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티나무 쉼터 ♣/♠풍경사진 모음
[스크랩]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봄내지기
2007. 9. 8. 12:08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다시 가거도 이야기를 해 볼까요? 배가 출발할 때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장대비가 내리더니 서쪽으로 달릴수록 비는 가늘어지고 엷은 구름만이 가득해 어쩌면 가거도에는 비가 오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친구를 초죽음에 이르게 했던 커다란 파도를 넘어 아침 8시에 출발한 배는 12시 20분 멀고 먼 섬에 도착했답니다. 그곳도 아침부터 오락가락 했다던 비가 우리가 도착하자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고 멀미에 지친 친구가 먼저 낚시가기를 포기하데요. 빗줄기가 굵어지자 언니네 부부까지 그냥 숙소에 있겠다고 했습니다. 내일이면 돌아 가야하는데 그냥 숙소에 있으려면 뭐 하러 이 먼 곳까지 왔겠냐며 남편은 기어이 낚시를 가야한다고 우겼지요. 하긴 올 때 미리 배를 준비해 달라고 해 배도 기다리고 있으니 가긴 가야했기에 우린 일회용 비옷을 하나씩 준비해 배에 올랐습니다. 하늘에선 비가 내렸고 여전히 파도는 거대했지만 우린 또 다른 무인도로 가기위해 거친 물결을 넘으며 조금은 위험한 질주를 했지요. 한참을 달려 바위가 넓어 ‘논산훈련소’라 부르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내려 바위 위로 오르니 정말 어마어마한 바위마당이 있더군요. 몇 백 평은 될 거 같은 넓은 바위가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가 되자 얼른 삼겹살을 구워먹고 낚시를 시작했는데 와! 쏟아지는 장대비, 머리위에서 번쩍이는 번개, 귀를 찢을 듯한 천둥. 정말 대단했습니다. 비는 그렇게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낚시를 깔아놓고 기다리는데 쉬 잡히지는 않더군요. 사실 그 장소는 고기가 많이 나오는 장소는 아니었고 편하게 놀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기에 고기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냥 운 좋게 잡으면 요리해 먹고 즐기기 위해 선택한 장소였으니까요. 우럭 몇 마리 잡아 푹 끓이다가 라면을 넣어 끓이자 정말 별미였습니다. 저도 낚시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다 낚시 바늘이 눈에 띄어 낚시 대도 없이, 뽕돌도 없이 그냥 낚시 바늘에 빙어를 끼워 손가락에 줄을 매어 물이 들어오는 바위틈에 넣어봤더니 어머 이게 웬일이죠? 우럭이 걸려 올라오지 뭡니까? 그렇게 두 마리를 낚아 얼마나 신났는지. 내가 재미있어하자 남편이 뽕돌 달아줘 두 마리 더 낚았답니다. 워낙 큰 천둥과 번개가 쳐 혹시 벼락이라도 때리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 속에서도 즐거운 낚시와 삼겹살구이, 그리고 우럭 라면탕 맛은 정말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맛과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멀미했던 친구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좋아졌고 비가 와 망설이던 언니네 부부도 오기를 잘했다며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우리는 창밖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깨끗하고 산뜻한 맑은 아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아직 가보지 못했던 독실산, 이제 그곳을 올라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두 번이나 찾은 우리를 환영이라도 하는 걸까요? 안개를 살포시 걷은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절경이었고. 예쁜 야생화도 예뻤습니다. 지난번에 너무 아득해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보고 와야 했던 영화 촬영지도 가까이 가볼 수 있었습니다. 나비도 날고 새도 날고..차를 타고 달리는 우리의 기분도 날고..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우린 가거도 여행을 마무리지어가고 있었습니다. 언제 또 올지 기약은 없지만 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거센 파도를 넘어 한참 만에 도착한 바위 섬 위. 바위가 워낙 넓어 논산훈련소라는 이름을 갖고 있답니다. 수백 평은 넘을 듯...
넓은 바위 앞에 하늘을 찌를 듯 쏟아있는 바위산 절대 오를 수 없을 거 같은 높은 곳에..무슨 야생화가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데요.
낚시돌풀입니다. 비가 잠시 그치자 비닐로 싸 놓았던 카메라를 꺼냈지요. 위쪽으로 오르니 이렇듯 예쁘게 무더기무더기 피어있더군요..어찌나 반갑던지..
꽃이 워낙 작아 앙증맞기 그지 않는 낚시돌풀.....정말 예쁘죠?
버들명아주입니다. 여러 종의 명아주가 있는데..바닷가에 피는 버들명아주. 돌틈에서 피었네요.
명아주 옆에 바위위에 있는 웅덩이가 제법 커 마치 마다처럼 보입니다.
번행초입니다..잠시 비가 그치자 여기저기 돌아보니 이렇게 싱그러운 번행초가 있었습니다.
해국! 아직 꽃은 피지 않아 꽃을 볼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전날 그렇게 험한 날이..거짓말처럼 변해 이렇게 깨끗한 아침이 열렸네요. 가거리1구 전경입니다. 사진 가운데 가장 위에 있는 붉은 건물이 한전, 그 아래 흰 건물이 중대본부. 그 아래로 교회, 우체국, 파출소가 자리하고 있고..민박등 숙박시설들이 있습니다.
가거초등학교입니다. 지금은 학생수가 많이 줄어 30명 학생이 있다고 하네요.
그림 같은 가거도 항입니다. 가거도 초등학교에서 내려다 본 가거도항! 정말 멋지죠?
먼진곳을 배경으로...
독실산 정상입니다. 이곳엔 레이더 기지가 있어..초소엔 군인들이 거주하고 있답니다.
정상에 오르니 가장 먼저 반긴 일엽초입니다. 마치 나무와 한 몸인 양 이렇게 이끼류와 함께 나무 몸에 붙어 살아가지요.
안개가 많은 곳이라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일엽초가 나무마다 가득해. 입을 다물 수가 없더라고요.
정상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가거도에는 소나무를 찾기 힘들지요. 소나무는 겨우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고 온통 산에는 후박나무와 잡목 일색이랍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다 우연히 바위 위를 올려다보니 높은 바위위에 부처손이 있었습니다. 워낙 높고 멀리 있어 소나무 분재처럼 보였는데....자세히 보니 부처손이라는 식물입니다.
난장이바위솔입니다. 얼마나 반갑고 예쁜지...... 바위 높이 있어 확인도 못하고 카메라를 올려 셔터를 눌렀는데 감사하게도 사진이 찍였네요.
난장이바위솔과 이끼류...어찌 저곳까지 올라갔을까? 괭이밥도 보이고..씀박이류도 보이네요.
넓은잎천남성..얼마나 잎이 큰지 깜짝 놀랐습니다. 잎을 보니 봄에 피는 꽃도 궁금해집니다.
햇볕을 받지 못해서일까요? 우거진 그늘 속에서 흰색의 물봉선화가 피어있더군요.
그늘 속 바위틈에 피어있는 달개비...참 예쁘죠?
도둑놈의갈고리꽃입니다. 꽃이 참 작은 꽃입니다.
쥐손이풀입니다. 지난번 왔을때 언 듯 스치며 지나가 무슨 꽃일까 궁금해 그 모습이 눈에 선했는데 이번에 이렇게 꽃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예쁘고 여린 쥐손이풀 쥐손이란 이름은 씨방 끝의 모습이 쥐 손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노란꽃이 선명한 짚신나물 꽃입니다.
일행들은 모두 내려가고..급한 마음에 서둘러 찍은 외당귀.
지난번 사진에서도 보여드린 극낙도 살인사건 영화 촬영지. 나무하나 없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비쑥, 사철쑥! 나무하나 없는 곳. 멀리서 보며 잔디처럼 보이는 곳에 무슨 식물이 살고 있을까 궁금했었지요. 갯쑥부쟁이와 비쑥, 사철쑥등이 일년 내내 바람을 맞으며 파랗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한쪽 비탈진 곳에 집 몇 채로 이루어진 2구 마을입니다.
정말 멋진 곳이죠? 계단을 만들어 놓은 길이 멋스럽고 운치 있어 보입니다. 참으로 멋진 곳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지요? 지금 다시 봐도..정말 멋집니다. *어때요? 거거도! ..한번은 가 볼만한 곳이죠? 그리고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셔도 후회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 가거도...두 번의 여행은 정말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