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이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다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첨부이미지
※  어둡고, 배고프고 육체적으로 고달팠던 우리네 민초들의 삶을 잘 그려낸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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