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초원의 집’이라는 시리즈를 보면서 아니면 만화 하이디를 보면서 오두막에 대한 환상을 키워 왔다. 하이디가 아침이면 기지개를 펴던 지붕 아래의 오두막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터키의 남부 해변에 위치한 올림푸스에 들르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오두막에서의 하룻밤을,

두 번째 이유가 오두막 주위에 서 있는 오렌지 나무들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사실 오두막에서 지내본 적도 그리고 오렌지 나무를 본 적도 없었다. 오렌지 나무를 묘사했던 책들을 보면서도 오렌지 나무를 상상하기 힘들었었다. 물론 어느 쥬스회사 씨에프를 보면서 오렌지 나무를 잠시 훔쳐다 볼 수 있었지만 곧 잊어 버렸다. 그 씨에프의 '따봉'이라는 말만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었던 것 같아. 따봉~ 근데 그게 왜 그리 웃겼을까? 

 올림푸스로 가려면 일단 안탈라에서 미니버스를 탄 후 길가에서 잠시 서 있어야 한다. 산 밑자락에 위치한 올림푸스로 가는 차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성수기 때라면 당연히 차가 많겠지만 현재는 비수기라 올림푸스로 향하는 사람은 고작 나 하나  뿐이었다. 갑자기 길 한가운데에서 미아가 되어 버린 나는 혹시 올림푸스로 가는 차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 갈까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40분 즈음 그러고 서 있는데 드디어 올림푸스로 가는 차가 왔다. 물론 승객도 고작 나 뿐. 올림푸스까지는 12킬로미터였고 차비는 3리라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이 넘는 비싼 가격 이었다.

 

터키, 오렌지 숲속의 오두막 호텔에서 하루를...

 

오두막 호텔, tree house

내가 가지고 간 영문 판 가이드북에는 분명히 tree house라고 쓰여 있었다.

그게 뭐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그 안에 화장실이 다 딸려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3월의 터키는 아직 춥기 때문이다. 나무 집에서 벌벌 떨다가 화장실에 가려면 외진 곳으로 마구 달려 나가야 하고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12킬로를 달렸다. 아주 얕은 강을 차로 건너서 도착한 올림푸스.

그곳에는 정말 잎이 파란 오렌지 나무들이 많이도 서 있었다.

 

아주 작은 동네인 올림푸스에는 모든 호텔이 오두막처럼 생겼다. 그렇게 오두막처럼 생긴 호텔들이 줄을 지어 있고 그러면 이제부터 어떤 오두막에 묵을까 하면서 맘에 드는 오두막을 골라보는 거다. 오래된 오두막을 새로 단장한 호텔들이 많아서 조금 오두막의 멋이 떨어지긴 했지만 추운 겨울 날씨여서 나도 새로 단장한 오두막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간혹 정말 영화에서 보았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오두막들도 보였다.

영화에서 보면 장난꾸러기들이 저런 오두막에 모여서 밤을 새우고 했었던 그런 모습의 오두막.

 

단단하고 견고한 모양새가 그 안에 들어가 있어도 끄덕 없을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물론 그 시절엔 위성 티비 같은 건 없었겠지만.

 

이 집은 딱따구리의 팬인지 온 오두막에 딱따구리의 그림이 그려 있었다.

 

오렌지 나무와 함께 서 있는 오두막에 들어서면 오렌지 향에 취할 것 같다.

 

이쯤에서 호텔 내부를 공개해 볼까? 어쩌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 방은 내가 하루를 지낸 오두막인데, 사실 안에 있을 것은 다 있다.

한마디로 현대판 오두막 집인 것인다.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화장실도 딸려 있고

 게다가 온풍이 나오는 시스템까지 딸려 있다. 여름이 되면 이것은 에어컨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인데 생각 외로 무척 따뜻한 방을 만들어 주었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전기장판까지 깔려 있었다. 오랜만에 전기장판에 허리까지 지져보고. 사실 오렌지 밭을 거니는 것과 밥을 먹는 시간 외에 나는 거의 오두막 호텔 안에서 뒹굴 대며 책을 읽었다.

 

아담한 침대에 나무로 둘러싸이고 바닥도 나무로.

 

거기다 은은한 조명까지.

춥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너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던 오두막 호텔이었다.

이곳 오두막 호텔들은 다 태양열 시스템을 쓰고 있다.

성수기가 오면 이 작은 오렌지 동네에 모이는 관광객만 3000명이 된다고 하는데, 이 작은 동네에 그 많은 인파가 몰린다고 상상을 하니 왠지 싫은 느낌이다. 그러면 이 동네의 모든 오렌지들은 3000명의 위장 안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그 날 저녁에 나왔던 메뉴는 튀긴 생선에 감자 칩, 그리고 샐러드에 빵이었다. 

 

뷔페식이어서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지만 혼자서 큰 생선 두 마리를 먹으려는 것은 왠지 욕심 같이 보였다.  사실 터키에서 이렇게 큰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먹어 본 다는 것은 정말로 눈물겨운 일이다. 터키의 물가는 여행자들에게 그리 싸게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호텔 밖에 나서도 모든 것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나무 의자에 나무로 지어진 레스토랑들. 물론 그물 침댄 나무로 만든 건 아니지만^^

 

아직도 바람이 차가워서 비닐을 씌운 레스토랑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선인장을 끼고 있거나 가시가 가득 돋은 듯한 추운 가지를 가진 나무들과도 함께 서 있는 오두막들 이지만

물론 아주 예쁜 꽃나무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서 있기도 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오두막 호텔들은 오렌지나무 과수원을 끼고 있어서 오두막 호텔에서 지내면 오렌지도 공짜로 먹을 수 있다. 그 날 내가 먹은 커다란 오렌지만 해도 5. 나는 그 오두막 호텔을 떠나면서 오렌지 하나를 건져 배낭에 살짝 꾸렸다. 약간 덜 익은 그 오렌지는 2-3일이 지나야 단 맛을 내겠지 하면서 2-3일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출처 : 터키의 오렌지 숲 속, 오두막 호텔에서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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