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님, 다음세상에서도 대통령하십시오!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29일 경복궁에서 거행된 노전대통령 영결식에서 공동장의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호소가 그만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개혁과 통합', '지역발전', '원칙과 상식'에 기준을 세웠던 노전대통령은 하지만 다음세상에도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시한번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전에 조의를 표한다.
남다른 집념과 지혜로 불가능할 것 같던 꿈을 이루기 위해 좌절과 시련을 온몸으로 겪었던 노 전 대통령에게 국내 정치상황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았고, 개혁과 통합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원칙과 상식, 개혁과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편안한 길을 마다하고 고난의 길을 택했다.
이런 ‘바보 노무현’에게 국민들은 ‘희망돼지 저금통’이라는 후원으로 정치혁명을 이끌어 내게 했다. 언제나 남보다 시대를 두 세발 앞서간 노 전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안겨준 선물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에 젖은 이 땅의 권력문화를 바꾸기 위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았고, 화해와 통합의 미래를 위해 국가공권력으로 희생된 국민들의 한을 풀고 역사 앞에 사과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지방을 사랑했던 대통령이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차돌 같은 양심으로 한 평생을 살았던 그에게 지방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에서 한창 벗어난 소외지역이었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이 선택했던 정책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으로 더불어 잘사는 따뜻한 사회라는 큰 꿈이었다. 행정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 정책은 수도권에 비해 소외됐던 지방에 주는 선물이었다. 아니, 선물이라기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지방의 권리를 부여한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희망의 큰 씨를 뿌려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자신도 지방에서 작지만 새로운 꿈을 꾸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잘사는 농촌사회를 만드는 한 사람의 농민, ‘진보의 미래’를 개척하는 깨어있는 한 사람의 시민이 되겠다는 소중한 소망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마지막 꿈을 이루지 못하고 우리의 곁을 영영 떠났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며, 미안해 하지 말고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났다.
노 전 대통령이 떠난 지금, 그가 뿌려놓은 희망의 큰 씨인 균형발전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로 지방으로 와야할까 망설이던 기업들이 유턴을 해 수도권으로 되돌아 가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한 지방살리기 정책도 알맹이를 뺀 빈 껍데기 기관 이전으로 혁신도시 건설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의 핵심부서 서울잔류는 혁신도시의 존립자체를 뿌리째 뒤흔들 수밖에 없다. 이전기관의 핵심 중추기능과 부서를 서울에 잔류시키는 것은 혁신도시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소위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집권기간 동안만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보통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정부는 제대로 된 정부가 아니다. 권력을 내려놓고 난 뒤에도, 또 떠난 뒤에도 모두가 그리워 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다. 기득권층만이 아닌,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이다. 원칙과 상식은 그래서 통하는 것이다. 개혁과 통합도 그래야만 이뤄지는 것이다. 수도권보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흔한 진리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방에 사는 국민들은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권양숙 여사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002년 11월 19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인터넷 ‘사람사는 세상’에 최근 올라와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다음은 권양숙 여사께서 노 전 대통령께 보낸 편지의 전문 소개로 다시한번 그를 회상한다.
건호 아버지 보세요.
건호 아버지!
이렇게 당시에게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참 오랫만이네요.
이 나이에 당신한테 편지를 쓴다는 게 쑥스럽지만
마주보고 하지 못한 말을 글로 대신합니다.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집을 나서는
당신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제게 많은 시련과 역경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씩씩하던 그 걸음걸이는 여전하더군요.
여보 힘드시죠?
항상 강한 줄만 알았던 당신이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금쪽 같은 희망돼지 저금통을 받고는
눈물을 끌썽거렸습니다.
그 날 당신 곁에 서 있는 동안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힘들어도 그 길을 가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대통령 안 하겠다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던 당신,
무뚝뚝하기만 하던 당신의 속 깊은 사랑에
저는 말없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30년 당신 곁을 지켜 온 바위같이
앞으로도 당신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여보, 끝까지 힘내세요.
-당신의 아내 권양숙-
/경남일보기자단