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스님은 하루하루가 바쁘다. 매주 화, 수, 목, 금요일에 서울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사찰음식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쇄도하는 특강 요청에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 강좌는 현재 대기자만 4,000여 명에 이른다. 스님은 강의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에게 감사하면서도 미안해 ‘대기자를 위한 특강’을 시시때때로 열어주고 있다. 지난 1월 20일부터는 8일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현지 언론의 초청으로 ‘사찰음식과 김치’ 특강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찰음식은 약이다 전국비구니회관을 찾은 날, 오전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스님에게 달려갔다. 최근 들어 스님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기 때문에 잠깐의 틈을 이용 한 것이다.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서인지 입술이 터 있었다. 그래도 스님은 언제나 미소로 사람들을 만난다. “무채두부찜을 추천할게요. 무의 비타민C는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몸의 독소를 풀어줍니다. 또한 무에는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아제도 많아 손상된 위 점막을 복구해주고 소화를 도와주어 ‘천연 위장약’이라고도 합니다. 두부와 무를 함께 먹으면 무가두부의 뭉친 기운을 풀어주고, 무에 없는 두부의 단백질 등을 섭취할 수 있어요. 콩 속의 제니스틴 성분은 암을 비롯한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구요.” 평소 ‘사찰음식은 약’이라고 강조해왔던 스님은 대표음식을 추천하면서도 ‘의학적 기능’을 덧붙여 설명했다. 스님은 배추된장찜과 팥죽도 함께 추천했다. “최고의 웰빙음식, 항암식품으로 손꼽히는 된장은 아토피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에 길든 아이의 입맛을 돌릴 수 있는 배추찜을 해주면 아주 좋아요. ‘100가지 채소가 배추만 못하다’는 중국 고어가 있을 정도로 배추는 맛도 있고 영양도 풍부합니다. 또 팥은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지방의 축적을 막아주기도 해요. 팥의 섬유질, 사포닌 성분은 변비 치료에 좋을 뿐만 아니라 포만감을 느껴 과식을 방지할 수 있어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사찰음식에 깃든 생명존중의 정신 스님이 추천한 음식은 모두 늦가을과 겨울에 나는 재료들로 만든 것이었다. 평소에도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스님다웠다. “제철음식은 치료약이자 예방약입니다. 계절에
무채두부찜 ● 무 1/2개, 두부 1모, 마른 표고버섯 3개, 홍고추 1개, 미나리 5줄기, 소금, 고춧가루 1큰술, 집간장 2큰술, 포도씨유, 들기름, 통깨 약간씩 1 두부는 1cm로 썰어 소금을 약간 뿌려 팬에 지지고, 마른 표고버섯은 불려서 채 썰어 들기름에 볶는다. ● 2 무는 곱게 채 썰고 홍고추도 반으로 갈라 채 썬다. 미나리는 줄기만 4cm로 썬다. ● 3 무채에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고춧가루 물을 들인 후 볶은 표고버섯, 미나리, 홍고추를 넣어 집간장으로 간해서 골고루 버무린다. ● 4 달구어진 냄비에 무채를 깔고 그 위에 두부를 얹고 다시 무채를 얹은 후 뚜껑을 덮어 무채가 아삭할 정도로 살짝 익힌다.
배추된장찜 ● 배추 1/2통, 물 3큰술, 들기름 1큰술, 집 된장 2큰술, 다시마 2장 ● 1 배추는 한 장씩 뜯어서 깨끗하게 씻는다. ● 2 냄비에 다시마를 넣고 배추를 넣은 후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김을 올린다. ● 3 김이 올라 배추가 익으면 들기름과 된장을 넣어 배추에 골고루 간이 배게 배추를 위아래로 뒤적여준다. ● 4 배추에 살짝 간이 배면 불을 끈다.
팥죽 ● 붉은팥 1컵, 물 10컵, 불린 멥쌀 1컵, 찹쌀가루 1컵, 소금 양간 ● 1 쌀을 씻어서 두 시간 이상 물에 불려놓고, 팥은 씻어서 물을 붓고 한번 끓어오르면 그 물을 버리고 넉넉하게 물을 붓고 푹 무르도록 삶는다. ● 2 팥이 다 익으면 앙금만 걸러 가라앉히고,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옹심이를 만든다. ● 3 팥물의 앙금이 가라앉으면 웃물만 따라서 쌀을 넣어 퍼지게 끓인다. ● 4 쌀이 퍼지면 앙금을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맞추고, 맨 마지막에 빚어 놓은 옹심이를 넣어 옹심이가 떠오르면 불을 끈다.
따라서 병이 오고 계절에 따라서 치료제가 와요. 그래서 계절에 따른 음식을 먹으면 병도 치료됩니다.” 스님이 이렇게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것은 과거 의 경험 때문이다. 한때 간이 안 좋아 고생을 했는데, 그때 제철 사찰음식을 먹으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그래서 사찰음식을 대하는 스님의 마음가짐은 흐트러짐이 없다. “사찰음식에는 생명 존중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요. 내 먹을 것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녹아있는 것입니다. 사찰음식은 모든 생명이 나와 하나라고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는 길이 특히 선식禪食에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사찰음식 연구와 강의를 통해 나 자신의 불성을 깨달아가고, 다른 사람의 수행을 돕고, 건강과 영혼을 맑히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계속하려 합니다.” 사찰음식 역시 철저하게 부처님 말씀에 근거해만들어야 한다는 선재 스님은 몸이 맑아지고 마음이 건강해지는 사찰음식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한 길에 이렇게 서 있다.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사찰음식 책
선재 스님,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불광출판사) 지난 30년간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강의해 온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이 11년 만에 새 책. 책에서 스님은 사찰음식을 통해 마음을 맑히고, 몸속의 독소를 배출해 병고를 녹여내는 방법을 일러준다. 스님은 또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제철 음식 재료와 요리를 소개하고, 22가지 요리법과 그 효능을 알려주고 있다.
대안 스님, 『열두 달 절집 밥상』(웅진리빙하우스)
대안 스님은 책에서 특별한 양념도, 희귀한 재료도, 복잡한 조리법도 없이 간단하게 무치고, 삶고, 볶고, 끓여 만드는 절집 음식을 소개한다.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만들기 쉬운 사찰요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음식의 기본 재료가 되는 장과 맛국물, 맛가루 만드는 법부터 1년 12달, 계절에 맞는 밥상 차림까지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적문 스님, 『전통사찰음식』(우리출판사)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전통 사찰음식 요리 안내서. 옛부터 전승해 온 맛깔스러운 사찰음식을 사계절로 나누고, 4인 기준 정량을 표기해 요리에 자신이 없는 초보자들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소개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영양상식’ 코너와 사찰음식 문화의 이면에 깃든 구수한 옛이야기를 곁들였다.
일운 스님,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레시피』(담앤북스)
울진 불영사에서 오랫동안 내려오던 스님들의 음식관, 건강관, 가치관을 담은 책. 건강요리법을 좀 더 쉽게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하여 펴낸 책으로 요리법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재료 하나하나의 특징과 건강 상식은 물론이고 불영사에서 실제 일어나는 재미있는 절집 이야기와 음식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담겨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