 이 시간 내에 "식사+α"를 해결하고 나온다.

◆ 학습 프로그램 : 매표소 옆 영상관에서 자생식물원의 사계절을 담은 영상물(8분짜리)을 반복 상영한다.

◆ 옥에 티 : 지난해 태풍 매미 때 진입로가 망가져 진입로를 임시로 놓아 6월 중순까지는 길 상태가 안좋음.


*** 가평 "아침고요 수목원"

원예미학을 전공한 삼육대 한상경(53.원예학)교수가 "한국적 정서를 담은 정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1996년 설립했다. 그의 아내 이영자씨가 원장을 맡고 있다.

수목원은 잘 꾸며진 정원을 연상케 한다. 자생 야생화 750종, 5월 말 ~ 6월 초에 꽃이 피는 아이리스 800여종 등 모두 1700여종의 국내외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하경정원.무궁화동산.석정원.분재정원 등 17개의 테마별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넓은 잔디 광장을 개방하고 있으며, 나무 그늘이 많아 6월이면 돗자리를 깔고 노는 가족들도 많다.

◆ 관람 포인트 : 수목원이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나무들이 색색의 꽃과 조화를 이룬다. 요맘때는 황금색 이파리를 가진 황금국수나무가 붉은 철쭉과 어우러지며, 산기슭을 에우른 낙엽송의 신록 덕에 튤립 같은 구근 식물의 꽃잎이 더욱 화사해 보인다.

"아침고요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은 하경(下景)정원이죠. 내려다보는 모습이 아름다워 그리 이름을 붙였죠. 하경정원은 맞은편 언덕 위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볼 때 가장 아름다워요." 전망대는 대부분의 관람객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나무다리로 계곡을 건너 산길을 따라올라가야 전망대에 닿는데 "산길을 50m 정도만 가면 된다"는 사실을 관람객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빠뜨려선 안되는 명소는 한국정원과 하늘나라 정원을 잇는 산책길이다. 주말이면 인파로 붐비는 수목원에서 비교적 한산한 곳에 속한다.

군데군데 나무 의자가 놓여 있어 쉬기도 좋으며, 산책로를 걸으며 산기슭 아래로 하경정원.아이리스 정원 등이 내려다보인다.

◆ 개원 시간 : 4 ~11월은 오전 8시 ~오후 9시(12월 ~ 이듬해 3월은 오전 9시 ~오후 7시). 개장 시간 이전이라도 동이 환하게 트면 입장을 할 수 있다. 일몰 이후에는 야간 조명을 해 아침이나 낮과는 색다른 분위기가 난다.

◆ 전화번호 및 홈페이지 : 031-584-6702, www.morningcalm.co.kr

◆ 입장료 : 어른 6000원, 중.고생 5000원, 어린이 4000원.

◆ 주소 및 찾아가는 길 :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 서울에서 갈 경우 청평 방향 46번 국도→청평 검문소에서 좌회전해 37번 국도→수목원 이정표 보고 좌회전.

◆ 규제 사항 및 관람 조건 : 카메라 삼각대 반입 ○, 음식물 반입 ○(다만 취사는 금지)

◆ 수목원측 추천 식당 : 최근 수목원 내에 파스타 전문점 "피오레"를 오픈했다. 파스타가 9000 ~1만원.

◆ 유모차 및 휠체어 이용 : 편리한 편

◆ 학습 프로그램 : 수목원 안쪽의 통나무집(시청각실)에서 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2.4시에 슬라이드를 상영한다. 15분 가량 소요. 평일에는 오후 2시에만 상영하며, 토요일에는 상영을 하지 않는다.

◆ 옥에 티 : 주말 낮 12시 ~ 오후 2시에는 사람이 많아 다소 번잡하며, 특히 수목원 진입로가 좁아 교행이 쉽지 않은 탓에 정체가 빚어짐.

*** 가평 "꽃무지 풀무지"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8㎞ 정도 떨어져 있다. 한국에 자생하는 꽃과 풀만으로 조성했다는 게 아침고요 수목원과 다른 점이다. "꽃무지 풀무지"는 "꽃과 풀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수생식물원.습지원.산채원.약초원.나리원 등 14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다. 2003년 5월 개장해 아직 덜 알려진 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주말에도 붐비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수목원 입구에 떠먹을 수 있는 샘물이 있을 정도로 수목원이 맑고 아담하다.

◆ 관람 포인트 :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토종 꽃들을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핀 듯 안 핀 듯, 꽃인 듯 잎인 듯 피어 있는 꽃들이 참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김혜옥 원장이 가장 먼저 추천하는 볼거리는 50여종의 먹거리 야생화가 자라고 있는 산채원이다. 산마늘(일명 명이나물).곰취.원추리.파드득 등 예전부터 식용으로 먹어왔던 식물들이 산채원의 주인들이다. 하나하나 생김새가 독특해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5~6월에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요맘때는 "며느리밥풀꽃"으로도 불리는 금낭화, 꽃 모양이 매의 발톱을 닮은 매발톱 등이 소담스럽게 피어있다.

◆ 개원 시간 : 4 ~ 11월은 오전 8시 ~ 오후 7시(12월 ~ 이듬해 3월은 오전 9시 ~오후 5시).

◆ 전화번호 및 홈페이지 : 031-585-4875, www.gapyeongwildgarden.co.kr

◆ 입장료:어른 4000원, 중.고생 및 어린이 3000원. 입장객에게 싹이 난 야생화 화분을 선물로 준다.

◆ 주소 및 찾아가는 길 : 경기도 가평군 하면 대보리. 서울에서 갈 경우 청평 방향 46번 국도→청평 검문소에서 좌회전해 37번 국도→상면초등학교 지나쳐 "크리스탈 밸리" 입간판 보고 우회전.

◆ 규제 사항 및 관람 조건 : 카메라 삼각대 반입 ○, 음식물 반입 ○(취사는 금지)

◆ 수목원측 추천 식당 : 수목원에서 37번 국도 현리 방향으로 4㎞ 거리에 있는 운학감자탕(031-585-5989). 3 ~ 4인분용 감자탕이 1만7000원, 2 ~ 3인분용은 1만4000원, 뼈다귀해장국 1인분은 5000원. 한달에 한번 일요일에 쉰다.

◆ 유모차 및 휠체어 : 산책로가 비포장이라 불편

◆ 학습 프로그램 : 별도로 없으나 단체 관람객 안내 일정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 시간만 맞춰가면 설명을 들으며 수목원을 돌 수 있다.

◆ 옥에 티 : 수목원 내 화장실이 이동식이어서 불편하다.

*** 식물원, 5·6월이 좋아요

"언제 방문하는 게 가장 좋을까? 지금은 어떤 꽃들이 피어 있을까?"

식물원 또는 수목원에 가고자 할 때 가장 궁금해지는 것들이다.

"방문하기 좋은 시기=꽃이 많이 피어 있는 때"라고 본다면 연중 5 ~ 6월이 가장 좋다. 하루 중에도 시간대별로 분위기가 다르다. 식물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대(꽃의 경우 잎을 활짝 벌리고 있는 때)는 오전 10시~오후 2시다.

그렇다고 아침과 저녁 시간대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식물원이 안개에 휩싸여 있는 이른 아침이면 활기찬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해질 무렵 꽃들이 잎을 오무리기 시작하면 식물원 내 분위기가 차분해진다. 부슬부슬 비라도 내리는 날은 꽃과 더욱 친해진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오늘 식물원에 간다면 무슨 꽃을 볼 수 있을까. 식물원 홈페이지에 정답이 있다. 시기별로 피는 꽃의 접사(接寫) 사진이 올라 있으니, 식물원에 가기 전 반드시 시간을 들여 홈페이지는 둘여다보도록 하자.

*** 가평 "아침고요 수목원"

원예미학을 전공한 삼육대 한상경(53.원예학)교수가 "한국적 정서를 담은 정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1996년 설립했다. 그의 아내 이영자씨가 원장을 맡고 있다.

수목원은 잘 꾸며진 정원을 연상케 한다. 자생 야생화 750종, 5월 말 ~ 6월 초에 꽃이 피는 아이리스 800여종 등 모두 1700여종의 국내외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하경정원.무궁화동산.석정원.분재정원 등 17개의 테마별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넓은 잔디 광장을 개방하고 있으며, 나무 그늘이 많아 6월이면 돗자리를 깔고 노는 가족들도 많다.

◆ 관람 포인트 : 수목원이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나무들이 색색의 꽃과 조화를 이룬다. 요맘때는 황금색 이파리를 가진 황금국수나무가 붉은 철쭉과 어우러지며, 산기슭을 에우른 낙엽송의 신록 덕에 튤립 같은 구근 식물의 꽃잎이 더욱 화사해 보인다.

"아침고요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은 하경(下景)정원이죠. 내려다보는 모습이 아름다워 그리 이름을 붙였죠. 하경정원은 맞은편 언덕 위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볼 때 가장 아름다워요." 전망대는 대부분의 관람객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나무다리로 계곡을 건너 산길을 따라올라가야 전망대에 닿는데 "산길을 50m 정도만 가면 된다"는 사실을 관람객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빠뜨려선 안되는 명소는 한국정원과 하늘나라 정원을 잇는 산책길이다. 주말이면 인파로 붐비는 수목원에서 비교적 한산한 곳에 속한다.

군데군데 나무 의자가 놓여 있어 쉬기도 좋으며, 산책로를 걸으며 산기슭 아래로 하경정원.아이리스 정원 등이 내려다보인다.

◆ 개원 시간 : 4 ~11월은 오전 8시 ~오후 9시(12월 ~ 이듬해 3월은 오전 9시 ~오후 7시). 개장 시간 이전이라도 동이 환하게 트면 입장을 할 수 있다. 일몰 이후에는 야간 조명을 해 아침이나 낮과는 색다른 분위기가 난다.

◆ 전화번호 및 홈페이지 : 031-584-6702, www.morningcalm.co.kr

◆ 입장료 : 어른 6000원, 중.고생 5000원, 어린이 4000원.

◆ 주소 및 찾아가는 길 :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 서울에서 갈 경우 청평 방향 46번 국도→청평 검문소에서 좌회전해 37번 국도→수목원 이정표 보고 좌회전.

◆ 규제 사항 및 관람 조건 : 카메라 삼각대 반입 ○, 음식물 반입 ○(다만 취사는 금지)

◆ 수목원측 추천 식당 : 최근 수목원 내에 파스타 전문점 "피오레"를 오픈했다. 파스타가 9000 ~1만원.

◆ 유모차 및 휠체어 이용 : 편리한 편

◆ 학습 프로그램 : 수목원 안쪽의 통나무집(시청각실)에서 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2.4시에 슬라이드를 상영한다. 15분 가량 소요. 평일에는 오후 2시에만 상영하며, 토요일에는 상영을 하지 않는다.

◆ 옥에 티 : 주말 낮 12시 ~ 오후 2시에는 사람이 많아 다소 번잡하며, 특히 수목원 진입로가 좁아 교행이 쉽지 않은 탓에 정체가 빚어짐.

*** 가평 "꽃무지 풀무지"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8㎞ 정도 떨어져 있다. 한국에 자생하는 꽃과 풀만으로 조성했다는 게 아침고요 수목원과 다른 점이다. "꽃무지 풀무지"는 "꽃과 풀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수생식물원.습지원.산채원.약초원.나리원 등 14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다. 2003년 5월 개장해 아직 덜 알려진 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주말에도 붐비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수목원 입구에 떠먹을 수 있는 샘물이 있을 정도로 수목원이 맑고 아담하다.

◆ 관람 포인트 :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토종 꽃들을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핀 듯 안 핀 듯, 꽃인 듯 잎인 듯 피어 있는 꽃들이 참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김혜옥 원장이 가장 먼저 추천하는 볼거리는 50여종의 먹거리 야생화가 자라고 있는 산채원이다. 산마늘(일명 명이나물).곰취.원추리.파드득 등 예전부터 식용으로 먹어왔던 식물들이 산채원의 주인들이다. 하나하나 생김새가 독특해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5~6월에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요맘때는 "며느리밥풀꽃"으로도 불리는 금낭화, 꽃 모양이 매의 발톱을 닮은 매발톱 등이 소담스럽게 피어있다.

◆ 개원 시간 : 4 ~ 11월은 오전 8시 ~ 오후 7시(12월 ~ 이듬해 3월은 오전 9시 ~오후 5시).

◆ 전화번호 및 홈페이지 : 031-585-4875, www.gapyeongwildgarden.co.kr

◆ 입장료:어른 4000원, 중.고생 및 어린이 3000원. 입장객에게 싹이 난 야생화 화분을 선물로 준다.

◆ 주소 및 찾아가는 길 : 경기도 가평군 하면 대보리. 서울에서 갈 경우 청평 방향 46번 국도→청평 검문소에서 좌회전해 37번 국도→상면초등학교 지나쳐 "크리스탈 밸리" 입간판 보고 우회전.

◆ 규제 사항 및 관람 조건 : 카메라 삼각대 반입 ○, 음식물 반입 ○(취사는 금지)

◆ 수목원측 추천 식당 : 수목원에서 37번 국도 현리 방향으로 4㎞ 거리에 있는 운학감자탕(031-585-5989). 3 ~ 4인분용 감자탕이 1만7000원, 2 ~ 3인분용은 1만4000원, 뼈다귀해장국 1인분은 5000원. 한달에 한번 일요일에 쉰다.

◆ 유모차 및 휠체어 : 산책로가 비포장이라 불편

◆ 학습 프로그램 : 별도로 없으나 단체 관람객 안내 일정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 시간만 맞춰가면 설명을 들으며 수목원을 돌 수 있다.

◆ 옥에 티 : 수목원 내 화장실이 이동식이어서 불편하다.

*** 식물원, 5·6월이 좋아요

"언제 방문하는 게 가장 좋을까? 지금은 어떤 꽃들이 피어 있을까?"

식물원 또는 수목원에 가고자 할 때 가장 궁금해지는 것들이다.

"방문하기 좋은 시기=꽃이 많이 피어 있는 때"라고 본다면 연중 5 ~ 6월이 가장 좋다. 하루 중에도 시간대별로 분위기가 다르다. 식물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대(꽃의 경우 잎을 활짝 벌리고 있는 때)는 오전 10시~오후 2시다.

그렇다고 아침과 저녁 시간대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식물원이 안개에 휩싸여 있는 이른 아침이면 활기찬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해질 무렵 꽃들이 잎을 오무리기 시작하면 식물원 내 분위기가 차분해진다. 부슬부슬 비라도 내리는 날은 꽃과 더욱 친해진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오늘 식물원에 간다면 무슨 꽃을 볼 수 있을까. 식물원 홈페이지에 정답이 있다. 시기별로 피는 꽃의 접사(接寫) 사진이 올라 있으니, 식물원에 가기 전 반드시 시간을 들여 홈페이지는 둘여다보도록 하자.

[웰빙여행] 강원 오지마을 '부연동'


짙은 녹음에 포근히 안긴 부연동 계곡, 졸졸졸 요란한 물살과는 달리 물속은 잇단 태풍으로 산천어를 잃은탓에 바람 잃은 깃발처럼 사뭇 적막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곧 치어들을 방류한다고 하니 어린생명들로 넘실댈 부연동 계곡을 기대해본다.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된 더위. 시원한 곳이 그리워진다. 산도 좋고 물도 좋지만, 번잡함은 참을 수 없다. 어린시절 시골외가에서 보내던 여름방학 같은 휴가를 다시 누려볼 수는 없을까. 오지로의 여행을 택한다. 강원 강릉시 오대산자락에 위치한 부연동마을이 목적지다.

 

국내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토종꿀이 이 곳에서 재배된다. 표고버섯, 곰취나물, 오디, 산나물, 감자 등 무공해 자연산 먹거리와 때묻지 않은 청정함으로 똘똘 뭉친 계곡과 개울이 있다. 재작년부터 연이어 불어 닥친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계곡이 패이고 망가졌지만 최근 복구가 거의 마무리돼 옛모습을 되찾고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 과거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추억을 한 가득 담고 돌아올 수 있는 의미있는 여행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맑디맑은 부연천이 반긴다. 오대산 신배령 문푸레골에서 발원, 양양군 법수치, 어성전을 지나 양양 남대천을 거쳐 동해로 빠지는데, 오염되지 않은 청정수 그 자체다.

20가구 올망졸망 모여 사는 오대산 자락 청정마을

부연토종꿀생산단지. 비싸도 없어서 못판단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냇가를 따라 100여개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이 마련돼 있다. 물이 깊지 않아 아이들을 동반한 물놀이에 제격이다. 4㎞ 가량 이어지는 계곡은 산천어 천지였으나 태풍때 모두 사라졌다. 조만간 치어가 방류된다니 산천어가 다시 뛰노는 광경을 머지 않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을에서 걸어서 1시간 가량 내려가면 조그만 폭포가 나온다. 폭포 아래에 가마솥(釜) 모양의 움푹 패인 연못(淵)이 나온다. 부연동이라는 마을 이름이 유래한 곳이다.

야영장에서 1.5㎞ 떨어진 약수터는 탄산약수로 유명하다. 철분 성분이 많고 탄산 함유량이 많아 맛이 알싸하다. 이 물로 밥을 지으면 색깔이 검다고 한다. 위장활동과 이뇨작용을 촉진, 빈혈이나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표고버섯재배단지. 참나무에 주렁주렁 붙은 버섯을 보는 것도 재밌다.
부연동마을 주민은 20가구에 60여명. 4㎞ 가량의 도로를 따라 집들이 띄엄띄엄 떨어져있다. 생계를 꾸려나가는 주요 수단은 토종꿀, 표고버섯, 감자, 곰취나물 등의 채취. 모두가 웰빙음식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토종꿀이 유명하다. 피나무, 음나무, 층층나무 등 벌꿀의 재료로 쓰이는 나무들이 많아 질좋은 꿀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현재 7가구가 토종꿀을 재배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품질인증을 받은 꿀이다. 양양 관할이던 이 곳이 강릉으로 귀속된 것도 꿀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마을 출신으로 20년전 외지에서 다시 돌아와 꿀을 재배하고 있는 강대선(69)씨는 “대다수 꿀은 농협에서 수거해가지만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며 “1통(2.5ℓ)에 10만원 정도로 양봉꿀의 몇배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 판다”고 말한다.

벌꿀과 함께 표고버섯 재배도 주요 수입원이다. 참나무에 주렁주렁 맺힌 버섯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1㎏에 1만~1만5,000원. 감자, 곰취나물, 옥수수 등 무공해 먹거리는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만 캐기가 바쁘게 관광객들의 손으로 넘어간다.

전교학생 3명의 부연분교에서 옛추억 회상

신왕초교 부연분교의 학생은 모두 3명.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여념이 없다.
작은 마을이지만 학교도 있다. 학생은 모두 3명. 이런 곳의 학생들은 무엇을 하며 보낼까. 궁금해진다.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학교를 방문하는 것도 재미있다. 단층 건물에 소나무담장이 둘러싸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분위기다 싶었는데, 몇 년전 모 이동통신회사의 CF배경이 된 곳이라고 한다.

교실에 들어서니 컴퓨터시간이다. 조주형(6학년), 지두현(5학년), 동현(3학년)형제가 스타크래프트에 몰두하고 있다. 오지마을이지만 도시의 학교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모든 정경이 푸근하게 다가온다. 영화속으로 빠져든 느낌이랄까. 시간이 멈춘 곳, 그 곳이 바로 부연동이다.

 

 

출처 :한국일보

 

부연동] 어떻게 가나

가는 방법이 쉽지는 않다.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6번 국도를 따라 오대산 방향으로 진행, 진고개정상을 거쳐 오대산휴게소를 지나 횟골 부근에서 좌회전, 59번 국도를 따라 부연동으로 들어간다. 진부IC에서 1시간 가량 걸린다. 아직까지 비포장 국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4륜구동이면 좋겠지만 일반 승용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교행이 불가능한 길 옆은 천길 낭떠러지이니 운전조심!

강릉 주문진에서 하월천리 산길을 따라 가다가 진고개 방향으로 나있는 59번 도로를 이용해도 된다. 어느 길을 이용해도 해발 800㎙이상의 고지까지 올랐다가 내려가야 한다.

마을 앞은 철갑령과 전후재가 버티고 섰고, 뒤로는 신배령과 두로봉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어렵게 산길을 넘으면 너른 평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수도권에서 가면 진부와 평창을 지나는 길이 빠르지만 행정구역은 강릉시 연곡면 삼산3리에 속한다.

 

 

 

 

 

 

 

 

 

 

 

 

 

 

계곡소리 들으며 야영… 황기 토종닭, 옥수수막걸리 별미


[부연동] 뭘 먹고 어디서 잘까

다섯 가구가 민박을 치고 있으며, 이중 두 곳은 식당을 겸한다. 부연약수터 민박식당(033-661-4133), 부연휴양촌(661-0978). 대표 먹거리는 황기를 비롯한 각종 약재로 삶아내는 토종닭. 옥수수막걸리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곰취나물, 감자 등의 반찬이 딸려 나오는 산나물비빔밥도 일품. 4인1실 기준 1박에 3만~4만원 가량. 별도의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없는게 흠.

보다 깨끗한 시설을 원한다면 최근 문을 연 가마소펜션(661-9233)을 찾으면 된다. 1박에 7만원선. 100여개의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계곡옆에 있다. 텐트 1동에 1만원선. 여름 성수기에는 마을 입구에서 쓰레기 수거비 명목으로 입장료(2,000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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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나들이] 경춘선 기차여행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 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김현철 "춘천가는 기차" 중에서).
경춘선 기차여행은 시름을 털어내고 추억을 가득 채워 돌아오는
유쾌한 일탈이다.
주말여행의 불청객은 귀가길에 맞는 교통체증이다. 집에서 멀리 떠날수록 돌아오는 길의 고행도 심해진다. 학창시절 한번쯤 경험했던 기차여행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춘천가는 기차, 경춘선을 타고 가는 여행이다. 경춘국도(46번 국도)와 북한강을 나란히 두고 달린다. 차창 가득 펼쳐지는 가을들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가슴 가득 추억을 담아 올 수 있는 경춘선여행코스를 소개한다.
대성리역(031-584-0616)
대학생들 MT명소답게 푸른빛 젊음이 펄떡

청량리역을 출발한 기차가 성북, 퇴계원, 사릉, 금곡, 마석역을 지나, 대성리역에 도착하면서 경춘선 기차여행은 시작된다. 차창밖으로 북한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도권 대학생들의 MT코스로 널리 알려진 북한강변 대성리관광지와 불과 100㎙거리다. 산책로, 야영장, 피크닉장 등을 갖추고 있다. 면적이 8만평에 달한다. 취사도 가능해 경제적인 여행을 원하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좋다. 강가에서는 지금도 보트를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청평역(031-584-0012)
경춘선 여행의 백미, 강태공에게 인기있는 청평호

대성리에서 청평역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경춘선여행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기차아래로 보이는 북한강과 청평호반이 아름다운 전경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강 건너 화야산의 경치까지 더해서 빚어내는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산장유원지, 청평안전유원지 등 야영장이 널려있다.
580만평 규모의 청평호는 수상스포츠는 물론 낚시를 즐기려는 강태공에게도 인기가 있다. 버스로 20분이내 거리에 축령산, 화야산 등 수도권 대표적인 명산들이 즐비하고 영화 ‘편지’의 주무대로 유명한 아침고요원예수목원(031-584-6703)도 멀지 않다.
가평역(031-582-7788)
10분이면 닿는 남이섬, 산책로에서 속삭이던 사랑

가평역을 찾는 관광객의 절반이상은 남이섬(031-582-2181)을 가기 위함이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이면 선착장에 도착한다. 섬둘레에 심어진 자작나무를 따라 걷는 산책로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이 곳에서 촬영된 이후 동남아 젊은이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관광지중 하나가 됐다. 회전목마, 모노레일, 낭만열차 등 선착장에서부터 놀거리가 널렸다. 섬주위를 일주하는 래프팅과 모터보트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단풍이 시작되는 10월에는 섬만 바쁜 것이 아니다. 인근 명지산은 고목과 기암괴석과 빚어내는 가을 단풍이 압권. 소요산?함께 수도권 대표적인 단풍산으로 알려져 있다. 용?승천하면서 아홉구비 그림을 빚어냈다는 용추구곡과 수도권 유일한 청정계곡인 적목용소 등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
강촌역(033-261-7788)
아홉빛깔 구곡폭포, 밤바람에 떨어질듯한 별빛

강이 있는 촌이라는 뜻의 강촌은 시골적인 맛을 고스란히 담은 이름. 하지만 일제시대이전, 물가마을이라는 지명이 오히려 운치가 있었던 것 같다. 지명과 어울리지 않게 경춘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역이기도 하다. 강북으로 삼악산, 남으로 봉화산이 병풍처럼 드리우고 있어 수도권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다.
역에서 4㎞가량 떨어진 봉화산자락에 위치한 높이 47㎙의 구곡폭포(033-261-0088)는 아홉구비 물줄기가 아홉가지 소리를 낸다고 한다. 내친김에 깔딱고개너머 2만여평의 분지에 형성된 문배마을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강건너 삼악안 아래에 있는 등선폭포는 아기자기한 모습이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폭포에서 정상까지의 길도 험하지 않아 초보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남춘천역(033-257-7022)
의암호, 춘천호, 중도, 위도서 호반의 도시 진면목 느껴요

춘천을 왜 호반의 도시라고 부르는 지 알고 싶다면 이 곳에 내리면 된다. 버스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공지천을 시작으로, 의암호, 중도, 위도(고슴도치섬), 춘천호으로 이어지는 춘천의 대표적인 호수공원의 호젓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원래는 소양강과 북한강의 합류지지만 의암댐이 생기면서 호수가 됐다. 얼음이 어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연중으로 각종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위치한 유료낚시터에서 잉어와 붕어를 건지는 손맛을 맛본다면 금상첨화.
춘천역(033-255-6550)
닭갈비 부르고 막국수가 손짓하는 명동골목으로 오세요

경춘선 여행의 종점이자 시작점이다. 때맞춰 춘천국제만화축제가 9~13일까지 수변공원과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 열린다.
춘천에 왔다면 빼놓지 말아야할 먹거리. 닭갈비와 막국수다. 춘천역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인 명동닭갈비골목에는 20여개의 닭갈비업소가 성업중이다. 요금은 2,000원가량. 어느 곳을 가도 맛있다.
뼈없는 닭갈비는 1인분 7,500원, 뼈있는 닭갈비는 6,000원. 조금 비싸다 싶지만 3명이 2인분을 시켜도 충분하다. 메밀가루를 반죽한 면을 김치나 동치미국물에 말아낸 막국수는 4,000원에 맛볼 수 있다. 이밖에 총떡, 칡국수, 모래무지찜도 춘천이 자랑하는 향토음식.
의암호와 함께 춘천의 대표적 호수인 소양호(033-250-3225)도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 유람선을 타고 강건너 청평사와 오봉산을 오르면 호수와 산을 동시에 즐기는 두가지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입장료와 도선료를 합해서 5,000원.
그 밖의 간이역
가평역과 강촌역사이에 있는 경강역(033-263-7878)은 영화 ‘편지’에서 최진실과 박신양의 만남의 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강촌역과 남춘천역 중간의 신남역(033-261-7788)은 드라마 간이역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 역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소담하고 맛갈나는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전형적인 시골 간이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는 길
청량리역에서 매일 오전 5시25분 부터 오후 10시30분(무궁화호)까지 하루 20차례 운행한다
운두령과 진고개 중심의 드라이브 코스 둘

고개에 오르니 운무 속에 두메산골이 잠겼네

운무낀 진고개 가는길. 오대산에서 강릉으로 곧바로 넘어가는 길이다.


오대산국립공원 일대는 월정사와 상원사 등 유서깊은 사찰과 방아다리,상봉,송천 등 이름난 약수, 운두령 넘어 내린천으로 이어지는 두메산골의 정취, 최고 피서지 소금강이 어우러져 가족을 동반한 여행지로 손색 없는 곳이다. 길 또한 웬만한 곳은 포장이 되거나 다듬어져 있어 승용차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진부를 기점으로 운두령 방면의 오대산 서부와 진고개 방면의 오대산 중북부의 드라이브 코스를 집중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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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길잡이


확장 공사후의 영동고속국도는 체증이 풀린 듯 시원스럽다. 평일이라 날아갈 듯 질주하는 차들과 섞여 진부로 달린다. 원주, 둔내, 가산 이효석의 생가가 있는 봉평으로 통하는 장평인터체인지도 지난다.
몇 년 전인가 메밀꽃이 흐드러지던 9월, 봉평에 갔던 차에 가산 선생의 생가를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휴가철 6번 도로의 체증을 해소한다며 생가 앞은 4차선 도로 확포장 공사로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지금쯤은 시골의 한가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겠지. 상념에 빠지는 동안 이내 속사인터 체인지다. 오대산지척에 와 있다.

오대산을 처음 올랐던 게 벌써 15년 전인가. 기억이 희미하다. 오대산 종주가 목적이었던 그때 월정사와 상원사까지 먼지 날리며 걷던 일과 태풍 속에서 강행한 위험천만한 소금강 하산길 장면만 퇴색한 사진처럼 떠오른다. 운두령에 올라보면 먼빛으로 오대산이 보일까.
70년대 초중학생 '문화영화'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이승복'기념관을 지난다. 운두령 가는 길은 감자밭과 하얗게 꽃 핀 감자꽃 천지다. 그런 강원도의 풍경에 넋을 잃어 갈쯤 '감자꽃 필 무렵'이란 간판을 붙인 카페가 나타나 난데없는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하지만 뭐 어떠랴. '메밀'이 '감자'로 둔갑하는 것쯤이야 손님을 끌기 위한 애교로 봐줄 수도 있지 않은가.

삼봉약수로 가는길의 56번 국도의 꽃길. 저 꽃이 외래종인 멕시코해바라기 대신 우리 들국화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식당과 민박집이 띄엄띄엄 보이는 운두령 가는 길은 고즈넉하다. 해발 1089미터의 운두령. 오늘도 역시 비가 온다. 이번엔 소나기다. 운두령쉼터의 팔각정에 앉으니 고개를 향해 '적군처럼 진주해오는' 운무에 온몸이 움츠려진다. 기실 운두령에서는 오대산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저 오대산 물 먹고 둥지를 튼 산골 동네를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 오대산이 베푸는 안온함을 느낄 수 있으면 족하다. 운두령이 살가운 느낌을 주는 이유는 어쩌면 오대산을 닮은 두여인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움막 같은 운두령쉼터. 비포장의 세월부터 11년째 이 고개에 소박한 쉼터를 낸 그이들은 비온 날에 만나면 더욱 온기가 느껴진다.
고개 넘어 홍천의 자운리에 사는 쉼터 주인에게서 이 골짝 저 골짝 내력을 듣다 보니 어느새 비가 멎고 운무가 걷히기 시작한다. 평창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둔 홍천땅은 훨씬 한가롭다. 그 풍경은 꼭 하루중 가장 나른한 3~4시 무렵, 닭우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기분 같은 것이랄까. 어서 빨리 내린천에 가서 발을 담가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친다.

월정사 일주문. 일주문을 마주 대하면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진다. 그런 다음 걷는 전나무숲길은 사색의 길이다.

56번과 446번이 갈라지는 내린천 드라이브 코스의 입구. 내린천은 이제 끝장났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인공이 가미되지 않았던 내린천의 제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렇다.
도로가 열리지 않고 걸어서야 당도할 수 있었던 강가 비포장길.
인제 상남으로 이어지는 446번 도로가 바리케이드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곳에 이르면 개인산의 높다란 턱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그곳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꺾으면 중세의 그림 같은 살둔산장이 서있다.
어떤 이는 일년에 꼭 며칠씩 들어와 그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도회지로 돌아가곤 한다고 한다.
이끼를 덮어놓은 듯 청록빛 함석지붕 안에서 하염없이 내린천을 바라보며.

포장이 되고 멋없는 민박집이 들어섰어도 내린천은 여직 아름답다는 데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다.
구불구불 흐르는 사행천이 빚은 뼝대. 영월의 동강에 못지 않은 비경을 간직한 내린천 저 건너편으로 강마을 야현골이 유혹한다. 발을 돌리기가 서운하다면 지척인 삼봉약수는 다음날로 미뤄도 괜찮다.
한가로운 내린천 가를 배회하고 이 골짝 저 골짝을 기웃거리다 산골의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잠들어 보는 것이 어디 아무때나 할 수 있는 일일까.

운두령 ~내린천 ~삼봉약수 코스에서 두메산골의 한가로움을 느껴본다면, 오늘 월정사와 상원사를 거쳐 진고개 넘어 소금강까지는 사람이 제법 복작거리는 관광지이다.
그러나 이곳을 보지 않고서는 오대산을 다녀갔다고 할 수 없으리라. 방아다리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마음을 가다듬고 월정사로 든다.

운두령에서 내려다본 홍천 창촌리의 전경.꽃밭이 이채롭다.
강원도의 구황채소였던 감자. 6~7월이면 새하얀 감자꽃이 피어 들판을 가득 메운다.

일주문을 마주 대하면 늘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전나무 숲길을 사색에 잠겨 걸어가게 된다.
요즘 절은 어디를 가나 불사로 어수선하다. 월정사 역시 마찬가지다.
걷기를 마다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대웅전 앞까지 차로 드러갈 수 있도록 하자니 여기저기 손볼데가 많아지는 것이다.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팔각구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을 본 후 성보박물관에 들어가 본다.
대개의 박물관들이 그러려니 했던 선입견과는 달리 월정사와 상원사의 내력을 상세히 알 수 있어서 들러보길 참 잘했다 싶다.

오대산 월정사로 드는 그윽한 전나무숲길. 숲길 중 25미터 구간에 400~500년생 나무가 아홉 그루가 있었다는 아홉수에 관한 안내문도 만날 수 있다.


상원사는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는걸 보면 하안거에 들어간 듯하다. 상원사로 가는 동안 내내 지허스님의 '산중일기'를 생각했다.
서울대 출신의 지허스님이 상원사에 1년을 머무르면서 선방의 생활과 정진의 고뇌를 담담히 기록한 일기를 엮은 그 책은 6.25 후의 상원사의 모습을 얼핏 다큐켄터리처럼 전해주었다.
그러나 개울을 수없이 건너고 독가촌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는 옛 상원사 가는 길의 정취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상원사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주차장 입구에 선, 세조대왕의 옷을 걸쳤다는 관대걸이다. 스님에게 예불시간을 알려주었을 종소리는 어떠했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천상 조각미가 극치라는 이 동종은 애석하게도 바람도 통하기 힘든 어두컴컴한 비각에 갇힌 신세다.
영산전에 올라서면 연꽃 형상의 오대산 산세가 눈에 들어오니 상원사가 870미터 가량 되는 높고 깊은 산중의 절임이 실감난다.
높은 곳에 있어 겨울이 더 빨리오고 유독 길고 추웠던 상원사에서는 '김장울력'이야말로 겨울 채비의 가장 큰 일거리였다니.

세조대왕이 친견했다는 문수동자상을 모신 청량선원도 출입금지다.
스님두분이 기지개를 펴며 선방에서 나온다. 공양과 역간의 휴식 시간, 취침시간을 빼면 죽비소리에 맞춰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는 하안거중인 스님들.
상원사는 지금도 이름난 참선도량이다.
상원사를 내려오는 길에는 오를 때 지나친 부도밭을 꼭 들러볼 일이다.
6.25전쟁때 진화 될 뻔한 상원사를 몸으로 막아 지킨 방한안스님을 비롯해 탄허스님, 의찬스님 등 상원사를 살찌운 스님들의 자취를 이곳에서나 더듬어볼 수 있다.

두메산골 풍경을 간직한 내린천의 비경.

청량한 마음 되어 이제 오대산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6번 도로를 따라 소금강으로 향한다.
진고개에 다다르자 또다시 운무가 몰려온다.
역시 백두대간은 백두대간이다.
오대산 첫산행때, 우리 동료들은 폭우를 뚫고 비로봉에서 동대산을 지나 이 진고개를 넘었다.
한창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던 진고개 산장에 짐을 풀고 코펠에 빗물을 받아 밥을 지어 먹었던 15년전.

그리고 그 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폭우 속의 소금강으로 하산을 감행했던 것이다.
때로 기억은 여행을 더 즐겁게 한다. 그때 폭우속에서 본 구룡폭포는 잘 있는지.
소금강을 거슬러 오른다. 소금강을 계곡은 축축하다 못해 냉기가 감돈다.
그리고 저 계곡끝 노인봉산장을 지키는 성량수 노인의 껄걸 웃음이 들리는 듯해 고개를 드니 어느새 구룡폭포가 눈앞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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