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연휴 2박 3일 여행기- 3 부 (허브나라)
♡ 허브나라 계곡 차 안에서 잠을 잔 뒤 다음날 아침. 엄니와 난 농원 옆으로 흐르는 개울가로 나갔다. 투명하고 맑은 물소리는 아침 잠에서 깬 우리에게 하루의 안녕을 물어오듯 귓가를 속삭이며 흐른다. 엄닌 내 손을 잡고 개울가에 나가 돌 위에 걸터앉아 개울물에 얼굴을 씻고 바라보신다. 언젠가는 저 모습도 그리워질 텐데.
주변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이 부드럽게 스쳐 지나간다. 이름 모를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시원한 계곡물에 얼굴을 씻으니 마치 신선이 된 느낌이다. 무엇을 더 바랄까!
" 청산은 나를 부르네... 허브나라 계곡도 나를 부르네... 물처럼 바람처럼 살라고... "
" 사랑도 부질없어... 탐욕도 부질없어... 밤마다 꿈꾸는 욕망도 부질없어... "
♡ 아직 아홉 시도 안 됐는데 계곡에 아이들이 몰려나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도시 아이들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동심의 세계를 동화처럼 물들인다. 물 속에서 무언가 집어 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이들의 시끄러운 입방아에 울 엄니도 덩달아 마음이 들떠 즐거운 표정이셨다. 저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무협지를 읽으며 잠시 더위를 피할 수 있다면 천국이 따로없지 싶다.
♡ 아침식사는 집에서 간식으로 준비한 빵, 토스트, 과일로. 아참, 횡성 한우촌에서 남겨 온 더덕 무침, 후식으로 나온 파전도 있었군. 효석문화마을로 내려가면 맛난 조찬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지만, 숲속에서 불어오는 풋풋한 숲 내음을 친구 삼아 안빈락도(安貧樂道)를 즐기는 마음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묘미도 감사한 일이었다. 차 주인이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니 KIXX, DELKOR 등 눈에 익숙한 브랜드가 동행했다.ㅎㅎㅎ
♡ 사료와 계곡 물로 아침 식사를 마친 냥이 녀석도 똥집이 편한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뒹글고 있다. '이눔아 넌 팔자 편 거야. 연휴 때면 전국일주 시켜줘. 현충일에 같이 놀아줘. 쥐도 못 잡는 게 양식만 축내는 녀석은 오늘 아침 밥값으로 뒹글며 애교떨기으로 끝냈다.
" 형아~, 내 사전에 쥐잡는 일은 없응게 날 보고 쥐 몬 잡는다고 자꾸 뭐라 하지 말우~, 존심 상하게. 나 정말 기분 나뻐. 몬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거라니까~ㅋㅋㅋ "
♡ 허브나라 정원 입구에서. 엄니와 여행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며 사진을 찍어준 외국인(대만에서 왔다고) 아가씨가 있었다. 아쉽게도 이미지가 흔들려서 삭제해 버렸다. 아주 선하게 생기신 아가씨였는데. 그럴 줄 알았다면 이멜 주소라도 받아두는 건데.ㅠㅠ
♡ 봉평 허브나라 농원은 정말 아기자기하며 앙증맞은 정원이다. 자연을 사랑하며 꽃을 좋아하고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사계절 언제라도 반겨주는 곳이다. 가족들이나 혹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의미 있는 테마여행을 떠난다면 꼭 가볼 만하다. 울 엄니 졸린다고 하시면서도 한결 여유 있는 표정이다.^^
♡ 엄니와 여행하며 건진 단 한 장의 기념사진. 서울에서 여행을 오신 어느 여성분(젊은 아줌마)이 먼저 선뜻 다가와 담아주셨다. 울 엄니 졸음이 밀려와 아줌마의 싸인에 겨우 반응하듯 브이 싸인을 보내신다. 엄마 저기
봐~ 할 때 찰칵! 아줌마께 다시 한번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땡큐~ 줌~ ♡
♡ 울 엄니의 본격적인 무상무념이 시작됐다.ㅎㅎㅎ 집에서는 아침식사 후 잠시 눈을 붙이는데 이 날은 그 행사가 생략되어 졸음이 쏟아지고 있다. 허브나라 농원을 둘러보며 한동안 졸음이 쏟아져 연출자의 싸인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하신 울엄니.ㅎㅎㅎ '기차길 옆 오막살이' 노래가 생각나는 농원의 한 코너. 아기자기한 정원을 돌아보며 많은 이미지를 담았지만, 맛뵈기만 보여드리고 있다.^^
♡ 저 꽃들이 하나하나 낱개로 피어 있다면 무리가 주는 아름다움은 느낄 수 없지 싶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치도 이와 같아 더불어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채 부대끼며 살아야 사람의 멋이 느껴지는 것 아닐까 싶다. 정원은 식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 세상 속에서 새들과 곤충들은 먹이를 얻으며 답례로 꽃들은 수분(受粉)을 하여 씨를 얻는다. 즉 서로 공존하며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를 새롭게 잉태하며 이어가는 것이다.
♡ 옛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허브 향기를 맡며 허브 토스트를 무료 시식하는 곳이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 우린 냄새만 맡고 돌아섰다. 아직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ㅎㅎㅎ
♡ 작은 식물원 벽에 플라워쇼를 하듯 장식한 작품이다. 벽걸이 바구니에 꽃을 담아 키웠다. 일반 가정에서도 이런 방법으로 꽃을 키울 수 있다면 가족들 간에 한층 아름다운 대화가 오고 가며 한층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 같다. 자연은 인간의 심성을 순화시키는 마력이 있기에 한번 시도해 보면 좋을 듯하다. 아~ 나도 아름다운 여인만 곁에 있다면 열심히 도와줄 텐데.ㅎㅎㅎ
♡ 울 엄니의 졸음을 확~ 깨운 어느 꼬마 녀석. 엄니와 눈높이가 맞는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했다. 조금 전까지 졸린 눈으로 일관하시던 울엄니. 아이와 대화를 한다고 얼레는 모습이라니. 울 엄니 이젠 어린아이가 다 되어서 어린아이의 눈높이 대화가 필요하다.^^
♡ 울 엄니 꼬맹이랑 대화 나누는 틈을 타 분위기 반전(졸음퇴치)을 위해 호박엿(청우식품)을 드리니 울엄니 입에 넣고 오물모물 맛있게 드신다. 집에서는 하루(아침에 일터로 나가며 3개, 점심 식사 후 2개, 저녁 식사 후 2개 등)평균 7개 이상 드신다. 약을 드시고 입가심으로 또는 심심풀이로. 내가 먹어봐도 물리지 않는 은은한 향과 쫀득한 식감이 느껴져 씹는 즐거움도 있다. 한 달에 두 봉지 정도 드시는 것 같다. 엿값만 마 넌이 넘게 지출된다. 예전 어린 시절 엿장사가 마을에 찾아오면 왜 그리 반갑던지. 그 시절 할아버지 엿장수는 이젠 하늘나라에서 가위를 치고 다니시겠지. 모두 그리운 추억이다.^^
♡ 바로 이 아가가 울 엄니의 졸음을 깨웠다. 산책로를 따라 길 양 옆으로 가꾸어진 정원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자작나무 사이로 보이는 것은 펜션이다. 주말밤이면 저 곳에서 연인들의 아름다운 꿈의 향연 로맨틱 파티가 벌어지는 곳이다. 룸 안에는 허브 향기가 물씬 풍기는 베개, 드라이 플라워에서 뿜어지는 허브 향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향그러운 밤. ♡ (엄니와 하룻밤 지내보지 못한 여한에 마음아프다. 2016.11 추가)
♡ 지난 밤에 잠시 둘러볼 때 담았던 이색 설치 작품. 낮에 보니 또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인간의 감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만나 새로운 느낌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조물주가 인간에게만 부여한 아름다운 선물이자 자연의 색채를 모두 느끼게 해 주신 심미안이다. 심미안은 자연의 세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 세계까지 바라보는 아름다운 눈이다.^^
♡ 우측으로 보이는 펜션 창문들이 아름다운 로맨스 무~운 다이어리(moon diary)를 만드는 공간이다. 달빛이 드는 창가에서 밀어를 속삭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꿈결같은 밤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숲속의 동화나라에 왕자와 공주가 되는 일이다.^^
♡ 일상을 살아가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부대끼며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서로 의지할 수 있다면 좀 더 조화롭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행복지수는 한층 더 높아지지 않을까. 정원에 적당한 빈 공간이 있듯이 가족 구성원 각자가 마음을 조금씩 비우고 저 꽃들처럼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살아간다면 '행복한 가정은 곧 아름다운 정원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 이 계단을 오르면 산을 깍아 만든 별빛극장(무대)이 나온다. 주말에는 공연을 하기도 한다. 봄 여름 가을에는 특별 음악회도 열린다.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사랑하는 사람들과 숲속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에 한번 참여해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산사음악회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오대산 월정사에서 매년 '오대산불교문화제'가 열리며 프로그램에 산사음악회도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2011년 06월06일 (월) 현충일 연휴 맑음 좀 무더움
4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