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번 살둔길을 따라 올라가는 고갯마루...

홍천의 오지마을, 살둔마을의 표지판을 드디어 만났다.

강원도의 오지중에 오지인 살둔(생둔·生屯),  달둔(達屯), 월둔(月屯)중 외지인들에게 그나마 잘 알려진 살둔마을이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사진이 뜹니다)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높은 고갯마루에서 이렇게 살둔마을 전체를 아우를수 있는데, 그나마 집도 몇채 되질 않는다.

사방으로 산속에 깊이 파묻혀 있어서, 길이 뚫리지 않았다면 겨우내 눈이 내리면 고립은 일상이였을 거고,

차량 없이 이 동네를 온다는것이 차마 말 할수 없는 수고로움이였듯 싶다.

 

 

 

 

깊으디 깊은 이 깡촌에는 그 덕분에 구비치는 멋진 계곡들이 있고, 특히나 가물기만 했던 요즘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풍부하고,

마을을 지나서 살둔계곡과 내린천을 흐르는 미산계곡의 물줄기는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시원한 피서지가 된다.

지금 이 계곡에도 가을이 물씬 물들기 시작했는데 그 색이 화려하기 보다는 진득함이 아마도 외로움을 더 타는듯도 싶다.

 

 

 

 

 

 

 

우리가 지나치는 계곡마다 이렇게 낙싯대를 날리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언뜻 들으니 이쪽에 조황이 좋다고....

 

 

 

 

 

살둔마을을 들어서는 입구에 메주방이 있었다.

지금은 문이 닫힌 상태였지만, 이 마을은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체험거리들을 개발해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고 한다.

 

 

 

 

 

동네에 들어서니 순하디 순한 누렁이가 두 마리 있다.

몇번을 불러서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는데, 그래도 한번을 짓지 않는다.

'너, 그래서 집은 지키겠니.... 응?'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오던 독특한 2층짜리 건물이 있었는데

사진에서 몇번을 접했던 살둔산장이다.

 

 

 

 

 

지금은 통제가 되어 있고, 전혀 관리가 되질 않은 버려진듯한 상태인것이 너무 아쉽다.

이 산장은 한국인이 살고 싶은 100대 산장에 뽑혔다고 하는데, 처음 딱 봐도 일본풍의 구조인것이 전통귀틀집과 일본건축 및 사찰건축양식이 혼합된 것이라 하며, 언뜻 이런 깡촌에 독특한 2층 산장이라니....

그 시대에 저 집을 지은 사람이 얼마나 잘~ 나가셨던 양반인가가 가늠이 된다.

 

 

 

 

 

마을 가운데에 또 다른 눈에 띄는 건물이 있는데, 바로 폐교가 된 생둔분교다.

작은 체구만큼이나, 어렷을적 기억이 물씬나는 운동장인데, 지금은 캠핑장으로 이용이 되고 있으며

아이들에는 처음 접해보는 옛날 학교의 모습으로, 어른들에게는 내가 다녔던 추억속에 학교의 모습으로 유지 되어 있다.

 

 

 

 

 

엄마 아빠가 짐을 정리하는 동안 잠깐 인사를 나눈 아이들이다.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채우는 것이, 시간은 흘렀지만 아이일때는 누구나 다 해맑았던것 같다.

 

 

 

 

 

태극기가 펄럭인다.

학교에 가면 매일 같이 봐 왔던 기억속에 익숙한 풍경이다.

그래도 내가 다니던 학교는 시멘트라도 발랐었는데, 이곳은 1948년 개교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은 여느뉘가 임대를 해서 단체 수련, 민박,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이용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교실 내부를 구경하고 나오니 문을 잠그시더라....

너무 늦게 가면 교실 내부를 구경 못할지도 모르겠다.

 

 

 

 

 

 

 

학교쟁이 땡땡땡....

추억속에 종이 마구마구 울리는것 같다.

간첩신고는 113.... 반공표어와 포스터 짓는것도 참 많이 했더랬지...

 

 

 

 

 

 

 

교실내부가 궁금해서 들어서 보는데

관리가 안되어 있는것이 또 다시 아쉽기 그지 없다.

두고두고 이런 학교는 다시는 못볼텐데.....

 

 

 

 

 

5-6반이다.

난 5학년때 1반이였던가?

그것마저 가물 거리는데, 그래도 학교 선생님을 아버지로 둔 부러운 짝궁은 생각난다.

그자슥은 도시락통까지 이쁘기도 했고, 그러니 김칫국물 묻은 책, 이딴것은 절대 없었더랬지.....

아~~ 그 시절이 생각나고, 그립고, 그렇다.

 

 

 

 

 

교실안을 들여다 보니

에고야~ 나무걸상하고 책상이다.

추운날도 오로지 저 의자에 작은 엉덩이를 이리저리 뒤틀어 가면서 수업을 들었는데,

그나마 시골사는 아이들에게는 방석이란것도 사치품이였으니, 그 시절을 지낸 우리들은 참으로 참을성도 많았던것 같다.

문뜩 요즘 몇분에 1명꼴로 자살을 한다는 이야기를 신랑하고 나누면서도

우리때는 남에게 무시받고, 얻어 맞고, 참아내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기보다는 그저 미련하게 견뎠던것 같은데,

악으로 쌓아 둔다기 보다는, 밤 늦게까지 뛰어놀면서 잊어버렸던것 같은데,

요즘은 자존감, 아니면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아쉬운 소리, 홀대 받는 것을 견디지 못함이 그 이유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해 보았다.

 

 

 

 

 

겨울이면 난로를 피운 이곳이 명당 자리였다.

쉬는 시간 종이라도 울리면 창문 저쪽에 앉은 아이들은 우루루 이쪽으로 몰려와서 자리 다툼도 있었고

가만보니 새록새록 즐거운 어린시절이였다.

 

 

 

 

 

 

 

그시절 어쩌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던 수업은 음악시간이 아니였을까 싶다.

고운 손으로 궁짝궁짝 누르는 희고 검은 신기한 건반,

선생님의 한쪽 발은 왜 저리 아래서 까딱일까가 정말로 궁금했던 그 때....

그래도 한번을 쉽게 다가서서 만져보질 못했던 그 풍금이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만큼이나 그렇게 추억들이 쏟아진다.

 

 

 

 

 

교무실이다.

여기라도 불려가는 날은 큰 일 나는줄 알았다.

지금도 교무실은 무서운 곳이라는 기억이다.

사실 국민학교 6학년을 다 다니면서도 교무실 들어가 본적인 손가락에 꼽힌다.

공부 잘 하는 반장도 아니였고, 크게 잘못한 일도 없고, 있는지 없는지 모를 그런 깡마르고, 시커먼 촌시런 아이였으니 교무실 갈일이 거의 없었다.

문뜩 국민학교 1학년을 마칠때 겨울쯤....

내 손안에서 빛났던 그 새하얀 종이를 잊을 수가 없다.

그곳에는 반듯한 선이 여럿이였고, 검고 이쁜 글씨체로, '가가가가가양양' 이런글이 칸칸이 써 있었는데,

친구가 보고는 왜 히죽거리는 줄도 몰랐던 그때....

'순진'과 '순박'은 다르다고, 역시나 난 둘다 아닌 '미련'쯤은 아니였을까 싶은 나의 어린시절.....

 

 

 

 

 

 

 

 

 

길지 않은 복도에 걸려 있는 흑백의 사진 한장에 걸음이 또 멈춘다.

운동회다.

지금도 그 소리가 들리는듯 싶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운동회때 이 노래는 꼭 틀어 줬다.

공부라도 못하면 달리기라도 잘 했음 좋았을텐데, 그도 맨날 3등까지 공책을 주는 것을 못받고, 4등이나 5등이였지....

지금 생각하면 우리 부모님도 참 속이 좋으셨어~

결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는 아니였을텐데....ㅋ

 

 

 

 

 

...

푸쉬킨의 '삶'....

이 시는 초등학교때는 몰랐고

중학교때 유행처럼 많이도 외우고, 여기저기 글씨 연습한다고 썼더랬는데....

역시나 그때는 그저 멋진 내용이라고만 생각햇는데,

이젠 단어 하나하나에 고개를 끄덕여지게 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괴로운 것 

마음은 언제나 미래에 사는 것 

그리고 또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는 법이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법 

모든 것은 한없이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철이 들면서는 참 촌시러운 시라고 치부해 버렸던 이 시를 이 복도에서 다시 읽어 내려가다보니

미리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마음으로 담게 된다.

10년후에도 다시 이 시을 읽게 된다면

오늘을 지나친 어제의 기억이 웃으며 그리워지기를....

 

 

 

 

생각지도 않은 강원도 살둔마을에 들러서

지도상, 거리상의 깡촌을 보기 보다는 내 마음속 깊은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 보게된 시간이였다.

작은 볼거리와 오래되어 먼지 가득한 곳이지만,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오래 묵은것들은 결코 시간이 흘러도 먼지타지 않을것 같다.

 

 

 

 

 

(주변 볼거리)

강원 홍천여행/알려지지 않은 홍천 산사나무골의 가을 (http://blog.daum.net/da0464/888)

홍천여행/황홀한 색을 혼자보기 아까워 개방한 황금빛이 눈부신 홍천 은행나무숲 (http://blog.daum.net/da0464/648)

홍천여행/조용히 문을 열어주는 고즈넉한 겨울의 산사 (http://blog.daum.net/da0464/706)

 

(주변 방문맛집)

천맛집 만석양곱창/곱창과 청국장의 이색적인 스마트한 맛... (http://blog.daum.net/da0464/864)

홍천맛집 산골막국수/촌(?)시러워서 더 맛있는 집 (http://blog.daum.net/da0464/861)

홍천맛집 홍천원조화로구이/삼겹살도 이렇게 새콤할 수 있다니.... (http://blog.daum.net/da0464/639)

홍천맛집/홍천에도 맛있는 막국수집이 있다. 40년 전통의 영변막국수 (http://blog.daum.net/da0464/606)

 

(약도)

주소 :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191  033-434-3798 (살둔마을)

 

 

 

출처 : 애물단지의 맛난집 맛난사람들
글쓴이 : 애물단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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