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연휴 2박 3일 여행기- 7 부 (삼척- 신기)
♡ 엄니 고향 마을 근처 음식점에서 남은 황태찜과 강릉 단오마당 근처 추어탕집 아줌마가 싸 주신 주먹밥으로 야외 식사를 했다. 추어탕집에서 남은 추어탕을 들고 나왔다면, 강원도 삼척 심심 산골 냇가에서 엄니와 아주 근사한 점심 식사를 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뭐 그래도 엄니와 둘이(냥이 녀석도 있었군 ㅋㅋ) 점심 식사를 하기에는 그 양이 푸짐해 넉넉했다.^^
먼저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황태찜을 끓여 황태와 새우 등 건데기는 먼저 건져 놓고 남은 양념에 물을 조금 붓고 끓이다가 라면을 넣어 자작자작 물이 줄어들면 짜~파게티였나? 우동이 되었나? 집 밖에서는 라면 등 국물이 있는 음식을 조리할 때는 물을 적게 두고 스프도 반만 넣어 국물이 남지 않도록 신경쓴다. 국물이 남으면 마땅히 버릴 곳도 없고 아무 곳이나 버리면 환경 오염과 다음 사람에게 불쾌함을 주기 때문이다.^^
♡ 황태찜 양념 국물과 어우러진 짜파게티 겸 우동 라면을 끓이는 중.ㅋㅋㅋ 마음같아선 눈앞에 펼쳐진 냇물에서 어항으로 물고기를 잡아 트리플(육해공) 크라운 매운탕을 만들 수도 있었는데. 모처럼 개울가에서 엄니와 먹어 보는 점심 식사는 어린 시절 모내기 할 때 논두렁에서 먹던 새참 분위기라고 할까? 암튼 색다른 맛이었다. ㅎㅎㅎ
♡ 울 엄니 나무 그늘 아래 세워 둔 차 안에서 강원도 심심 산골의 솔바람 향기를 음미하며 느긋하게 한잠 주무시면서 아마추어 요리사가 준비하는 점심 메뉴를 기다리고 계신다. 어쩌다 막내 하나 잘못 낳아 몸고생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니. 착하고 살가운 며늘아가의 곰살 맞은 밥상을 받으셔야 하는데. 참 죄인이다. ㅠㅠ
♡ 울 엄니 처음 밥상을 받고 웬지 진지한 모드이다. 과연 맛이 있겠나 싶으신 표정이다. 새우랑 황태를 가위로 발라 밥숟갈에 얹어 드리니 '맛있다' 고 하셨다. 울엄니 립써스가 9 단이신데. 이젠 기억력이 떨어져 예전같이 내 기분을 맞춰주지 않는다. 집에서 준비한 구이김, 딸기쨈 토스트, 방울토마토와 거봉 포도 등이 반찬 대역이다. 아참~, 김치도 있었군.^^
♡ 일명 황태찜 라면-짜~파게티...이다. 엄니가 쓰러지신 뒤 수련할 기간도 없이 졸지에 주방장이 되어 만 4년이 지나 5년째 접어들었다. 이젠 칼질도 제법 익숙해지고 지구촌 어디에서라도 결코 굶지 않을 만큼 요리 실력이 붙었다. 엄니가 아닌 어여쁜 낭자가 곁에 있어도 내 기꺼이 앞치마를 두르고 싶다. 비록 맛난 요리가 아닐지라도 이 또한 즐겁고 행복한 일이 런가! ㅋㅋ 인증샷 남기느라 무척 힘들었다. 오른손으로 젖가락질 하랴, 왼손으로 카메라 설정하랴. ㅎㅎㅎ
♡ 방울토마토. 어찌 이것이 방울토마토처럼만 보이랴!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 같은 느낌은 아니 들더냐.ㅋㅋㅋ 저 여린 손가락을 보라! 저 가녀린 손가락으로 칼질을 하다니. 가여운 마음에 눈물이 앞을 가리거든 달려오시오~. 내 흐르는 눈물을 앞치마로 닦아 드리리다. ㅍㅎㅎㅎ
♡ 어흠~! 형아 그러면 안 되지~~. 밥 먹을 때가 됐으면 이 동생에게도 신고를 해야지~. 그리 의리없이 자기들끼리만 먹다니. 그럼 안 되징~~. 우리사이 패밀리 맞어?ㅋㅋㅋ 시트 밑에서 늘어지게 자빠져 주무시던 냥이 동생. 콧구멍은 뚤려 냄새를 맡고 슬그머니 기어나오신다. 냥이 아우님아. 자넨 사료와 멸치나 드시게~ㅎㅎㅎ
♡ 강릉을 출발해 정동진-동해-삼척-도계-태백-고한- 정선 등으로 이어지는 영동- 태백선을 힘겹게 오르는 무궁화열차. 강원도 삼척 고즈넉한 심심 산골에 들려오는 기차소리. 마치 소설 배경 속에 나오는 마을같아서 정겹다. 긴 오르막 길을 오르는 기차도 숨이 차는지 철~컥~ 철~컥~ 뜸을 들이듯 힘겨운 소리를 토해냈다.
짐을 실은 화물 열차는 별도의 견인차가 증량되어 두 대의 기관차가 끌어주며 올라가기도 했다. 흐르는 물도, 개울가에 우뚝 선 나무들도 오늘 엄니와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겠지. 먼 훗날 나는 이곳을 다시 찾고 싶다.^^
♡ 휴일을 맞아 인근 지역 주민들이 냇가에 나와 물고기를 잡고 있다. 다리 밑 그늘에 자리를 펴고 물고기를 잡는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면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던 추억이 떠올라 나를 유혹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어항리라도 하나 준비하는 건데. 그러면 즉석 매운탕까지 맛보는 즐거움이 더욱 컸을 텐데. 지난날 엄니와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곤 했다.^^
♡ 이곳은 제법 수심이 깊어 세월을 낚는 즐거움도 가져볼 만했다. 다음에는 낚시대도 준비하고 다녀야쥐. 한때는 낚시에 미쳐 물고기들의 원성도 샀다. 왜 고기를 잘 잡아서. ㅋㅋㅋ 사실이다- 휴일이면 소양강 하류에서 송어 낚시를 하곤 했는데. 서울에서 오신 분들이 자기들은 멋지고 비싼 낚시대로도 잡히지 않고 나는 초라한 낚시대로도 잘 잡히니 곁에 다가와 비결을 알려달라고 했다 - 그때 촌넘의 뿌듯함이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